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 속에서 피어난 꽃

(소설) 어려움 속에도 살 길은 있었다

by 황윤주

제8 화


어머니가 갑자기 배를 움켜쥐고, 아파서 꼼짝을 못 하고 쩔쩔맸다.

어머니 이마에서 식은땀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팔, 다리에 맥이 탁 풀렸다.

그 순간 어머니 뇌리에 불길한 생각이 스쳤다.

직감이 안 좋았다.

통증은 점점 더 심해졌다.

점점 불안해졌다.


병원 갈 형편이 못되었다.

찢어지게 가난하였다.

어머니는 옷을 챙기기 시작하였다.

남편을 불렀다.

고통은 참을 수 없을 만큼 극도에 달했다.

어쩌면 수술을 하게 될지도 모르니 시골 오빠네 병원으로 가자고 하였다.

어머니 직감은 틀린 적이 없었다.

그래서 희경아버지도 수긍을 하고 전라도에 있는 처남병원으로 가는 게 좋겠다고 하였다.

희경이 부모님은 허둥지둥하였다.

마음이 급했다.

통증이 더 심해져 혹시나 나쁜 일이 생길까 봐 몹시 불안하였다.

그렇지만 별 뾰족한 수가 없었다.


희숙에게 대충 상황 설명을 하고,

곧바로 시골로 내려갈 준비를 하였다.

바로 출발하였다.

제발 아무 일 없기를 간절히 바라며 아픈 배를 움켜쥐고 기차를 타러 갔다.


부모님이 시골로 내려가시고,

희숙은 동생들을 챙기기 바빴다.

부모님이 안 계신 빈자리에 대신 그 역할을 하였다.

낮에는 공장에서 일하고,

밤에는 주인집에서 하는 부업을 희경과 함께 했다.

봉투 만드는 부업이었다.

다행히 일은 그렇게 힘들거나 어렵지 않았다.

자매는 밤늦게까지 봉투를 붙였다.

그 덕분에 비록 적은 금액이었지만 수입이 생겼다.


집은 단칸방인데 매우 작았다.

식구들이 잠을 자려면 머리를 방 가운데 두고, 다리는 벽에 올리고 빙 둘러 자야 했다.

자다 보면 모두 웅크리고 새우잠을 자게 된다.


부모님이 시골에 가신지 한 달이 다 되어가는데,

연락도 없고,

소식도 없다.

추석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희숙은 걱정이 되었다.

그래도 명절인데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되었다.

남들은 명절 준비하느라 바쁜데,

아무것도 할 게 없었다.

옆집에서 전을 부치는지 고소한 냄새가 솔솔 풍겨왔다.

희경은 맛있는 냄새에 침을 꼴깍 삼켰다.

송편을 빚는지 왁자지껄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희숙은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부엌 찬장을 열어보니 밀가루와 강낭콩이 있었다.

희숙은 뭘 할지 생각이 번뜩였다.

"빵을 해주면 되겠다."혼자 중얼거렸다.

반죽을 묽게 해서 콩을 듬성듬성 넣었다.

빵은 보기 좋게 쩌졌다.

희숙은 '명절이니까 떡이라고 해야겠다.'라고 생각했다.


김이 모락모락 났다.

냄새도 구수했다.

희경과 동생희영은 군침을 삼켰다.

떡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빨리 먹고 싶었다.

세 자매는 떡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동시에 와~~~ 하며 박수를 쳤다.

맛이 꿀맛이었다.

난생처음 먹어보는 떡이었다.

희숙도 동생들의 그런 모습을 보면서 안도감과 기쁨이 몰려왔다.

갑자기 눈물이 핑 돌았다.

목이 메었다.

자매들은 그렇게 추석 명절을 보냈다.


희경부모님은 시골로 내려간 지 한 달이 조금 지나 올라왔다.

손에 보따리 몇 개를 들고 있었다.

부모님 표정은 한결 밝아보였다.

희경어머니 얼굴은 좋아 보였다.

복막염이었다고 했다.

조금만 더 늦었으면 위험했다고 한다.

다행히 외삼촌이 의사라 수술도 잘됐고,

병원비도 안 냈다고 한다.


희경아버지는 가족이 많다 보니 집이 너무 좁아 좀 더 넓은 집으로 이사 가야겠다고 하였다.

시골에서 돈을 조금 융통해 오셨다고 했다.

몇 달이 지났다.

집을 여기저기 알아보았다.

방 하나에 다락이 있고,

부엌에 가게터가 딸린 그런 집을 구했다.

모두 마음에 들었다.

기분이 좋았다.


희숙은 더 열심히 일을 다녔다.

그래서 집안일은 희경의 몫이 되었다.

희경어머니는 집안일은 물론 밥과 반찬 하는 것을 희경에게 가르쳤다.

처음엔 입으로 하나하나 설명해 가면서 일일이 가르쳤다.

몇 번 그렇게 하고 나니 희경이 혼자서도 할 수 있게 되었다.


희경이 외할머니가 다니러 오셨다.

막내딸이 어떻게 사는지 궁금해서 오셨다고 했다.

머리가 하얗게 세었다.

온통 흰머리뿐이었다.

형편이 어려운 걸 알고 이것저것 싸 오셨다.

희경외할머니는 몇 시간 있더니 집에 가야겠다고 하셨다.

주무시고 가시라 해도 잘 있는 거 봤으니 됐다고 하셨다.


희경어머니는 염소고기를 어떻게 조리하는지 희경에게 가르쳐주었다.

희경의 입맛에는 질기고 맛이 없어 별로였지만,

다른 식구들은 맛있다며 잘 먹었다.


시골에서 희경오빠가 올라왔다.

희경이 보다 4살 많은 오빠영호다.

집이 망하고 서울에 올라올 때,

영호는 장손이라 데리고 있겠다 하셔서 할머니 집에서 지내왔다.

이제는 서울 학교 보내라며 올려 보내셨다.


사실,

희경이 언니는 두 명이 더 있었다.

그런데 아파서 먼저 하늘나라로 가고 없었다.


희숙이 언니 밑으로 내리 딸 둘을 낳는 바람에 어머니가 더 고된 시집살이를 해야 했다.

종갓집 종손 맏며느리라 반드시 아들을 낳아 대를 이어야 했다.

오빠영호는 학교를 제대로 다 다니지 못하고 서울로 올라왔다.

그래서 희경아버지는 아들영호를 어디에 보내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

동네에 학교라고는 희경이가 다니는 학교 단 한 곳뿐이었다.

희경아버지는 일단 학교에 가서 상담을 받아보리라 마음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