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보다 즐거움, 속도보다 지속 가능성을 향해
오랫동안 자전거를 취미로 즐겨왔다. 과거 십여 년간은 자전거로 출퇴근도 했고, 가끔 자전거 캠핑까지 다니다 보니 자전거와 관련 용품들로 집안 창고가 꽉 차게 되었다. 로드, MTB, 미니벨로, 그래블 자전거까지 한 대씩 보유하고 있었고, 여행용 패니어와 안장 가방, 각종 의류와 액세서리들이 옷장과 선반을 가득 메웠다. 자전거 신발만 해도 세 켤레, 수리 용품도 종류별로 다양하게 갖추고 있었다. 알리익스프레스 같은 플랫폼 덕에 가성비 좋은 제품들을 손쉽게 구매할 수 있었던 것도 한몫했다.
출퇴근용으로 자전거를 타던 시절에는 주 3회 이상 꾸준히 탔기 때문에 정비와 소모품 관리에 신경을 많이 썼다. 하지만 지금은 주말이나 휴일을 활용한 라이딩이 전부다. 추운 겨울 4개월, 장마와 혹서기 2개월을 제외하면 자전거를 탈 수 있는 기간은 약 6개월 남짓인데, 이마저도 날씨나 다른 일정과 겹치면 타는 날은 손에 꼽는다. 요즘은 연간 열 번도 타기 어렵다.
그래서 최근 자전거 두 대를 정리했다. 그래블 바이크와 미니벨로만 남기고, 나머지는 지인에게 넘겼다. 헬멧과 용품들도 덤으로 주었고, 쓰지 않는 오래된 장비들도 처분했다. 그래도 여전히 집 여기저기에 자전거 용품들이 남아 있지만, 하나씩 정리해 나갈 계획이다.
그래블 바이크는 로드와 MTB의 장점을 고루 갖춘 자전거다. 속도를 낼 필요도, 험한 산길을 달릴 필요도 없는 지금 나에겐 최적이다. 드롭바와 27인치 휠, 적당히 두꺼운 타이어는 다양한 용도에 무난히 대응해 준다. 사고 위험을 줄이면서도 내 취향에 맞게 자전거를 즐길 수 있는, 말 그대로 전천후 자전거다.
이제는 더 이상 기록에 집착하지 않는다. 최고 속도, 최단 시간, 최장 거리, 고난도 코스 같은 도전 대신 ‘안전하고 즐겁게 오래 타기’를 모토로 삼는다. 체력이 부족해질 미래에는 전기자전거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다행히 자전거 도로 인프라도 점점 더 개선되고 있어, 우리 세대는 축복받은 세대다. 앞으로도 자전거와 함께하는 일상을 계속 이어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