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으로 마음 찾기

마음과의 대화

by 엄마작가 선영



세상 사람들이 똑같은 얼굴을 하고 있으면 어떨까요? 가방이나 옷의 디자인이 똑같은 제품들만 있다면 어떨까요? 다 똑같은 느낌의 그림은요? 왜 잘 이해가 되지 않는 그림은 존재할까요? 그렇다면 내가 이해하는 그림만 그림이니 세상 모든 작가들이 자신이 이해하는 수준에 한하여 그림을 그려야 할까요? 잘 이해가 되지 않는 작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여러분이 그림을 그리는 작가라면 매일 똑같은 그림을 그리는 작가들로 넘쳐난다면요?


그래서 작가들은 매일 가장 나다운 것이 세계적인 것이라는 백남준 작가의 말처럼 자기다움을 찾기 위해 질문하고 사색하죠. 자신의 내면의 소리를 듣고 표현하기 위해 뼛속 깊이까지 내려가서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고 표현해 내는 거예요.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 밥을 먹듯 원하고 즐기는 것들에 대해 생각하고 구체적으로 표현할 수 있어야 해요. 때론 집요하고 때론 자유롭죠.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자신의 감정을 읽어 보는 거예요. 마음 읽기는 그리기에 일부이죠. 파란 하늘을 100명의 아이가 표현해 볼까요? 혹시 100개의 쌍둥이 하늘이 탄생될 것이라 생각하고 계시나요? 내 아이가 100명의 아이 중 가장 독창적이길 바라지는 않으신가요?

성인들의 그리기는 과거의 경험을 토대로 사진처럼 재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물론 그림의 완성도와 성취감을 얻을 수 있어요. 하지만 그림의 본질인 내면을 드러내는 과정은 조금 다르죠.

내면을 발견하고 표현하기는 순간순간 자신에게 달려드는 물음과 무의식의 교감이 필요해요. 자신에게 달려드는 물음과 불안, 욕구에 대한 궁금증 들을 풀어내기 위해서는 자신이 누구인지 끊임없이 묻고 표현하며 나를 발견해야 하죠. 내가 좋아하는 것 나의 성향, 지금의 기분, 정서, 내 마음의 모습을 알아야 표현하고 싶은 것을 표현할 수 있어요. 저마다의 감정이라는 고유 색채를 발견하고 내가 바라보는 것을 감정 언어로 표현하죠.

존재감, 정체성, 자아 인지 바로 나를 알아 가는 시간을 말해요. 그림의 시작은 바로 나를 알아가는 첫걸음 인 셈이죠.

이제부터 나를 알아가는 그리기를 시작해 볼까 해요.
나를 알아가는 그리기를 위해서는 가장 먼저 에스키스 북이 필요해요. 에스키스 북은 가급적 줄이 없는 A4 내외의 스케치북 느낌이 나는 수첩을 말해요. 그곳에 여러분의 일기 같은 생각을 노트해요. 하지만 일기와는 조금 달라요. 일상을 말하고 기록하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내 생각에 질문을 하고 생각의 정체를 밝히는 것이죠.
일상을 스케치하기에서 멈추면 기록을 하는 것에서 끝이 나요. 하지만 스케치를 하고 질문을 하면 그린이의 무의식을 알아가게 돼요. 그 무의식의 정체가 그림의 언어에 숨겨져 있죠.

미술관 수업 첫 번째 그리기 날이었어요. 그림을 마치고 수강생과의 공유의 시간이었죠. 한 분 한 분들의 말씀이 그림과의 대화를 하는 수업이 가능할까? 하고 걱정했던 제 고민을 한순간에 해결해 주셨죠. 그것은 아마도 그림을 그리고 싶은 마음이 이미 자기와의 대화를 하고 있다는 것으로 느껴졌어요.

(에스키스 수업 사례)
내가 그림이 할 수 있는 것 이 나무가 저예요. 제에겐 전부 다 낯설고 모르는 사람과의 시간이잖아요. 나무에게 의지도 하고 알아야 가야 할 사람들을 멀리 뒤로 놓았어요. 나뭇잎 중에 빨갛게 물든 잎 하나를 가리키며 이 빨간 나뭇잎이 저예요. 그 주변에 초록 나뭇잎은 제가 알아가야 할 사람들이에요. 초록 나뭇잎도 시간이 지나면서 빨갛게 물들잖아요. 시간이 지나면 편해지고 함께 된다는 의미에서 그려 보았어요.

2018년 9월 28일 수업 시간에 어는 40살 아이 셋 주부의 이야기이다. 나는 되도록 수업을 하는 시간이 전부로 끝나버리는 그림을 그리는 방법을 가르치는 수업 보다, 그림을 그리고 싶고 그 감정을 즐길 수 있는 그림이 삶에 에센스가 될 수 있는 미술 수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물론 그림을 그린다는 것만으로 충분히 그 감정을 스스로 느낄 수 있다. 그림이란 분명 그러한 마법과도 같은 힘이 있다. 그렇지만 그림을 단순히 그리고 나서 느끼는 좋은 감정들을 그리지 않으면 쉽사리 사라지기 마련이다. 나 역시 예외는 아니었으니 의심할 여지란 없다. 그리하여 그림을 스케치하면서 들었던 감정을 적어 보라고 하였다.


대상을 선정하면서 교감하는 기분을 적어 보세요라는 지령을 내려주고 발표의 시간을 가져 보았다. 서로의 감정을 짧게나마 나누니 그녀들의 마음을 솔직하게 들여다볼 수 있었다.

내가 이렇습니다.라고 의견을 이야기해보고 그 대상이 어떤 기분인지 무엇과 닮았는지 생각해 보라고 말씀드렸다. 한분 한분 자신의 현실에 비추어 감정들을 표현하려고 애쓰는 마음이셨다. 이런 감정을 표현하는 시간이 없었는데 내 삶 속에서 비친 모습이 자연에서 느끼져 참 신기하다고 하셨다.


그림으로 적절하게 속마음을 표현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그림을 그리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드러나는 짧은 대사는 그 사람을 충분히 대변해줄 수 있는 힘이 비쳤다. 한 분 한 분 공감할 수 있었고, 편안하게 내어진 이야기들은 감정의 벽을 허물어 주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되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그림의 표현력을 배우는 것은 시간을 들여 배우면 누구나 배울 수 있어요. 하지만 이렇게 시간을 내어 10분의 선생님들을 보시고 귀한 그림을 배우는 동안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지 생각해 보니 기술이 아닌 마음을 일구는 수업이 되었으면 해요. 그래서 작은 스케치북을 준비하고 평소에 느끼는 감정들을 적어보고 나누는 시간들을 가져보려고요. 책을 읽고 메모를 한다거나, 짧은 시간 누군가를 기다린다거나 어느 때고 펼치고 그릴 수 있는 상상을 하니 내가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어떤 수업을 계획해야 하는지 그려지기 시작했다.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고 내가 그린 그림은 특별하다. 사람들에게 그림을 감상하기 전에 그림을 그리고 내 마음을 먼저 감사하는 법을 나누는 것이다.

제 마음을 감상할 줄 모르면 그림을 감상하기 어려운 것은

당연한지 모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