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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마작가 선영 Mar 23. 2020

나다움을 짓다

있는 그대로를 사랑하세요.

나다움이 뭔지 모르고 즐겁게 시작 했던 2020년

그림에 있어 나다움이란 자신의 기질만을 남겨 놓는 것을 말합니다. 성향의 기질, 환경의 기질, 재료의 기질이 모여 나다움이 만들어집니다.  

나다움은 누구나 가지고 있습니다. 나다움을 찾고자 하는 사람과 나다움을 찾으려 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 뿐입니다.       

우리는 무엇을 지어내려는 순간 나다움을 생각하게 됩니다. 짓는다는 것은 단순히 얻어지는 것이 아닌 스스로 자아내는 것을 말합니다. 

나다움을 찾으려는 순간 찾아지지 않는 경험이 있으십까?

모든 것이 나다움 같지만, 어느 순간 모든 것이 나 답지 않게 느껴 지신적은요?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것이 나다움입니다. 내 모습이 변하여도 변하지 않는 것이 나다움입니다. 감정에 따라 그리고 싶고, 그리는 방법들이 달라져 나다운 것이 무엇이지 혼란을 격을 뿐입니다. 

때론 나다움의 시작도 끝도 잊고 모호해지기도 합니다. 그럴 땐 혼란의 끝에서 내가 처음 붓을 들었던 그 순간의 기억을 만나보십시오. 돌고 돌아 아무것도 몰랐던 시절에 처음 느꼈던 감정과 닿으면 그것이 나다움의 씨앗이 됩니다. 

나다움은 그렇게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하며 마지막까지 남겨지는 것을 말합니다. 

내가 보는 것, 내가 좋아하는 것 모두 나다움에 일부입니다. 하지만 내가 본 모든 것들의 결과물이 나다움이 아니기도 합니다. 내가 본 기억들의 잔재일 뿐이지요. 

오늘 내가 무심코 차려내 온 식탁이 나다움이 됩니다. 주방에 널어놓은 식기 들의 모습이 나다움이 됩니다. 책장에 꽂힌 책들이 나다움이 됩니다. 온 가족 이블 베갯잇이 나다움이 됩니다. 내가 적어 놓은 노트에 글들이 나다움이 됩니다. 매일 짓는 몸짓 마음 짓이 나다움이 됩니다. 

모든 것을 털어놓고 내 마음 구석구석을 살펴보셨나요? 내 마음 가는 대로 애정이 닿는 곳이라면 닿는 대로 애정이 덜 가는 곳이라면 덜 가는 대로 모든 것이 나다움의 일부입니다. 

저는 매우 털털한 성격입니다. 가지런하지 못하기도 하지요. 자연스러움이 하늘을 찌르고 있는 그대로가 제 위치인 사람입니다. 양말이 짝짝이여도 상관없고, 매일 같은 일상에 커피는 아메리카노만 먹습니다. 유행이라는 것과는 영 상관없는 삶입니다. 

그런데 제가 보는 세상은 가지런하기를 바라고, 깎아 놓은 듯 아름다운 것과 새로운 것을 바라는 것 같았습니다. 새로운 것을 쫒고 어떻게 하면 세상 앞에서 아름다워 보일까를 고민합니다. 그리곤 그림을 다듬고 정리합니다. 어느 순간 있는 그대로의 모습은 점점 사라지고 가지런히 정리된 모습만이 남아있습니다. 그런 그리기가 반복되니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갈필을 잡지 못합니다. 누군가에게 나의 모습이 어떻게 보일까 하는 마음과 다르지 않아서입니다. 누군가에게 보이는 것을 두려워하지 마세요. 나다움은 거짓도 잘못도 아닌 자연스러운 것입니다.

시간 혼자 그리기를 부지런히 하고 나면, 선생님께서 그림을 모조리 정리해주시고 자리를 뜨십니다. 한 동안 머리가 멍해집니다. 무엇을 어떻게 그려야 할지 몰라서입니다. 그리곤 점점 선생님의 붓터치를 닮아갑니다. 자신의 터치는 사라지게 하는 연습을 남은 시간 동안 해야 하는 일상을 보내고 계시지는 않으신가요? 그림은 가급적 누군가의 손을 빌리지 않고 잘 그리건 못 그리건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야 합니다. 그린다는 것의 행위는 누구와도 같을 수 없는 자신만의 언어 이기에 그렇습니다.  

좀 더 나에게 솔직해져 봅니다. 내 모습은 어떤 모습일까요? 주위를 살펴봅니다. 내 모습과 내가 그려 놓은 선들이 어떻게 하면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보일 수 있을까 고민해 보세요. 그러기 위해서 가장 즐겁게 그리던 순간들을 떠올려 봅니다. 저는 붓을 들고 정신없이 빠르게 붓질을 할 때가 가장 즐거웠습니다. 가지런하지 않은 제 모습과 많이 닮았습니다. 투박하면서 흐르면 흐르는 대로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그려집니다. 그것이 내 모습이거늘 넘칠세라 부족할세라 조율하고 정리하였습니다. 

이제는 조금 엉성하고 제 멋대로 그려진 저에게 말해줍니다. 그게 바로 너야. 부족한 정성이 아니라 열정 가득 표현하고 싶은 마음이 너야. 이제는 그 부족한 그림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싶고 위로가 되고 싶은 존재가 너이고 있는 그대로를 사랑한다 말해줍니다. 

그러고 나니 점점 용기가 생깁니다. 엉성하고 제 멋대로인 모습이 내가 되고 위로가 된다고 생각하니 더 이상 부끄러울 것도 주눅 들지 않고 당당해집니다. 기울고 움츠려 들었던 마음이 활짝 펼쳐집니다. 

여러분이 바라보는 나다움은 어떤 모습인가요? 

있는 그대로가 나다움이 됩니다. 나다움은 생명이 되고 이야기가 되어 누군가를 향해 손을 내어줍니다. 오늘 내가 바라보고 생각하는 것들을 있는 그대로 그리십시오.    





  

붓을 다시 들으며 움츠렸던 2014년
나다움을 고민하던 2018년
매우 편안하게 그리던 2020년
있는 그대로 감정을 표현한 날에 202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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