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그림을 잘 그리는 방법을 궁금해해요.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사진과 같이 살아 있을 법한 그림을 그리기를 희망하죠. 마치 대상을 똑같이 복제하는 것이 그림에 최상위라는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그림에 대한 이상을 꿈꾸곤 자신의 능력을 탓하며 그림 그리기를 시작도 못하시죠. 그런 분들을 보면 많이 아쉬워요.
혹시 오늘도 수채화 종이 위에 물감이 스케치선을 벗어날까, 색감이 탁해지면 어떡하지 하며 고민하는 분들께 드로잉을 권해요.
묘사에 치우쳐 그림의 본질을 느끼지 못하거나, 다소 긴장되고 경직되어 세밀한 그리기가 적성에 맞지 않는 분들께 새로운 세계가 되리라 생각해요.
한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 10시간의 공을 들이는 것보다 한 시간에 1 작품씩 10 작품의 드로잉을 해 보세요. 수채화나 유화로는 불가능했던 가능성들로 내면을 표출하는 과정이 편안하게 표출됩니다. 실제로 새로운 작업을 위해 고민을 하는 시간에 드로잉에서 큰 도움을 받는 경우가 참 많아요. 아이디어 스케치 같은 효과를 볼 수도 있지요. 제게 드로잉 북은 보물과도 같은 존재예요.
매일 들고 다닐 수 있는 장점이 있지요. 장시간 외출할 때 드로잉 북이 없으면 매우 허전하고 불안할 정도죠. 틈만 나면 마음에 보이는 광경을 스케치하고 싶고, 구상된 스케치를 수정하고 싶은 마음이 들어요. 그렇게 드롱잉 북에 쌓아진 스케치들은 마음을 단단히 하고 풍요로운 과정으로 그려낸 조각들이 모여져요. 작은 조각들이 모여 단단하게 만들어진 생각들은 언제든 캔버스로 옮겨 낼 수 있어요.
글을 쓰는 작가들이 틈만 나면 하는 메모와 같죠. 저는 제 드로잉 북이 제 그림을 대변해 주고 생명을 준다고 믿어요. 스토리 텔링을 하듯 나만의 이야기들로 채워나가는 드로잉북이죠. 내 작품을 위한 단단한 이야기 북이 되고 소통의 장이 되는 드로잉북 여러분께도 소개해 드릴게요.
드로잉
: 드로잉은 작품을 구상화하는 아이디어나 감각을 유지하고 무엇보다 손을 푸는 일이다.
화가의 손 (드로잉) 이강일 연구실 벽면에 죽 늘어선 작은 드로잉은 정직하고 견고하다. 손끝의 재주로 넘실대지 않고 익숙한 관성에 입각해 마구 풀러나 오는 것도 아니다. 매 순간 유연하게 풀어 둔 손에 의해서 나온 그림이다. 오랜 드로잉 훈련은 자가의 몸을 다른 몸으로 만든다. 그러니까 드로잉 한다는 것은 대상과 세계를 파악하고 이를 조형적으로 풀어낼 수 있는 고도의 몸을 만드는 일이다. 이 몸이 되어서야 비로소 그림이 가능하다.
---------------------------------박영택/예술가의 작업실
드로잉은 틈틈이 마시는 물과 같은 존재예요. 수시로 마시는 물이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것처럼, 매일 반복해서 그리는 드로잉은 감각을 잃지 않고 유지하는 비결이죠.
운동을 위해 준비운동을 하죠. 노곤하거나, 덜 가신 피로를 풀어주며 몸에 긴장감을 섞어주잖아요. 매일 하는 운동이라 해도 준비운동은 중요한 순간일수록 거르는 일이 없지요. 그림을 그리기 위한 준비운동과 같아요. 감각을 불러주고 전체적인 기운을 순환시켜주는 역할을 하죠. 뇌와 손이 협응을 도와주고 직관력이 좋아져 감각기관의 힘이 길러지다 보니 그림을 좀 더 자유롭게 그리게 되죠. 노래를 부르기 전에 목을 풀어주는 것과 같아요.
감각이 슬며시 날을 숨기고 휴면 상태에 들어가면, 씨실과 날실을 교차 하 듯이 드로잉으로 그림에 숨이 끈기지 않게 해 줘요. 매일 꾸준한 드로잉은 붓을 들지 않고도 매일 붓을 든 효과를 얻을 수 있기도 해요.
사람들은 보편적으로 그림을 그리는 작가들은 무엇이든 잘 그릴 것이라고 무조건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요. 그것은 주부라면 어떠한 요리든 잘한다는 말과 같아요.
그림을 그리는 화가들이 무엇이든 잘 그리는 것은 아니에요. 매일 그림을 그리지만 자연이나 사물을 중심으로 그리는 작가는 인체를 그리는 것을 꺼려하는 경우가 있고, 사실적 표현에 길들여져 있는 작가는 감각적이고 거친 표현을 어색해하는 경우가 있지요. 오랜 시간 특수한 재료를 연구해 오시는 분들 역시 그리기에 시간을 들여 그리지 않으면 그리는 것을 멀리하게 돼요.
그래서 작가들 사이에서도 드로잉의 중요성을 강조하죠. 매일 그리는 드로잉은 시간이 흐르면 무서운 힘을 발휘하게 되기도 해요. 에스키스 북에 꾸준히 그려진 드로잉은 나의 마음이 시력을 키우는 장이 되어 오늘 그리는 나의 그림에 큰 영향을 주거든요. 드로잉은 가볍게 스케치하듯이 시작해서 부담이 없어요. 그래서인지 자유로운 상상들이 담아지고 완전하진 않지만 순간순간 아이디어들이 모여져 캔버스 작업에 큰 영향을 주죠.
어떠한 도구든 긴장하지 않고 종이 위에 둥그르는 거예요. 틀리면 덮거나 그냥 내버려 둔 채 또다시 반복적으로 그리기를 겹치기도 하고 마음에 드는 부분만을 오려 다른 도화지에 옮겨 붙이기도 해 보세요. 직접 긋는 선이 두렵다면 마스팅 테이프나 다양한 선재의 재료로 선을 구상해보세요. 모자이크처럼 모든 것을 찢어 붙이는 것은 어떨까요? 드로잉의 세계는 무엇이든 용서가 되고 허용이 돼요. 습식 재료부터 건식 재료까지 쏟아서 마구마구 그려 보는 거예요.
무엇을 그려 보고 싶으신가요?
매일 예쁘게 화장하고 드레스를 입은 아름다운 모습만을 그리는 것처럼 지루한 것이 없죠.
그래서일까 선이 살아 있는 두 번 다시 그 맛을 살릴 수 없을 것 같은 드로잉을 만나면 묘한 매력에 빠지게 되고 계속해서 눈을 뗄 수 없게 돼요. 이런 드로잉을 감상하면서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감상자라면 그는 이미 고수인 샘이죠. 그림을 감상하는 마음의 밭이 촉촉하게 다져져 있고 숨을 쉬고 있다는 것이에요. 나만의 취향이 있고, 그는 어느새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무엇인지 마음속 한편에 저장을 해두고 있는 것과 같아요. 그 저장된 에너지는 과연 무엇일까요? 그 에너지 속에 그림의 핵심이 숨겨져 있어요. 그 핵심은 저마다 의미도 취향도 힘의 정도도 다르지만 우리의 가슴을 뭉클하고 뜨겁게 만들어 주는 것은 확실해요.
드로잉은 하나의 작품이 되기도 하고 작품을 위한 일부가 되기도 해요. 드로잉의 폭은 연필로 지우개를 그리는 것부터 콜라쥬를 붙이거나 오려내는 작업까지 제한이 없어요. 매우 자유롭죠.
방대하고 자신감 넘치는 폭풍우 같은 드로잉을 마주할 때마다 드로잉 앞에 잔뜩 겁을 먹은 내 모습을 떠올리기도 해요. 한 것 거침없는 자유로움, 자신감 있는 선과 감각들 그 기운에 제압당하는 꼴이란 영락없이 무언가에 쫓기거나, 끌려 다니는 예술가의 삶이 여실히 드러나요. 도화지 안에 주인이 되지 못해서죠. 아이가 눈밭에서 거침없이 둥구르는 것처럼, 농부가 논밭에서 망설임 없이 수확을 하는 것처럼 작가는 종이 위에서 두려움이 없이 뛰 놀듯 그려야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