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 속에서 피어난 꽃 (제26 화)

(소설) 난, 어떻게 태어났어?

by 황윤주

운동장에서 학생들이 분주하게 움직인다.

반 대항 핸드볼 시합이 한창이다.

희경은 골키퍼가 되었다.

사실 핸드볼은 처음 해보는 거라 경기 룰도 잘 몰랐다.

그냥 들어오는 공만 막으면 되는 줄 알았다.

본인의 선택하고는 무관하게 골키퍼를 해야만 했다.


골대 앞에서 날아오는 공을 온몸으로 막았다.

넘어지고 구르기를 수십 번 하다 보니 몸 여기저기가 멍들고 아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골대 안으로 공이 날아와 쏙 박혔다.

미처 막을 새도 없이 순식간에 날아든 공은 곧바로 골로 이어졌다.

희경의 얼굴은 붉게 달아올라 화끈거렸다.

실점을 한 것이 자신의 탓이라 생각하니 아이들에게 몹시 미안하였다.

안절부절못하였다.

그럼에도 아이들은 "아자아자 파이팅!"을 외치며 의기를 투합했다.

새침했던 희경은 다시 마음을 추스르고 경기에 집중하였다.

공을 따라 이리저리 몰려다니는 선수들은 한 점이라도 내어줄 수 없다는 결연한

의지를 보여주었다.

오늘 시합에서 지면 완전히 탈락이라 더욱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

열기는 한층 고조되었다.

득점과 실점을 주거니 받거니 하다가 희경의 반이 역전당하자 작전 타임을 불렀다.

아이들은 초조하였다.

필사적으로 해 보자고 파이팅을 외쳤다.


경기는 다시 시작되었다.

아이들의 움직임은 더욱더 민첩해지고 빨랐다.

수비수는 수비 대로 공격수는 공격 대로 한 치의 양보도 없이 엎치락뒤치락하며 경기가

진행되었다.

좀처럼 점수가 나지 않았다.

경기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희경의 반이 점점 불리해졌다.

그때부터 아이들은 맥이 빠져 풀리기 시작하더니 순식간에 무너져 내렸다.

휘슬 소리와 함께 경기가 종료되었다.

5:4로 희경의 반이 졌다.

아이들은 모두 허탈해했다.

그러나 최선을 다 했기에 후회는 없었다.

희경은 자신이 공을 막지 못해 실점한 것이 못내 아쉬움으로 남았다.

온통 흙으로 범벅이 된 옷을 손으로 툭툭 털어냈다.

무거운 발걸음이 패배의 쓰라림을 말해주고 있었다.


희경은 어머니와 남동생 현석과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희경이 어떻게 태어났는지 어머니와 대화하던 중 동생 현석이 물어왔다.

"난, 어떻게 태어났어?"라고 묻는 말에 희경과 어머니는 동시에 장난기가 발동하였다.

"너? 다리 밑에서 주워왔어"

희경과 어머니가 동시에 말을 하였다.

"그럼 우리 엄마는 어딨 어?"

"그야 모르지 어디 있는지"

그 말을 듣는 순간 현석은 얼굴 표정이 굳어졌다.

희경과 어머니는 웃음이 나오는 걸 가까스로 참았다.

갑자기 현석이 벌떡 일어나 문 앞으로 걸어갔다.

엄마를 찾으러 간다고 하였다.

"나, 우리 엄마한테 갈 거야."

그러고는 대문 밖 행길가로 걸어가기 시작하였다.

희경과 어머니는 그때까지도 설마 갈까? 싶었다.

그런데 현석은 뒤를 힐끔힐끔 쳐다보며 계속 앞으로 걸어갔다.

희경과 어머니는 이러다 정말 안 되겠다 싶어서 현석을 부르기 시작했다.

좀 놀려주려고 한 것인데 철석같이 믿고 엄마 찾으러 가는 현석을 보고 몹시 당황스러웠다.

누나와 어머니가 부르는데도 불구하고 현석은 아랑곳하지 않고 다리를 향해 계속 걸어갔다.

때마침 집 근처에 다리가 있다 보니 그곳으로 가는 것이었다.


"현석아~~~ 이리 와 장난친 거야~~~ "

"네 엄마는 나야~~~ "

어머니는 목청껏 소리쳤다.

희경이도 안 되겠다 싶어 동생을 향해 달려갔다.

그리고 동생을 큰 소리로 불렀다.

"현석아~~~ 다리 밑에서 주워왔다는 것 거짓말이야. 너 놀려주려고 장난친 거야."

"거짓말 마"

"진짜야 얼른 와"

그 말을 듣자마자 현석은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차올랐다.

그리고 설움이 북받쳤다.

"미안해 장난쳐서. 빨리 집에 가자. 너 태어난 건 내가 봤어."

"진짜야?"

"그래 진짜야"

희경과 어머니는 진땀을 뺐다.

"휴우~~~ "

"휴우~~~ "

이제야 안심을 하였다.

현석은 진짜 엄마라는 말에 눈물을 멈추고 빙그레 웃었다.

현석은 성격이 온화하고 순진했다.

희경의 성격과 많이 비슷하였다.

희경과 어머니, 남동생이 다시 환한 얼굴로 웃음꽃을 피워갔다.


희경은 선택의 기로에 섰다.

대학교 진학반을 갈 것인가 졸업하고 취업을 할 수 있게 취업반을 갈 것인가 고민에 빠졌다.

부모님께 말씀드리면 쉽게 결정을 못 하시리라 생각되었다.

그래서 혼자 조용히 결론을 내렸다.

집안 형편이 그리 넉넉한 것도 아니고 하여 취업반에 가기로 선택을 하였다.

다른 과정은 다 같은데 취업반은 입시 준비보다 취업에 관련된 수업을 더 집중적으로 배웠다.

주산, 부기, 타자를 배웠다.

희경은 주산도, 부기도, 타자 치는 속도도 다른 아이들에 비해 뒤떨어졌다.

아무래도 적성에 딱 맞는 것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에 오면 혼자 주산 놓는 것을 연습하였다.

부기는 대차대조법이 늘 어려웠다.

알듯 모를 듯 매번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었다.

타자 치는 속도도 다른 아이들은 엄청나게 빨랐다.

희경은 속도가 잘 붙지 않았다.

어려워서 수업을 간신히 따라갈 정도였다.

주산은 5급을 딴 것이 고작이었다.


희경은 학급 반장과 학도 호국단에서 부중대장이 되었다.

평소 희경의 성격이라면 그 직책이 자신과 맞는 것과는 거리가 있었음에도 본인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임명되어 맡게 되었다.

막중한 책임이 따르다 보니 희경은 내성적인 성격을 좀 바꿔보자 마음을 먹었다.

부단히 노력을 하였다.

아이들과 대화도 더 하려고 하고 매사에 더 적극적으로 하다 보니 반 아이들은 물론 옆반

아이들도 좋아했다.

취업반은 세 반이었다.

그래서 다들 친숙하게 지냈다.

선생님들께서도 희경을 무척 좋아하셨다.

교무실에 가면 수업에 들어오시는 선생님들은 물론 이거니와 다른 선생님들께서도 희경을

알아보시고 좋아하셨다.

희경은 착하고 근면 성실한 학생으로 인식되어 있었다.

학도 호국단 부중대장이다 보니 교련 시간은 물론 전체 사열을 할 때면 목소리부터 크게

내야 했다.

그런데 희경의 목소리는 그리 큰 편이 아니었다.

그래서 그때마다 배에다 힘을 주고 목청껏 "받들어~~~ 총"을 했다.

다 끝나고 나면 목이 걸걸하고 따끔거렸다.

그렇게 반복해하다 보니 목소리가 어느 순간부터 조금씩 트여서 점점 커지게 되었다.


희경은 여드름이 나다 못해 온 얼굴이 여드름으로 뒤덮였을 만큼 빼곡하였다.

눈, 코, 입만 빼놓고 더덜더 덜하게 여드름이 났다.

그래서 반 아이들이 '멍게'라고 별명을 지어주고 이름보다는 별명을 불렀다.

멍게라는 별명을 옆반 아이들도 다 알고 그렇게 불렀다.

그럼에도 희경은 그렇게 부르는 아이들이 싫거나 밉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거부감도 없었다.

그냥 자연스럽게 "멍게야~~~ 멍게야~~~ "부르면 고개를 돌려 대답을 하였다.

아이들이 놀리는 것으로 생각을 하지 않았다.

단순히 애칭으로 들렸다.


희경어머니는 희경의 얼굴이 여드름으로 너무 심하다 보니 걱정이 되셨다.

그래서 주위에서 듣고 좋다는 마사지를 손수 정성껏 해주셨다.

오이 마사지는 오이를 얄팍 얄팍 썰어서 얼굴 전체에 붙여주시고, 살구씨 마사지는 꿀에다 개서

얼굴에 거즈를 대고 얇게 펴가며 발라주시고 심지어 번데기 마사지까지 해주셨다.

희경은 정성껏 세심하게 챙겨주시는 그런 어머니가 정말로 고마웠다.

마사지 중에서 제일 잘 맞고 좋았던 것은 오이 마사지였다.

신선함이 그대로 피부에 스며서 상큼 그 자체였다.

그리고 세수 비누도 희경이는 다이얼 비누와 오이 비누를 사 주셨다.


여드름이 쉽사리 들어가지 않자 여드름 치료를 잘한다는 경기도에 있는 병원까지 가서

치료를 받았으나 너무 멀고 시간이 안 되어서 한 번 치료받고 중단한 탓에 오히려 얼굴에

자국만 남게 되었다.

치료는 다름 아닌 여드름을 터뜨려 짜낸 다음 약을 발라주는 것이었다.

치료를 하다 말았으니 자국이 남는 것은 당연한 이치였다.

그때는 그런 생각을 못하였다.

자국은 당연히 좋아질 거라 생각했었다.

단순한 생각이었다.


평소 희경은 부모님과도 형제들과도 대화를 많이 나누었다.

희경의 부모님은 자식들 중에서도 희경과 가장 많이 대화하고 무슨 일 있으면 항상 의논을

하실 만큼 대부분의 일상을 공유하셨다.

형제들도 희경과 의사소통을 많이 하다 보니 집안의 해결사 노릇을 하다시피 하였다.

그렇지만 고집은 센 편이었다.

그리고 외골수에 가까운 면도 있어서 원래원칙을 고수하는 편이었다.

그러한 성격은 살다가 불편하다고 느끼면 바꾸려고 부단히 노력하였다.

그래서 점차 내성적이면서도 외향적인 성격을 갖게 되었다.

성격이 바뀌어가자 대인관계에 있어서도 점점 폭이 넓어져갔다.

어린 시절 말없이 한자리에 붙박이처럼 앉아 있었던 그 모습과는 많이 달라져있었다.

잘 웃는 밝은 아이로 변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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