매거진 사회

화장실과 휴지통

편의와 신뢰, 공공공간을 대하는 태도의 차이

by 장기혁



유럽 여행을 하다 보면 대도시나 관광지에서 화장실을 이용하기가 쉽지 않다. 기차역이나 백화점 화장실조차 유료인 경우가 많아, 화장실 인심 좋고 어디를 가도 깨끗한 우리나라를 떠올리면 야박하게 느껴진다. 특히 배변 조절이 어려울 수 있는 어린이나 노인에 대한 배려가 부족해 보인다.


반면 휴지통은 도시 곳곳에 수십 미터 간격으로 설치되어 있어 이질감과 동시에 편안함을 느끼게 한다. 끈적거리는 오물이 묻은 휴지를 하루 종일 들고 다녀야 했던 좋지 않은 기억이 몇 번 있어서인지 더 그렇게 느껴진다. 휴지통을 설치하는 목적은 오물을 한 곳에 모아 치우기 쉽게 하기 위함일 텐데, 우리나라에서는 지하철역에서나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외국인들이라면 꽤 황당하게 느낄지도 모르겠다.


누가 옳고 그르냐의 문제라기보다는 문화적 차이일 것이다. 다만 요즘처럼 가치 기준이 글로벌화된 시대에 이 두 사례는 극단적으로 대비된다. 화장실은 카페나 식당을 이용하며 해결할 수 있다 치더라도, 거리의 휴지통 부재는 대안이 없다. 과거 쓰레기 종량제가 시행되면서 가정 쓰레기를 공공 휴지통에 버리는 일을 막기 위한 조치였다는 점을 떠올리면 씁쓸한 마음이 든다. 백만 명이 모인 집회에서도 단 한 명의 사고 없이 질서를 지키고, 행사가 끝난 뒤 현장을 깨끗하게 정리하는 2025년의 시민의식을 가진 대한민국 국민을 여전히 불신하는 정책처럼 느껴진다.


모든 현상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겠지만, 타성에 젖어 관성적으로 받아들이는 것들이 우리 주변에는 너무 많다. 하나하나 “왜?”라는 질문을 던져봐야 하지 않을까. 질문하고 토론하는 문화와 교육이 우리 삶을 더 쾌적하게 만드는 데에도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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