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사랑을 위한 선택
(소설) 구름 속에서 피어난 꽃 (제37 화)
*사랑을 위한 선택
기차는 레일 위를 미끄러지듯 강촌을 향해 달려갔다.
이른 아침부터 기차 안은 사람들로 만원을 이루었다.
원희는 동생 원경과 동생 친구와 함께 왔다.
희경은 여행 가는 설렘보다는 처음 보는 사람들과 함께 가는 것이 몹시 부담스러웠다.
그렇다고 다시 돌아가기에는 이미 늦었다.
일단 서로 인사를 건네고 자리에 앉았다.
희경은 불편하였지만 애써 태연하게 행동하였다.
원희는 희경의 표정을 살폈다.
그러고는 단둘이 여행 가는 것을 어색해할까 봐 동생들을 데리고 왔다고 하였다.
희경은 썩 내키지 않았지만 밝은 표정을 지어 보였다.
기차는 푸른 숲 속을 지나 어두운 터널 속으로 달려갔다.
원희는 희경의 손을 살며시 잡았다.
그러고는 잡은 손을 살짝 힘을 주었다.
희경도 원희가 잡은 손 위에 나머지 한 손을 살포시 얹었다.
희경의 마음 한가운데서 조용히 파문이 일었다.
민박집은 고즈넉한 산자락 고요한 숲 속에 위치해 있었다.
그 옆에는 시원스럽게 흐르는 계곡이 있어 한층 더 기분을 상쾌하게 했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기 시작했다.
나뭇잎들이 물기를 머금고 영롱하게 빛을 내며 맺혀 있었다.
산들거리는 바람 소리가 귓전을 두드렸다.
원희는 희경의 어깨를 살며시 감싸 안았다.
오붓하게 둘만의 데이트를 즐겼다.
고즈넉한 산자락 돌틈사이로 흐르는 계곡은 마치 한 폭의 그림 같았다.
빗줄기가 투둑투둑 떨어지더니 금세 굵어져 거세게 내렸다.
황급히 숙소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빗물을 툭툭 털고 동생들이 있는 거실로 갔다.
취사를 할 수 없어 간단하게 도토리묵무침과 파전 그리고 막걸리 두 병을 시켰다.
빗줄기가 거세게 창문을 두드렸다.
파전을 금방 부쳤는지 김이 모락모락 났다.
고소한 냄새에 군침을 꼴깍 삼켰다.
모두 막걸리 한 잔씩 따라서 들고 잔을 부딪쳤다.
막걸리는 목덜미를 타고 들어가면서 짜릿함이 온몸으로 쫙 퍼졌다.
고소하고 매콤한 도토리묵과 쫀득한 파전은 막걸리 맛을 한층 더 돋웠다.
술이 술술 들어갔다.
희경은 처음 마셔보는 막걸리지만 맛있었다.
금세 알딸딸하게 술기운이 올라왔다.
술을 몇 잔 마시더니 신이 나는지 모두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점점 분위기가 무르익어 더 크게 부르며 손뼉을 쳤다.
흥이 한참 오르자 처음 만났을 때의 어색함은 사라지고 웃음소리가 메아리치듯 밤하늘에 울려 퍼졌다.
꽤 늦은 시각이다.
모두 서둘러 자리를 정했다.
그리고 각자 방으로 들어갔다.
희경과 원희는 이불을 깔고 자리에 누웠다.
보드라운 이불의 촉감이 살포시 얼굴에 와닿았다.
포근하였다.
순간 졸음이 밀려왔다.
눈꺼풀이 무거워졌다.
희경은 지그시 눈을 감았다.
잠이 막 들려는 순간이었다.
원희의 두 손이 희경의 얼굴을 쓰다듬듯 어루만졌다.
그러고는 어느새 그의 입술은 희경의 이마와 눈을 지나 입술에 겹쳐졌다.
따스한 온기가 전해졌다.
희경의 심장이 쿵쾅거리며 요동치기 시작했다.
온몸에 뜨거운 전율이 타고 흘렀다.
톡 톡 두드리는 빗방울 소리와 함께 사랑의 불꽃이 고요한 어둠 속에 붉게 타올랐다.
날이 가면 갈수록 희경과 원희의 사랑은 점점 핑크빛으로 물들어 갔다.
매일 만나면서도 헤어질 땐 언제나 아쉬운 미련이 남았다.
희경은 원희를 알아가면 갈수록 착하고 마음이 따듯한 괜찮은 사람이라 생각했다.
이런 사람이면 평생을 함께 해도 좋겠다는 믿음이 생겼다.
한편 오빠 영호는 아버지로부터 원희에 대한 얘기를 듣고 불현듯 화가 났다.
군대도 아직 안 갔다 오고 아직 학생 신분인 데다 체격도 왜소한 원희가 마음에 안 들었다.
원희보다 훨씬 조건이 좋은 친구로부터 희경을 소개해 달라고 하여서 신중하게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동생이 엉뚱한 사람과 연애를 하고 있다는 사실에 잔뜩 화가 났다.
그래서 잔뜩 벼르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희경과 원희가 함께 나타났다.
초인종 소리가 들리자 오빠 영호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대문을 쳐다보았다.
대문 안으로 들어서는 두 사람을 향해 당장 나가라고 소리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둘은 현관문 앞으로 다가섰다.
그러자 영호는 계단 옆에 있는 작은 화분 하나를 집어 들더니 두 사람을 향해 그대로 던졌다.
"들어오지 말고 당장 나가!"
큰 소리로 고함을 쳤다.
다행히 화분은 두 사람을 비껴나가 계단 밑으로 굴러 떨어졌다.
희경은 당황스러웠다.
"희경이 너도 집에서 당장 나가!"
오빠 영호는 씩씩대며 다시 한번 소리를 쳤다.
희경은 오빠의 뜻밖의 반응에 몹시 당황스러웠다.
오늘은 부딪혀 봤자 안 되겠다는 생각에 일단 이 상황을 피하자 마음을 먹고 원희의 손을 잡아끌며
나가자고 하였다.
원희도 안 되겠다 판단하고 희경의 말을 따랐다.
눈에 띄는 가까운 다방으로 들어갔다.
희경은 오빠의 뜻밖의 행동에 대해서 원희에게 사과를 했다.
"미안해. 오빠가 저렇게 나올 줄은 몰랐어."
"내가 부족해서 그렇지 뭐. 난, 괜찮아. 그건 그렇고 이제는 어떻게 하지?"
"그러게 예상 밖이라."
희경은 고민에 빠졌다.
"잠깐 나 전화 좀 하고 올게."
원희는 공중전화 부스를 향해 걸어갔다.
희경은 한편으론 오빠가 이해되면서도 또 다른 한편으론 납득이 안 되었다.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었는데...'
좀 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희가 전화를 끊고 자리로 돌아왔다.
"일단 오늘은 우리 집으로 가자. 어머님께 말씀드렸어. 같이 오래."
"이렇게 갑자기 어떻게 그래. 아직 왕래도 안 했었는데..."
"괜찮아, 나만 믿어. 오늘 하루만 피하자."
...................................................................
잠시 침묵이 흘렀다.
희경은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갈등을 했다.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당장 어디 갈만한 곳이 떠오르지 않았다.
원희가 다시 한번 힘주어 말했다.
"오늘은 우리 집으로 가자.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고."
그래도 희경이 망설였다.
"나 한 번 믿어 봐. 같이 가자."
"평소 왕래가 있었으면 모르지만 어떻게 그래."
"그건 염려하지 마."
다시 한번 힘주어 말했다.
"그래 그럼. 알았어."
원희는 희경의 손을 잡아끌었다.
원희는 집 근처에 다다르자 마을 뒷산에 잠깐 올라갔다 오자고 하였다.
희경도 머리를 식힐 겸 그러자고 하였다.
산은 그리 높지 않았다.
사람들이 다니는 오솔길이 있었다.
짹짹, 뾰로롱~~~
새소리가 들려왔다.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왔다.
시원하고 좋았다.
원희는 희경의 손을 잡고 인적이 드문 곳으로 올라갔다.
하늘이 맑고 푸르렀다.
푸른 하늘 위로 뭉게구름이 두둥실 떠다녔다.
원희는 강물이 훤히 내려다 보이는 평평한 곳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희경도 따라 앉았다.
풀내음이 싱그럽고 향기로웠다.
시원한 강바람, 산바람이 솔솔 불어왔다.
따스한 햇살도 적당히 비추었다.
원희는 피곤한지 그 자리에 누웠다.
그러고는 희경에게도 누워보라 했다.
희경은 시원하고 따스한 바람에 스르르 눈이 감겼다.
원희는 희경의 머리를 어루만지며 쓰다듬었다.
그러더니 희경을 살며시 끌어안았다.
곧바로 따스한 입맞춤을 했다.
그 따스함은 온몸으로 서서히 퍼져 내려갔다.
원희의 심장이 마구 뛰었다.
희경의 심장도 쿵쾅거렸다.
따스한 햇살 아래 불꽃같은 사랑이 몽글몽글 피어올랐다.
새소리, 바람소리, 나뭇잎 흔들리는 숲 속에...
사랑의 세레나데가 울려 퍼졌다.
어느새 어둠이 짙게 깔렸다.
"엄마! 저희 왔어요."
방문 여는 소리가 들렸다.
원희 어머님이 나오셨다.
"안녕하세요? 죄송합니다."
희경은 작은 목소리로 인사를 건넸다.
"괜찮다. 늦었으니 그만 쉬어라."
"네. 오늘만 여기서 지낼 거예요."
"그래 알았다."
원희 어머니는 문을 열고 방으로 들어갔다.
창문으로 가로등 불빛이 환하게 비추고 있었다.
"후우~~~"
긴 한숨이 허공을 가르며 울려 퍼진다.
*다음 화에 계속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