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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마작가 선영 Mar 17. 2020

1-3 매일 한 점씩 그림을 그리세요

영감은 그리면서 생깁니다.

왜 매일 한 점씩 그림을 시작하라고 할까요?     


무엇이든 시작은 모든 감각과 기운을 모읍니다. 생각을 모으고, 감성을 모으며 나에게 집중합니다. 생각과 감성의 모음은 사색과도 같습니다. 사색의 시간이 쌓여 감동을 부릅니다. 감동을 부르고 몰입하는 것은 마음에 그림을 그리는 것입니다. 감동이 모이면 그림이 됩니다.


손도 마음도 가다듬습니다. 마음 끝에서 손끝까지 닿아집니다. 처음은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할지 정해진 행로가 없기에 더욱 몰입하게 됩니다. 몰입이 마음 끝에서 손끝에 닿으면 행로가 펼쳐집니다. 무엇이든 그릴 수 있는 마법의 힘이 펼쳐집니다. 에너지를 폭풍처럼 쏟아내기도 하지요. 그 기운은 초벌을 하는데 모두 쓰입니다. 초벌이 끝나고 재벌이 시작되는 순간부터 긴장이 풀리고 머뭇거리게 됩니다. 그리는 시간은 점점 지체되고 그림은 방향을 잃어갑니다. 재벌의 힘이 모아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럴 땐 잠시 멈춰져도 괜찮습니다.

그리곤 감각을 기르는 간단한 드로잉이라도 새롭게 시작하십시오. 작품에 주력이 되는 부분 중 연습이 필요하다면 부분 묘사를 해보는 것도 좋습니다. 때론 부분을 묘사하면서 좋은 연감을 받기도 합니다. 좀 더 깊은 사색이 필요하다면 막연하게 사색의 힘을 기르는 붓질만으로도 큰 도움이 됩니다.


또다시 새로운 작품을 시도하는 것도 좋습니다. 같은 느낌 같은 감성의 작품이라면 조금 전 시작했던 작품과 동질의 힘으로 여러 점을 함께 그려보세요. 한 점이 완성되는 것에 주력하지 마십시오. 썩 마음에 들지 않은 그림이라면 더욱 덮어 두셔도 좋습니다. 시간이 지나 그림을 다시 펼쳤을 때 새로운 감각이 모이면 다시 시작하십시오.

사색의 힘이 길러지면 자연스럽게 다음 세상이 펼쳐지기도 합니다.      

습관의 법칙 중 하나의 작품을 1년 동안 완성하기보다, 미완성이지만 1년 동안 100점의 작품을 시도하는 것이 더 큰 성과를 얻는다고 합니다. 이는 많은 시도와 경험에서 온 결과입니다. 그림을 그리다 누구나 실수하거나 마음에 들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 부분을 연연하고 고치려 마음먹었다가 더 그르치나 막연히 시간을 소비합니다. 머뭇하는 시간은 분명 그림을 그리는 시간 중 가장 지루하고 힘든 상황입니다. 정체된 시간이겠지요. '왜 이렇게 그림을 못 그리지’ 자책하기도 합니다. 자연스레 그리기 싫어지거나 그리는 속도가 줄어듭니다.      


그럴 땐 잠시 내 마음을 감상해 보세요. 혹시 그림과 싸우고 있지는 않나요? 반드시 타협이 필요로 하는 부분이라면 타협하십시오. 그러나 의미 없이 그림 그리기가 무겁게 느껴질 때에는 그림과 나 사이를 질문해 보세요. 내가 그림으로 무엇을 표현하고자 하는지. 그림에게 얻고자 했던 것이 무엇인지 말입니다. 완성하고 결론을 짓는 것에 주력하지 마십시오. 삶이 미완성인 것처럼 그림도 미완성이라도 괜찮습니다.      

이제 좀 마음이 가벼워지시나요?


관점을 조금 바꿔 보는 것뿐입니다. 그림을 완성해서 작품을 만드는 것이 목표가 아님을 기억하세요. 그림 그리기를 즐겨 보세요. 끝까지 완성을 해야 되는 것이 아니냐고요? 물론 작품을 완성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하지만 그림을 그리는 마음이 먼저라야 합니다. 완성에 집착하다 보면 그리는 이의 감동은 결국 시간 속으로 매몰되고 맙니다. 오늘 나에게 소중한 것은 그림 한 점이 아닌 그림을 그리는 행복한 마음이라야 합니다. 매일 실랑이하면서 힘겹게 완성되는 그림은 감상자에게도 힘겹게 느껴집니다.      


그리던 그림을 멈춰 보세요. 그리고 다른 그림, 또 다른 그림을 새롭게 시작해 보세요. 매 순간 다양한 기분을 새롭게 꺼내는 습관을 즐겨보세요. 그리곤 시간이 지나면 어느새 멈췄던 그림을 가뿐하게 완성할 수 있을 것입니다. 매일 가볍게 즐겁게 그려내는 동안에도 실력이 향상되기 때문입니다.

작가들은 하나의 대작을 위해 수십수백 개의 드로잉과 소품들을 그려냅니다. 한 작품을 위해 수 없이 연습을 한 셈이지요. 수 없는 연습이란 매우 많은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매일 회상하고 사색하며 나와 연관 짓고, 발견하고, 그리고, 지우고, 읽고, 쓰고… 웃고, 울며 감동한 모든 것이 작품을 위해 준비됩니다. 그러니 너무 조급해하지 마세요. 속상해하지도 체념하지도 마세요. 그림 그리기는 예쁘게 완성하는 것이 전부는 아니랍니다. 그려내기 위해 순간순간 회상하고 미소를 지었다면 그것만으로도 작품입니다.

그리는 사람의 사유가 머물고 마음이 닿으면 그림은 완성이 됩니다. 여러분도 매일 연습이 아닌 매일 작품을 하시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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