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건비는 오르지 않았다.
한 달에 한 번, 집 근처의 ‘커트클럽’에서 머리를 다듬고, 몇 달 전부터는 염색도 함께 하고 있다. 손이 빠르고 친절한 두 분의 아주머니가 오랜 시간 동안 같은 자리를 지키며 부지런히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다. 주변 상점들이 자주 바뀌거나 공실로 남아 있는 상황에서도 이곳은 꾸준히 운영되고 있다.
이러한 지속성은 두 분의 실력과 성실함 덕분이겠지만, 더 근본적으로는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을 감내하며 버텨온 결과일 것이다. 남성 커트가 9천 원, 염색까지 해도 2만 5천 원을 넘지 않는다. 30년 전 ‘블루클럽’이 등장했을 때 남성 커트가 5천 원이었으니, 물가 상승률을 고려하면 현재의 가격은 매우 낮은 수준이다. 이 업종의 특성상 인건비 비중이 클 텐데, 결국 저임금으로 경쟁해 온 셈이다.
해외에서 비슷한 서비스를 받는다면, 미국에서는 약 13만 원, 인도에서는 만 원 정도가 될 것이라고 ChatGPT가 알려준다. 우리나라의 경제 수준과 생활비를 고려하면, 정확한 통계 자료가 없어도 국내 이발비가 낮게 책정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개인적인 감으로는 5만 원은 받아야 적정 가격일 것 같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저렴한 가격에 양질의 서비스를 받으니 불만이 없겠지만,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다.
문득 최저임금 인상이 구매력을 높여 소비를 증가시키고 경제를 활성화시킨다는 주장이 떠올랐다. 물가 인상과 고용 감소 등의 부작용도 있지만, 직종을 불문하고 성실하게 일하는 사람들이 의식주와 교육에 대한 걱정 없이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는 사회가 되려면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는 것이 모두를 위해 맞는 일일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처럼 개인과 가정을 희생하면서까지 열심히 일하는 나라는 드물다. 하지만 그 부가가치가 제대로 분배되지 않고 소수의 사람들이 독점하는 시스템에서는 고생한 만큼 경제적으로 안정된 삶을 누리기 어렵다. 결국 제도 개선과 개혁을 통해 불공정함을 줄여나가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정치가 제대로 작동해야 한다. 그래서 나와 대다수 국민의 이익을 대변해 줄 수 있는 대통령과 국회의원을 신중하게 잘 뽑아야 하고, 뽑은 후에도 그들이 제대로 일을 하고 있는지 감시하고 견제해야 한다.
지난 3년 동안 잘못된 투표로 인해 개인적으로나 국가적으로 얼마나 많은 손해를 보고 있는지 똑똑히 보고 있다. 오히려 너무나 적나라하게 그 인과관계를 보여주어 개혁의 드라이브를 걸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한 달 조금 더 남은 조기 대선을 잘 치러서 새로운 지도자가 압도적인 지지율을 기반으로 강하게 개혁의 드라이브를 걸 수 있도록, 깨어 있는 시민으로서 역할을 다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