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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마작가 선영 Mar 27. 2020

4-2 마구마구 한 날의 드로잉

마음이 가는 대로 그리세요




왜 우리는 마구마구 그리지 못할까요?      

질문을 쥐고 있는 저도 사실 마구마구를 잘 못하고 사는 삶을 살았습니다. 누군가에게 어떻게 보일까 고민하고 뒤돌아서서 걱정하는 시간들을 보냈습니다.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렇지만 아무도 제게 마구 그려도 된다고 말해주는 분은 없었습니다. 네 마음이 무어냐고 물어주는 이는 더욱 없었습니다. 그리곤 어른이 되어서는 마구 그리면 안 될 것 같아서 마구마구 그리지 못했습니다.

무엇이 제 마음에게서 들려오는 소리를 가로막고 있었을까요. 마음을 표현하는 드로잉은 마구마구여도 괜찮습니다. 마음이 그러그러 한 날에 눈앞에 보이는 것을 잊고 마음 앞에 보이는 것을 그려 보세요. 긴장하지 않고 낙서하듯 편안히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종이를 준비하시고 앉으세요. 준비가 되셨다면 종이 위에 마음의 선을 하나 그어 봅니다. 무턱대고 그은 선이 강물이 되어 졸졸 흘러갑니다. 물소리를 들으며 따라가보세요. 바람 소리 새소리도 함께 들립니다. 기분이 좀 가벼워 지시나요? 흥얼흥얼 콧노래가 나옵니다. ‘으흐흐흐 흠 …으흠 .. 따라가다 보면 물의 끝점이 어디에 도착하셨는지 생각해 보세요. 바다일까요? 옥상 위에서 가로등 불빛을 내려다보고 계시나요? 조용하고 온화한 작은 다락방에 앉아계시나요? 마구 시작한 선의 끝자락에 자신의 마음을 가져다 놓으세요. 샅샅이 그 마음을 눈을 감고 느껴보세요. 그리곤 앞에 놓인 세상에 물어보세요. 내가 바라보는 그 마음이 어떠하냐고요.     

그리곤 곡선의 끝점에 내가 바라다 보이는 세계를 그려 보세요. 그곳에 사랑스러운 나의 강아지 사랑이가 있다면 사랑이를 그려주세요. 저를 잘 따라온 것 같은데, 사랑이를 그리는 시점에서 다시 마음이 머뭇거리시나요? 아직도 자신이 없으시다면 사랑이의 예쁜 눈, 앙증스러운 발 이렇게 작은 것부터 시작해 보세요. 그리곤 사랑이에게 작은 메시지 적어 보세요.

물줄기의 끝 지점에서 바라다본 무엇이 여러분이 가장 사랑하고 그토록 위로해 주고 싶은 여러분의 마음입니다.     

마음으로 그리는 드로잉은 아무런 틀도 규칙도 없습니다. 틀리면 덮거나 그냥 내버려 둡니다. 반복적으로 그리기를 겹치기도 하고 마음에 드는 부분만을 오려 다른 도화지에 옮겨 붙이기도 합니다. 직접 긋는 선이 두렵다면 마스킹 테이프나 다양한 선재의 재료로 선을 구상해보세요. 모자이크처럼 모든 것을 찢어 붙이는 것은 어떨까요? 드로잉의 세계는 무엇이든 용서가 되고 허용이 됩니다. 연필부터 물감까지 쏟아내듯 그려 보세요. 오늘 내 기분이 마구마구라면 붓을 들고 마구마구로 그려 보세요. 오직 여러분의 마음을 위한 그림입니다.      

무엇을 그리고 싶으신가요?

그림의 의미와 취향은 다르지만 우리의 가슴을 뭉클하게 하고 뜨겁게 만들어 주는 것은 다르지 않습니다.

그림 앞에 서기 전에 마음을 먼저 친숙하게 바라봐 주세요. 그리는 이의 마음이 준비되지 않으면 그림 또한 준비되지 않은 모습으로 표현될 테니까요. 재료는 익숙하고 편한 것으로 선택해 주세요. 내 마음을 표현하기에 부담 없고 편한 재료가 좋은 재료입니다. 친숙한 재료라야 긴장하지 않고 마음을 표현할 수 있습니다. 매일 입을 수 있는 데일리 룩처럼 말이죠. 자주 입어서 편하고 정이 들어야 서로의 마음을 알 수 있듯이 매일 그려도 싫증 나지 않고 부담 없는 재료가 마음을 사색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재료의 선택은 자신의 성향을 말해 주기도 합니다. 내가 끌리는 재료가 나의 성향이고 가장 나를 닮은 재료입니다. 그날 그리고 싶은 재료와 그림이 그날의 기분입니다. 마음 그리기에는 어떠한 제안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오늘 나의 마음을 자유롭게 표현합니다. 마음 그리기는 나를 위한 것이고 내 마음을 표현하고 교감하는 것입니다. 그 마음에는 잘하고 덜하고 가 없습니다.      

그러기에 마음 그리기는 혼자라도 외롭지 않습니다. 조용히 음악을 들으며 숲을 산책하고 차를 마시며 내 안에 감성을 즐겨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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