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새로운 삶과 인생을 위하여
비움!
나는 지금까지 비움을 잘 못하고 살아왔다.
그러나
요즘 들어 비움에 대해 생각하면서 필요성을 느꼈다.
예전엔 아깝다는 생각과 다음에 필요할 때가 있을 것 같은 생각 때문에 못 버리고 쌓아왔다.
내가 비움에 대해 생각하게 된 계기는 시어머님이 돌아가시고 난 후 유품 정리를 하면서부터다.
지금 살고 있는 집에서 형제들과의 상속 문제가 정리되면 이사를 가야 해서 반드시
짐 정리가 필요한 상황이다.
살림을 오래 하다 보니 집안이 묵은 살림들로 넘쳐난다.
1톤 트럭으로 한 차를 버렸는데도 세 집 살림이 합쳐진 상태라 집안 가득 차 있었다.
시누이 살림, 어머님 살림, 내 살림이 집안 곳곳에 놓여 있었다.
비워야지, 비워야지 하면서도 버리는 걸 미뤄왔다.
그러다 블로그 이웃님의 글을 읽고 다시금 비움의 필요성을 느꼈다.
그래서 바로 실천으로 옮겼다.
하루에 한 가지씩 비워가기로 마음먹었다.
하나를 버리고 나니 답답했던 마음이 조금 개운해 짐을 느꼈다.
평소 눈에 거슬렸던 것부터 비우기로 마음먹었다.
물건에 대한 소중함과 금전적으로 아깝다는 생각이 비워야 한다는 생각보다 더 지배적이었기
때문에 쉽사리 버리기 어려웠었다.
나이가 들고 아이들이 독립하면서 남편과 둘만 살다 보니 많은 살림이 필요 없음을 매번 느끼고
실감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비움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었고 심플하게 살고 싶어졌다.
요즘 미니멀라이프를 추구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는 추세이기도 하거니와 그러한
삶이 좋아 보였다.
그래서 요즘은 여간해서 물건을 사지 않고, 사지 않으려 하고 있다.
일례로 옷도 있는 것 입고 버리고 나면 사지 않고 있다.
그동안 무엇이든 필요하다 싶으면 쉽게 사고 아까워서 버리지 못하고 살아왔다.
그에 따라 금전적으로도 낭비가 된 측면도 있었고, 전엔 그걸 인지하지 못하고 살아온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것들이 인지되기 시작한 계기는,
최근에 복잡한 문제들이 해결이 되고 마음에 여유가 생기면서 그러한 것들이 눈에 들어오면서부터다.
그래서
생활패턴을 조금씩 바꿔 나가고 있는 중이다.
비단 물건뿐만이 아니라 식생활도 개선해 나가고 있다.
노년이 되고 보니 자식들에게 누가 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내가 정리할 수 있는 건 미리 정리해 두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삶의 여백을 조금씩 조금씩 늘려가면서 무거웠던 마음도 점차 가벼워지고 활기가 생겼다.
무엇을 비운다는 것이 비단 살림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복잡했던 마음, 우울했던 마음, 가슴 아팠던 기억들도 비워야 한다는 걸 느끼고 깨달았다.
그래서 그러한 것들도 비워가자 마음먹고 노력 중이다.
요즘은 노래나 음악을 많이 듣는다.
학창 시절 즐겨 듣던 클래식이나 즐겨 불렀던 가곡을 들으면서 이른 새벽에 일어나 하루를 시작한다.
물론 가요도 좋아하고 많이 듣는다.
내 감성을 일깨워 주었던 음악을 다시 듣기 시작하면서 정서적으로 많이 안정이 되고,
복잡한 마음을 비우는데도 많은 도움이 되었다.
그러면서 본연의 내 모습을 조금씩 찾아가고 있다.
비워진 자리엔 새로운 마음으로, 새로운 공간으로 채워 나가려 한다.
좀 더 편안하고 행복한 삶의 공간으로 내어 줄까 한다.
평생 아프고 고통스러워 슬픔이 가득했던 것들을 비워내고 기쁘고 즐거운 마음으로 행복을 채워가는
여유로운 공간으로 만들어 가고 싶다.
그래서 가슴 한편에 여백을 두고 살아가려 한다.
비움의 미학에서 얻어지는 또 다른 나의 인생,
제2막의 장을 열고자 한다.
더불어 자식들 기억 속에 아름다운 페이지로 남을 수 있도록 활짝 웃는 얼굴로 밝게,
행복한 삶을 살아가려고 한다.
비움의 미학,
삶의 여백을 차근차근 실천하면서 새로운 삶으로 인생의 여정을 한 걸음 한 걸음 걸어가려 한다.
이 또한 아름답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