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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

삶의 여유를 걸으면서 찾을 수 있다.

by 장기혁



직장생활을 하면서 현장이 아닌 오피스에서 근무할 때는 점심을 일찍 먹고 산책하는 습관을 유지해 왔다. 그래서 새로운 근무지에 가면 가장 먼저 주변 산책로를 찾아 나서곤 했다. 예전에 근무지를 떠날 무렵에야 좋은 산책 코스를 발견해 아쉬웠던 기억이 있어서다.


특히 사우디에서 귀국한 후 여의도에서 근무할 때는 여의도공원과 한강시민공원을 거의 매일 걸으며 계절의 변화를 즐겼다. 이후 남대문 근처로 근무지를 옮긴 후에는 덕수궁, 정동, 남산, 서울로, 서울순교공원 등을 홀로 산책하며 도심 속 자연을 만끽했다. 현재 영종도에서 근무하면서는 을왕리, 선녀바위, 유수지, 왕산, 마리나를 산책하며 리프레시할 뿐 아니라 부족한 운동량도 채우고 있다.


운 좋게도 점심시간이 한 시간 반이라 샌드위치로 간단히 식사하고 산책 시간을 최대한 길게 확보하며 혼자만의 시간을 보냈다. 오전의 업무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었고, 걷기를 멈춘 후 생긴 허리 통증도 한 시간 이상 걸으면서 예방할 수 있었다. 때로는 강연이나 뉴스를 들으며 걷기도 했는데, 이럴 때는 산책의 즐거움이 배가되었다. 아무 생각 없이 걷다 보면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떠오르거나 복잡했던 머릿속이 정리되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산책은 최고의 습관이었다. 그래서인지 중년 이후 건강 비법으로 산책을 추천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가끔은 동료와 함께 산책을 하기도 했다. 삭막하고 파편화된 직장생활 속에서 자연을 걸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서로를 더 깊이 이해하게 되고, 개인적인 친밀감도 형성되면서 직장 내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드는 윤활유 역할을 하기도 했다.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동료와 함께 걸으며 소통하는 시간을 가졌다. 많은 사람이 점심시간에는 식사 후 휴식을 취하는 게 일반적이라, 산책하는 모습을 보면 신기해하고 흥미로워했다. 물론 그들이 매일 산책을 하지는 않지만, 걷기의 장점을 체험하며 좋은 인상을 갖는 듯했다.


나이가 들어서도 계속할 수 있는 산책. 앞으로도 즐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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