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에 숨은 비밀

그림은 인격과 같다

by 엄마작가 선영



그림을 감상한다는 것은 타인의 속마음을 들여다보는 것이에요. 그림을 그리기 위해 무얼 그릴까 생각하는 마음이 그리기의 시작이죠. 그 마음은 내가 대상에게 갖는 애정의 마음이고, 관심의 마음이에요. 내가 나누고 싶은 가슴에 담은 나를 표현하고 그림은 곧 심상이 되죠.

어떻게 그릴까? 하고 고민하는 마음은 어떤 말을 어떻게 할까 고민하는 것과 같아요. 단지 언어도 글도 아닌 그리기로 표현 방법을 택했을 뿐이죠.

그림으로 보이는 것뿐만 아니라 감정을 표현하기예요. 나의 내면의 언어로 말이죠. 뭉크가 죽음에 대한 공포를 그렸고, 프리다 칼로가 자신의 삶에서 격은 고통과 분노를 회화로 표현한 것과 같죠. 그래서 작품은 인격과 같아요. 개개인의 경험과 사고에서 나온 자신만의 감정표출이죠. 감정을 표출한다는 것은 그 사람이 평소 담고 있는 성품이 드러나는 것과 같아요. 한 줄기 선에서 베어나는 인간의 감성의 전부를 표현할 수 있고 드러나기 때문이죠. 그런 것을 작품이라 말해요. 그래서 개개인의 작품을 함부로 평가하지도 해서도 안돼요.

유치원생에게 하늘을 보고 각자의 생각을 발표하세요.라고 선생님께 말씀하시면 아이들은 파란 하늘을 보고 수영장 같아요. 구름 속에서 수영할래요. 파란 물감을 풀어놓은 것 같아요. 시원한 소다 맛 음료수 같아요. 빨대를 꼽아서 마시고 싶어요. 우리 엄마의 품 같이 폭신해요.라고 소리 높여 발표하겠죠. 파란 하늘에 대해 누구나 솔직한 생각을 표현할 수 있잖아요. 아무 누구도 부정을 이야기할 수도 자신의 생각이 가장 옳다고도 할 수 없어요. 설령 어느 아이가 파란 바다에 빠진 누군가를 보았다면 파란 하늘을 보고도 죽음을 떠올릴 수 있죠. 파란 하늘을 보고 죽음을 떠올린 것에 대해 누구도 비난할 수 없어요.

그림도 마찬가지예요. 자신의 감정을 느끼는 그대로를 드러내고 표현하는 것이죠. 누구도 자신의 인격을 무시해서는 안 되는 것과 같이 스스로의 언어를 표현함에 있어 부끄러울 것도 눈치 볼 것도 없어요. 글쓰기가 잘 쓰는 사람의 전유물이 아닌 것처럼 그리기도 잘 그리는 사람의 전유물이 아니에요.

캔버스에 그려진 물감의 색깔, 질감, 형태와 무늬를 감상하는 것은 작품의 겉모습만을 감상하는 것과 같아요. 많은 사람들이 사람의 보여지는 모습만을 보고 상대를 평가하는 것처럼 작품의 겉모습만을 감상하는 것과 같죠. 겉모습만 봐서는 잘 모르는 것과 같이 그림의 내면을 보려 하지 않으면 그림을 아무리 감상해도 알 수 없어요. 그림의 내면을 주위 깊이 보고자 한다면 스스로 그려 보는 것만큼 좋은 것은 없죠. 외국어를 배우려면 듣고 쓰는 것만이 아닌 직접 말을 해 봐야 하는 것과 같아요.

그래서 저는 많은 분들께 그리기를 소개하고 싶은 거죠.



작품은 작가의 개인적인 감정을 표현하기도 하니 설명이 없이는 작가들 역시 모르는 그림이 있어요. 그럴 땐 솔직하게 물어보면 돼요. 대화를 하다가 잘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을 되묻기와 같아요. 잘 모르는 부분도 설명을 듣고 대화를 하다 보면 이해가 가는 것처럼요. 그렇듯 보려 하면 보이는 것이 마음이고 그림이에요. 세상 무엇도 마음을 들여 보려 하면 볼 수 있다고 믿어요.

분명 순수하게 작가의 심상만을 표현했으니 무엇을 그렸는지 모른다 하는 그림도 적지 않아요. 각자 바쁘게 살아가는 삶이려니 가슴을 쓸어내리고 차분히 묵묵히 느껴 보세요. 개개인의 속내가 다른 것뿐이에요. 그 많은 작가가 한 마음이 되어 매일 똑같은 해가 뜨듯 석양을 그리고 장미 정원만을 그리기를 누구도 원치 않는 고뇌에서 비롯된 것이니 이해해 주세요.

하지만 분명한 것은 어느 한 사람도 감동시키지 못하는 그림을 우리는 감동적이다.라고 말하지는 않아요. 그 감동에는 분명 작가의 감성이 만들어준 겸손과 진정성이라는 인격이 만들어준 작품이죠. 누구나 진정성만 있으면 작품을 지을 수 있어요.

작가인 저조차도 이해하지 못하고 지나가는 작품이 많아요. 하지만 우리가 살면서 모든 것을 알아야 할 필요가 없는 것처럼 자신에게 전해지는 작품을 편안하게 감상하면 충분해요. 사람들의 마음을 모두 이해하기 힘든 것처럼 모든 그림을 이해하기란 모순에 가깝죠. 살아온 삶이 달랐을 뿐이고 개인의 감성이 달라서 그런 것이라고 생각하면 돼요. 관점이 다르다는 이유로 상대의 관점을 바꾸려 하지 않는 이유는 우리가 서로 다름을 인정하기 때문인 것처럼 그림도 마찬가지예요. 각자의 개성을 존중하고 자신의 취향에 맞는 그림을 즐기면 되는 거죠. 내가 사과를 좋아한다고 해서 세상 모두가 사과를 좋아할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은 없지요. 그런데 유독 이해가 되지 않는 그림을 모른다며 자신의 무지를 탓해요. 감상자는 죄가 없어요. 모르는 것이 잘 못이 아니라는 사실을 우리는 잘 알고 있잖아요. 나는 사람이라는 인격을 대하듯 그림의 인격으로 대하며 가만히 느끼려 노력해요. 그 기운과 색감, 질감, 행태, 무늬까지요. 그리곤 내 마음이 이해가 되는 부분까지만 담기기를 받아들여요.

작가가 선택한 특정 대상을 어떤 경로를 통해 그리려 했을까, 색깔이 말하고자 하는 의미는 무엇인가, 그림의 전반적인 느낌과 분위기는 작가의 삶에서 어떻게 반영되었는가, 그림이 나에게 주는 감정까지 모두를 감상해보려고 노력해요. 마음대로 상상해보세요. 나라면 같은 주제를 어떻게 표현했을까 하며 말이죠. 마지막으로 작가가 작품을 그려내는 집중하는 모습까지 상상해 보세요. 그리고 그 마음으로 그림을 그려 보기도 해 보면 어떨까요?

그리고 나면 그 작품을 통해 작가에게 마음을 뺏기기도 해요. 작가를 보지 않아도 작가의 성품이 느껴지기도 하고, 그림 감상을 통해 작가의 마음을 배워요. 제가 그림을 인격적으로 대하고자 했기 때문에 작품 감상이 내게 주는 거대한 감동의 선물이죠. 그래서 대가들의 작품을 감상함으로 그들의 삶을 감상하고 젖어들기도 해요.


사람을 이해하고 어울리 듯이 작품도 자신의 취향에 맞는 것부터 이해하고 관계 맺기부터 시작해 보세요. 새로운 친구를 사귀 듯이 좋아하는 애정을 담고 있는 사람을 마주하듯이 말이죠.

세상을 감상하듯 사람을 감상하듯 마주하는 그림은 삶에서 스치듯 지나가는 사랑을 살뜰하게 느낄 수 있도록 도와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