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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마작가 선영 Mar 20. 2020

사각사각 연필로 사색

연필사색으로 마음을 바라보다

네가 웃으면 나도 웃고, 네가 울면 나도 운다.     

어느 날 소식 없는 누군가를 기다리는 나를 바라봅니다. 여전히 작은 소리도 들을 수 없습니다. 내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먹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무얼 했을 때 입꼬리가 올라가는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그럴 땐 그냥 걷습니다. 목적지를 기약하지 않고 종일 걷습니다.

연필로 선을 사각사각 긋는다는 것은 마음을 산책하며 걷는 것과 같습니다.


반복해서 선을 긋습니다. 아무런 계획이 없이 그어도 괜찮습니다. 때론 동그라미나 깃털처럼 섬세한 선들이어도 좋습니다. 어떤 형태를 원하든 원하지 않든 계획하든 하지 않든 자유롭게 선을 긋습니다. 점이 선이 되고 선이 면이 됩니다. 점이 방황을 하다 생각이 모여 선이 되면, 선은 춤을 추다가 어우러져 면이 됩니다. 면은 시간이 지나 서서히 초원이 되고 우주가 되어 펼쳐집니다. 그렇게 끝이 없는 길을 걷듯 선이 되고 면이 되어 종이 위를 걷다 보면 음악이 켜지고 나무들이 우거진 숲속 좁은 길이 발에 닿습니다.


          

마음 숲에 오솔길 말입니다.

눈이 떠지고 고요히 흐르는 선율과 함께 마음의 산책을 시작합니다. 그림으로 떠나는 마음산책 말입니다. 조금은 답답함이나 불안이 해소되고 계시나요?

허허벌판을 내 달리려는 저도 조급함을 내려놓습니다. 사각사각 소리와 함께, 생각의 터널을 지나 가슴으로 가는 사유의 숲을 걷는 산책입니다. 매일 출발 지점은 같으나 여행의 행로는 누구도 알 수 없습니다.


이렇게 떠나는 여행은 나의 감정을 손으로 어루만지듯 세상을 감상하며 걸을 수 있고 온몸으로 스며드는 바람결에 마음이 소로록 내려 않습니다. 마음에 고요함을 찾고 휴식을 합니다. 복잡하거나 혼미한 기억들은 모습을 감추었습니다.     

잠깐이라도 연필을 들고 종이 위를 걸으며 마음산책을 해보세요. 하얀 종이를 빼곡히 연필선으로 채워보세요. 짧은 선들을 연결해 초원의 숲을 그리 듯 자유롭게 마음껏 선을 그어보세요. 그렇게 선을 긋다 만나는 선들을 모아도 보고 흩트려도 봅니다. 선들이 계단이 되어 높이높이 올라도 가고 가고 동글동글 원을 그리며 한자리에 생각이 모여 내 마음을 처언천히 살펴봅니다. 선들은 종이 위에서 웃는 얼굴이 되었다가 삐죽삐죽 선인장 가시가 되었다가 사라지기도 합니다. 마음의 흔적이 나타났다 사라졌다 합니다. 선을 긋는 것만으로도 얼키설키했던 감정들이 서서히 가라앉으며 마음의 안식을 찾습니다.


천천히 천천히 내 마음을 바라봅니다. 바라본다는 것은, 기다린다는 것입니다. 마음을 산책하며 기다린다는 것은 그림을 그리기 위한 준비와도 같습니다. 그리곤 내 마음 한구석에 손님이 오시기를 기다립니다. 그렇게 마음산책을 하다 보면 마음 한 자락에서 음성이 들려옵니다. 얼마 전 만났던 그 음성입니다. 그렇게 마음산책은 어제의 나와 마주하게 합니다. 오늘에 길은 어제의 길부터 시작입니다. 오늘의 마음산책은 어제의 길을 찾아 떠나는 마음의 길입니다.      

아이가 이불 위에 동그랗게 말아 웅크려 있는 모습이 떠오릅니다. 아이의 포실포실 올라온 볼살과 엉덩이를 만지작거리며 왜 그렇게 동그랗게 웅크리고 있어.” “그냥, 이렇게 하면 뭔가 편안한 느낌이 들어. 엄마도 해봐.” 저는 아이의 편안함을 느껴보고 싶어 아이를 따라 몸을 동그랗게 말아 웅크려 봅니다. 정말 아이의 말대로 편안한 기분이 흠뻑 느껴졌습니다. “! 정말 편안하다. 기분이 좋아지네.” 엄마가 따라 하는 것을 보며 아이도 웃고 저도 웃었습니다. 편안한 것을 느끼고 계속해서 그 자세를 취하는 아이를 보며 스스로의 안식처를 찾는 아이가 대견했습니다.


그리곤 아이의 웅크리는 모습을 사진에 담기도 하고 스케치를 했습니다. 오늘은 어제의 그 행복을 회상하고 아이의 마음을 제 마음에 두 번이고 세 번이고 담아냅니다. 아이의 편안함이란 제게도 편함을 안겨주었고 저는 그 편안함을 그렸습니다. 아이는 제 마음에 함께 하는 사랑의 씨앗이기 때문입니다.      

오늘 우둑하니 그림 앞에서 멈춰 섰다면 사각사각 연필로 산책을 해보세요. 그림으로 찾아가는 마음산책 만으로도 내가 어디에서 머무르고 멈춰 서 있는지 찾게 될 것입니다.

오늘의 내 마음을 잃고 찾아야 했다면 연필을 들고 마음산책을 해보세요. 바로 어느 멋진 날의 내 마음으로 가는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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