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이후에도 지속 가능한 일의 조건
최근 함께 일하게 된 건설 분야의 전문 컨설턴트들을 눈여겨보고 있다. 계약, 공정, 석재, 방수 등 특정 분야의 전문가들은 PM이나 시공처럼 제너럴리스트가 아닌, 뚜렷한 전문성을 바탕으로 일인 기업 형태로 활동하며 평균 은퇴 연령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일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고 있다. 높은 수준의 용역비를 받으면서도 자기 시간을 통제하며 워라밸을 유지하는 모습이 부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십수 년 전, 사우디아라비아 현장에서 일할 당시 한 달에 한 번씩 출장 오는 호주 출신의 측량 전문가가 있었다. 당시 40대 후반이었던 그는 자신의 삶에 대해 들려주었는데, 한 달에 한 주만 일하고 나머지 시간은 태국의 리조트 호텔에서 지내며, 주로 수영장 옆 벤치에서 책을 읽고 아내와 함께 점심부페를 함께 하는 일상에 무척 만족한다고 했다. 나도 언젠가는 저렇게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 동안 그런 삶을 위한 전문성을 깊게 준비하지는 못했다.
오래전부터 ‘평생직장은 없다, 자신의 직업을 살려 시장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말은 많이 들어와서 익숙하다. 최근에는 ‘정년퇴직 이후에도 20년은 더 일할 수 있어야 행복한 노후가 가능하다’는 것이 상식처럼 받아들여진다. 그러려면 젊을 때부터 방향을 잡고 선택과 집중을 통해 자신만의 전문성을 쌓아야 한다. 그러나 하루하루 버티는 데 급급한 직장인들에게는 미래를 선제적으로 준비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지금까지 쌓아온 경력이 자신의 성향과 잘 맞고, 직장을 떠나서도 그 전문성을 더 깊이 발전시킬 수 있다면 금전적 보상까지도 따라오니 금상첨화다. 하지만 이런 기회를 얻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따라서 젊은 시절부터 스스로에게 맞는 분야를 찾기 위한 고민과 노력이 필요하고, 운 좋게 그 분야를 발견했다면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한우물을 꾸준히 파는 끈기도 갖춰야 한다. 그러한 과정을 거쳐야만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