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숲속 저널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출근길 단상

타인에게 친절하자

"기대하는 맘으로 나서요"

언젠가 나를 좋아하지 않던 보스는 연초에 실원 모두를 불러놓고 자신이 토정비결을 봤다는 이야기를 하며 각자의 마음가짐을 이야기해 보라고 했다. 나는 매일 아침 회사에 나름 즐거운 마음으로 나온다고 말했다가 곧장 의아스러운 듯한 서른 명의 눈빛을 한 몸에 받게 됐다. 그후 그 분의 토정비결 때문인지 설레는 아침은 한동안 사라졌지만...!, 내겐 어릴적부터  유난히 아침을 시작할 때 기대감이 있었다. 하루가 기대되는 이유는 있을지 말지 모를 무언가가 아니라, 그저 아침이 주는 샘솟는 에너지가 기뻤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즈음 동생으로부터 "언니가 진심으로 회사 다니기 힘들어하는 거  나는 처음 봐"라는 소리를 들었다. 아마 그분의 토정비결 결과가 실현된 것이리라.


그로부터 수많은 날들이 지난 오늘 오전에는 또다시 가벼운 출근을 하게 되었다. 회사가 아닌 학교여서일까? 아무튼 기대감과 기분 좋은 조심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대학에서의 수업 비중이 어떠하든지, 나는 이 수업에 마음을 들이기로 마음먹었다. 이제 갓 스무 살을 넘긴 너희들에게 좋은 것을 주고 싶다는 마음으로 말이다.


"여기 앉아요"

그러다 보니 가방에 노트북과 출석부, 수업에 참여해 줄 아이들에 대한 기프트카드와 소품이 가득 차게 됐다. 살짝 무거워 보이는 느낌이었으려나? 지하철에서 내 바로 앞이 아닌 옆에 계신 70대 아저씨께서 본인이 내리기 전에 나를 꼭 집으며, 자리를 양보해 주시는 게 아닌가!

그 나이대 분들이다 싶으면, 되려 내가 자리를 양보해줘야 하는 대상으로 생각했는데, 나에게 친절을 보여주시는 것이 마음 뭉클해졌다. 의아해하지 않고 감사히 친절을 받았다.


모르는 타인에 대한 배려, 잠깐의 교감

언젠가부터 그 모르는 타인을 '퉁'쳐서 도매급으로 적대시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지나다니며  들판에 강아지풀에게는 한없이 상냥하고, 들고양이에게는 말도 걸어보면서

나는 왜 인간에 대해서는 친절하지 못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던 찰나였다.

사실 오래전부터 공공장소에서 무례하게 밀치고, 떠는 사람들에 대해서 싫어하는 마음이 있었다. 은연중에 모르는 타자에 대해서 판단하고, 피곤해했던 마음이 들춰지는 순간이었다.


아침에 일 때문일까. 학교에서는 더 조심하고 친절해야지. 하는 마음으로 하루를 보냈다.

그렇게 밤이 되면서 생각해 보니, 오늘 나도 늘 양다리로 바쁜 일상에 아침에 정수기 점검하러 오시는 분께 잊지 않고 맛있는 커피를 내려드리고, 학교에서 봉사하는 몇 분을 모시고 나름 전망 좋은 식당에서 식사를 대접하기도 했던 게 기억이 났다.  '그래! 너무 자신에게 짜지 말자! 나도 조금은 친절한 사람이야!'

하면서, 씨익 미소를 띄워본다.

@테르미니 역과 비견되는 퇴근길 서울역


매거진의 이전글 식물은 행복을 빛 속에서 찾는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