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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에세이) 생활 속에서

by 황윤주

지금까지 다른 사람의 시선을 참 많이 의식하면서 세상을 살아왔다.

그래서 조금 다른 얘기를 해볼까 한다.


햇빛이 쨍한 날이었다.

남편과 제주도에 가서 이곳저곳을 여행하다 한라산에 들렀다.

처음엔 그냥 입구 정도만 가 볼 요량으로 가벼운 옷차림으로 갔다.


나는 반소매, 반바지에 슬리퍼 신고,

남편은 셔츠에 긴바지, 구두를 신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자연스레 한라산을 올라가기 시작했다.

조금만 올라가다 내려오자 했는데 가다 보니 계속 오르게 되었다.


산을 오르는 사람들과 내려오는 사람들의 시선이 우리를 향해있었다.

우리가 산을 오르는 차림새와는 사뭇 거리가 멀었기에 힐끔힐끔 쳐다보며 자기네들끼리 수군거렸다.

우리는 바라보는 시선을 뒤로하고 별다른 동요 없이 계속 올라갔다.

그다지 힘든 줄도 모르고 가끔 한 번씩 쉬면서 간 것이 평야처럼 넓게 펼쳐진 곳을 지나

백록담까지 올라갔다.

기분이 몹시 상쾌하고 뿌듯하였다.

자연의 푸르름 속에서 맑은 공기를 한껏 들이켰다.

속이 뻥 뚫린 듯 시원하였다.

신록의 푸르름으로 온 산이 초록빛으로 가득했다.

중간중간 바위들도 푸른빛과 어우러져 멋스러워 보였다.

마치 한 폭의 그림 같았다.

그땐 젊어서 그랬는지 몰라도 힘든 것도 몰랐다.

눈에 한가득 자연이 그려놓은 풍경화를 담고 조심스레 산을 내려왔다.

지금까지도 그때의 푸르름을 잊지 못한다.

그때 사람들의 시선이 부끄럽지 않았었다.

당당하게 오르내렸던 지난날이 그립다.

그때에 비하면 지금은 몇 계단 안 되는 것도 게걸음으로 내려가고 가까스로 계단을 올라간다.

또한 높은 산은 아예 갈 수 없게 되어서 아쉬움이 크게 느껴진다.

다시 그때로 돌아갈 수 없는 젊음이 그립다.

비록 그 젊음으로 되돌아갈 수는 없지만,

대신 가슴 한켠에 추억을 고이 간직해 놓고 가끔 꺼내어 볼 수 있어 그래도 감사하다.

또한 아름답고 소중한 추억이 있어 가끔 힘들고 지칠 때 활력을 얻을 수 있는 나만의 마음속 앨범이

있어서 감사하다.

만일 그때 우리가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해 산에 오르는 걸 중도 포기했다면 그와 같은

추억을 쌓지 못했을 것이다.

비록 지금은 그때와는 상황이 많이 다르긴 하지만,

지금의 주워진 여건에서 내가 갈 수 있는 곳으로 여행을 하면서 또 다른 추억을 쌓고 싶다.

자연스레 나이 듦을 받아들이고,

늙어감을 슬퍼하지 않고 수긍하면서 세상과 어우러지고 동화되어 살아가면서 나름의 행복을

느끼고 싶다.

결코 부끄럽지 않고 당당하게 세상 속으로 뚜벅뚜벅 걸어가고자 한다.

또한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한 나머지 잔뜩 움츠러들어 아무것도 못하는

바보 같은 일은 하지 않으려 한다.

이 세상의 아름다움을 더 많이 보고 간직할 수 있길 기대해 본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다른 사람의 시선을 때로는 의식하고 고려해야 하겠지만,

그렇다고 지나치게 의식해 자신의 삶을 위축시키고 그르치는 일은 없어야겠다.

언제나 좋은 시선과 결정으로 당신의 아름다운 삶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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