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지 않은 동행

(에세이) 둘이어도 혼자인 것처럼

by 황윤주

평생 운동을 모르던 남편이 어느 날 함께 운동을 하자고 제안해 왔다.

코스는 시장 끼고 동네 한 바퀴 돌아오기였다.

그러다가 조금 멀리 갔다 오자고 하여 전에 살던 동네 뒷산으로 갔다.

산은 그리 높지 않았지만 무릎 수술을 했던 내게는 조금 무리였다.

산은 오르막 내리막 길이 있어 한 번 가고 더 이상 가지 않았다.

집에서 출발하여 시장 한 바퀴 돌아오는데 약 40분 정도 걸린다.

운동 중에 가끔 시장에서 장을 보기도 한다.


아이들이 있었을 땐 아이들과 함께 다녔었는데 아이들이 결혼을 하고 독립을 한 관계로

남편이 은퇴를 한 이후에는 남편과 함께 다니고 있다.

남편이 회사에 다닐 때는 주말이나 휴일엔 집에서 누워지내며 꼼짝도 안 했었다.

집에 있어도 거실에서 한 평 남짓한 공간에 누워서 게임하면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

딱 그 정도 공간이면 충분하다고 한다.

유일하게 움직일 때는 화장실을 가거나 담배 피울 때 그리고 식사를 할 때다.

그 외엔 일어나서 왔다 갔다 하는 일이 거의 없다.

이러한 생활은 오랜 세월 동안 자신의 루틴처럼 되어 왔다.


특히 비 오는 날은 밖에 나가지 않는 것이 철칙이나 병원에 가는 것은 예외이다.

가끔 귀찮을 때는 그나마 하던 운동도 거르기 십상이다.

밖에 나갈 때는 항상 이어폰과 휴대폰을 챙긴다.

같이 걷다가 잠깐 내가 장을 볼 때면 혼자 저만치 가고 없다.

그러다 다시 되돌아오기도 한다.

이어폰을 끼고 들을 땐,

옆에 내가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고 혼자 앞서가기 일쑤다.

어쩌다 마트 안에 뭘 사려고 들어가도 혼자 밖에서 기다린다.

걷다가 카페에서 커피 한 잔 마시고 가자해도 번번이 거절한다.

원래 그런 걸 좋아하지 않는 성격이라 그러려니 하다가도 가끔은 서운한 맘이 들 때도 있다.


도무지 집 밖에 나가려 하지 않아서 한 달에 한 번은 외식하자고 약속했으나 그것도

몇 번하고 그쳤다.

자식들이 오거나 지인들이 와서 밖에서 식사를 할 때를 제외하고 귀찮아서 꺼린다.

그래서 아들만큼은 그러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도록 데리고 다녔었다.

그래서 인지는 몰라도 아빠의 성격을 닮은 부분도 있지만 내가 염려하는 그런 일은

아직까지 없다.

참 다행이다.

앞으로도 없기를 바란다.


남편은 가부장적인 성향이 짙다.

남자는 부엌에 들어가면 안 된다는 가르침을 받고 자랐다.

그래서 결혼한 후에도 절대로 주방에 들어와 무얼 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다.

심지어 물 한 잔도 본인 손으로 안 마실 정도였다.

그러한 행동은 시어머님께서 돌아가시기 전까지 그랬었다.


요즘은 내가 조금씩 바꾸도록 하고 있다.

그럼에도 문득문득 그러한 행동들이 나온다.

오랜 습관을 바꾸기란 결코 쉽지가 않다.


남편은 못 하나도 못 박는다.

전등 하나도 못 간다.

언제나 "돈 벌어다 주면 되지... 그 돈으로 고치고 사면되지... 그러라고 돈 벌어다 주는 거야."

라고 주장해 왔다.

정말 손 하나 까딱 안 했다.

회사에 다닐 땐 '힘들어서 쉬려고 그러겠지.'라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힘드니까 쉬라고 장 보러 가거나 병원에 갈 때도 대부분 혼자 다니거나 아이들이

동행했었다.

남편이 동행하는 경우는 어쩌다 가물에 콩이나 듯 그랬었다.

물론 기대도 안 했었다.

그냥 포기하고 살아왔다.

그래서 아이들만큼은 나와 같은 삶을 살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서 스스로 자신을 챙기는 것은 물론이고

배우자와 언제나 함께 하라고 얘기한다.

그것이 대화이든, 의논이든... 무슨 일이든 함께 공유하며 함께 하라 일렀다.

지금까지는 잘하고 있는 것 같아 다행이다.


둘이 있으나 혼자인 것처럼 외로운 맘이 드는 순간들이 나를 더욱 힘들게 했었다.

남몰래 소리 없이 흐느껴 울면서 고뇌에 찼던 순간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치고 지나간다.

지금은 아이들이 어른이 되어서 대화하고, 의논할 상대가 되어 주기도 하고, 마음을 알아주기도 한다.

가끔은 남편에 대한 서운함을 털어놓기도 한다.

때로는 아이들의 도움을 받기도 하고 푸념을 하기도 한다.


그렇게 벽창호 같았던 남편도 세월이 가고 나이가 드니 조금씩 변하고 있다.

밖에 나가서는 다른 사람들과 얘기도 잘하고 소통도 잘한다.

그래서 드는 생각이 내가 뭘 잘못하나 싶어 물어봤더니 단순히 남들한테는 그렇게 할 수 없으나

나는 어떻게 해도 다 들어줘서 편하기 때문에 그렇게 한다는 것이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뒤통수 한 대 제대로 맞은 느낌이었다.

한마디로 내가 만만했던 것이다.


요즘 매일 함께 지내면서 남편을 바라보면 마치 늦둥이 아들 하나 키우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남자는 나이가 들어도 철이 없다. 철이 늦게 든다."라고 들었던 말들이 생각난다.

물론 모든 남자들이 다 그런 건 아니겠지만,

그 말을 들었을 땐 설마 했었는데 정말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영원히 풀리지 않는 숙제처럼 여겨진다.

좀처럼 쉽게 고쳐질 것 같지 않다.

모든 걸 내려놓아야지 생각하고 많은 걸 내려놓고 살다가도 한 번씩 한숨이 나오고 혼자 푸념을

하기도 한다.

그럴 때면 '전생에 죄를 많이 졌나? 아직도 내가 겪어야 할 시련이 더 남아 있나?'생각한다.

결코 쉽지 않은 동행이란 생각이 오늘도 내 가슴을 시리게 한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나고 자라서 그럴 수 있다고 생각은 들지만 몇 십 년 세월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변하지 않는 모습을 보면서 습관의 무서움을 다시 한번 느낀다.

비록 가끔 삐그덕거리기도 하지만 조금씩 조금씩 맞춰가며 살다 보니 나름대로 위안이

되기도 한다.

지금까지 쉽지 않은 동행이었다면 앞으로는 함께하는 동행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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