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마무리 하는 한잔의 여유
술을 즐기는 편은 아니지만, 저녁 식사와 함께 한두 잔의 와인이나 막걸리를 곁들이는 것은 좋아한다. 특히, 하루의 피로를 풀며 아내가 차려준 밥상에 술 한 잔을 더하면 삶의 작은 행복이 더해진다. 오늘 저녁도 얼마 전 김포에서 만든 생막걸리를 한 병 따서 마셨다. 요즘은 탁주보다는 병 위에 맑게 뜨는 동동주 부분을 조심스럽게 따라 마시는 걸 선호한다. 화이트 와인도 가끔 마셨지만, 맛과 가성비 그리고 쌀로 빚은 전통주라는 점이 마음에 들어 요즘은 자연스럽게 막걸리를 찾게 된다.
소주와 막걸리는 서민의 술이다.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았던 대학 시절, 화학주인 소주보다는 막걸리를 더 좋아했지만, 숙취 때문에 많이 마시지는 않았다. 사회생활을 하면서는 주로 등산 같은 야외활동을 마친 후, 귀가 전에 막걸리 한 잔을 곁들이곤 했다. 파전이나 도토리묵 같은 안주와 함께 마시는 막걸리는 하루의 피로를 씻어주었고, 숙면을 도와주었다.
내 인생 최고의 막걸리는 단연코 사우디에서 직접 담근 밀주였다. 술이 일절 금지된 환경에서 한국에서 공수한 누룩과 꼬들밥으로 창고에서 한 달 동안 발효시킨 수제 막걸리는 맛과 품질 면에서 최고였다. 사우디는 연중 기온이 높아 술을 빚기에 좋은 환경이기도 했다. 무엇보다 귀한 술을 정성을 들여 만들어 마셨기에 더 맛있게 느껴졌을 것이다. 군대에서 먹던 라면과 초코파이 맛이 특별하게 기억되는 것과 같은 이치일지도 모른다.
앞으로도 막걸리는 내 곁에 머물 것 같다. 독한 술보다는 맥주, 청주, 막걸리, 와인 같은 술이 잘 맞는데, 맛과 가성비, 건강까지 고려하면 막걸리만 한 술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