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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마작가 선영 Mar 22. 2020

관계맺기, 그림 속 대상이 되어 보세요

나를 특별하게 해주는 그리기

조금 특별해지는 드로잉 해 보실래요?


 아래 사진은 어디서든 흔히 볼 수 있는 눈 덮인 겨울산입니다.

'아름답네요'라며 감상합니다. 감동하여 보고 또 볼 수도 있습니다. 아름다운 것을 감상하고 감동하는 것은 누구나 가능합니다. 하지만 감동만으로 기억에 담아두는 것과, 대상과 관계를 맺고 그리는 것은 매우 다른 결과를 낳습니다. 그림을 그리면 세상이 특별하게 보이고 나 자신도 특별해지는 이유입니다.      


그리곤 엉뚱한 상상까지 마다하지 않습니다.

눈 내린 산의 나뭇결이 드러나니 산의 마음결을 보는 듯합니다. 초연함을 보이는 산에게 제 마음도 기울여 이야기합니다. 내 마음을 담아주는 산이 포근히 다가옵니다. 산의 커다란 조각조각의 어우러짐은 사람과 사람이 포개진 모습처럼 보입니다. 눈 덮인 산을 보는 순간 인체가 산이 됩니다.      

마음 창에 비추어 세상을 담아내면 사소한 것에서도 우주를 발견하고 표현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예술가들이 갖은 특별함입니다. 언제고 자신의 언어로 표현하는 예술이란, 상식이라는 경계를 지나 개인의 고유성이 보편적 아름다움으로 채화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다시 말해 내 멋대로의 그림을 세상 사람들이 공감하고 감동하도록 전하는 것이지요.     

그러기 위해서는 세상을 조금 더 섬세하게 바라보지 않을 수 없답니다. 보고 또 보고, 느끼고, 감동으로 그려내야 하기 때문입니다.     


신랑의 별명 중 하나가 '산이 움직인다’입니다. 주말 늦게까지 이불을 뒤집어쓰고 자는 모습을 보고 산이라고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물을 마시려고 일어 나기라도 하면 산이 잠시 움직이다가 다시 들어가 눕습니다. 잠이 살짝 가신 신랑은 아이를 부르고 자신의 난로라며 안고 안깁니다. 아이가 신랑의 뒤집어쓴 이불 위로 올라가거나 매달려 있는 모습처럼 아름다운 풍경은 없습니다. 그러는 동안 사진을 찍고 잽싸게 크로키를 하기도 합니다. 삶의 일부를 감상하고 가슴에 담기를 반복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작가의 몸에는 수많은 감동이 담기고 그리며 쌓여갑니다.

그 경험과 작가의 마음을 토대로 커다란 숲을 거대한 몸으로 표현합니다. 누구나 상상할 수 있는 표현입니다. 눈이 온 겨울산을 아빠와 아들의 주말 아침 풍경에 이입됩니다. 그리곤 제가 평소에 그리던 엄마품과 일치시킵니다. 이 순간 작가는 커다란 산이 됩니다. 장대하고 묵묵히 말이 없이 제 몸을 내어주는 그런 산 말입니다. 잠시 잠깐 여러분이 숲을 품은 산이 되어 보십시오. 숲에 고요함을 느껴보세요. 물을 마시는 노루의 할짝거리는 소리와 바람결에 나무들이 하늘거리는 소리가 들리시나요? 그들의 사연에 취해도 보세요. 그리는 이가 산이 되어 본다는 것처럼 특별한 것이 또 있을까요? 작가의 상상은 작가의 특권이고 작가의 전체가 됩니다.      


형식이 비슷할 수는 있지만 스토리에는 작가 개인의 사랑과 마음이 담깁니다. 늦잠을 자는 아빠의 몸에서 비롯된 움직이는 산은 엄마의 품이 되고 아빠의 놀이터가 됩니다. 엄마이기도 하고 아빠이기도 한 부모의 포근함입니다. 부모의 품 안에서 아이는 언제나 행복합니다. 같은 그림도 엄마의 크기에 따라 엄마의 의미가 달라집니다. 어떠신가? 평소에 이런 상상들을 표현해 보셨나요? 그렇다면 당신은 이미 작가이십니다.

작품을 보면, 언제고 미소가 지어집니다. 그 모습이 새록새록 떠오르면서 감성에 젖게 되죠. 작가는 이렇게 모든 것을 자신의 일부와 연결 지어 상상합니다. 작가의 작품에는 결코 우연이란 없는 샘입니다. 그 경험이 작가에게만 특별하게 느껴지는 것이 아닌 가능한 많은 사람들이 느끼고 치유되길 소망합니다.


작가들은 가급적 개인의 감동이 감상자에게 전해지도록 무던히 애를 습니다. 결코 한순간에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랍니다. 하나의 작품을 위해 수십수백 번을 지나 평생을 두고 연습을 통해 만들어지기도 합니다. 보고 또 보고 원리를 파악하고, 이미지를 정확히 형성하기 위해 연습합니다. 대상이 온전히 내 몸과 마음으로 이해를 지나 작가가 대상이 되고 작품이 되어야 소리를 냅니다.      

이렇게 작가에게 자기만의 눈과 마음이 존재합니다. 흔하다면 흔하고, 사적이라면 사적인 것에 불과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그림이란 조금 특별하기도 하고, 알 수 없기도 한 이유입니다. 알 수 없는 경계를 지나 작은 상상만으로 작가는 그들만의 세계를 꿈꿉니다. 관계를 맺고 그림을 그리면 여러분의 우연도 작품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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