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놓고 간 거 있는지 확인하고 갈게.”
이삿날, 짐이 다 빠진 빈방을 훑으며 혹시라도 두고 가는 물건은 없는지 확인했다.
침대며 책상, 화장대 같은 가구가 사라진 텅 빈 방은 할 말을 잊은 사람처럼 쓸쓸해 보였다.
막 안방 문을 닫으려는 순간 천장에 붙어있는 야광별이 눈에 들어왔다.
9년 전, 첫애가 태어나기 한 달 정도 남았을 때 남편과 내가 붙여 둔 것이었다.
배가 부른 나는 의자를 잡고 천장에 커다란 별이며 달이며 해를 붙이는 남편을 올려다보았다.
삐뚤빼뚤 붙인 야광별을 보며 우리는 곧 태어날 아기의 눈빛을 상상했다.
이 별 아래서 잠이 들 아이와 우리의 모슨 순간에 대해.
상상만으로도 가슴 벅차던 순간이 그 별 아래 있었다.
아이가 태어나고 줄곧, 그 야광별 아래서 우리는 함께 울고 웃고 애태우며 잠이 들었다.
캄캄한 어둠 속, 불빛을 뿜어내는 야광 스티커를 진짜 별과 달, 해를 보듯 바라보며
우리는 하늘만큼, 땅만큼, 저 우주만큼 사랑한다는 말을 오랜 시간 나누었다.
새로운 집에선 무엇이 우리의 어둠을 밝혀줄까.
우리는 무엇을 바라보며 어떤 꿈을 꾸며 살게 될까.
나는 그제야 우리가 너무 큰 것을 놓고 가는구나, 생각했다.
아이가 잠들지 못하고 칭얼대던 밤, 우는 아이 옆에 누워 함께 울며 올려 다 본 나의 우주.
눈물 때문에 흐려지는 별을 보며 이 시간도 지나간다. 스스로를 다독이던 수많은 밤 들은 곧 천장에서 떨어져 끝내 사라질 것이다. 가져갈 수 없는 우리들의 커다란 우주를 한참 동안 바라보다 방문을 닫았다.
천장에 조악하게 붙은 야광별과 벽면에 날짜와 함께 그어진 선.
아무렇게나 붙여진 캐릭터 스티커와 삐뚤게 쓰인 아이의 이름들.
집이 사람이라면 꼭 안아 주고 싶었지만, 나는 그저 빛바랜 벽지를 가만히 쓸어보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앞으론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는 집의 풍경을 떠올리며 한 시절이 끝났음을 느꼈다.
겨우 마침표를 찍듯 현관문을 닫았다.
어리고 젊었던 우리 가족의 한 페이지가 그렇게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