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한 번만 어려운 일이라면,

올 해는 꼭 해보고 싶은 일

새해라도 망설이는 일들


2000년부터 시간이 흘러서 2020년,

심지어 지금은 2021년에 이르렀다.

매년 한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는 것은, 정말 시간이 돌고 도는 게 아니라

층위를 달리하는 같은 시간을 걷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해 바뀜 하고 1.1부터 예열도 없이 업무계획이네 뭐네 하면서

바로 시작해버리는 것이 적잖게 피곤스럽다. 한해 마쳤으면 쉬는 시간 정도는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우리나라에는 구정도 있고 신정도 있으니까, 그 중간에는 그냥 쉬면 좋겠다는 바람도 있다. 어영부영하다 쉬는 것도 아니고 일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게 시간이 가는 것이 마뜩잖다.

한 해를 마치고, 반기를 마치고 해외여행이라도 훌쩍 떠나는 외국인들, 혹은 그런 외국계에 다니는 친구들을 보면 부럽기 짝이 없었다. 만약에 그런 확실한 리프레시가 주어진다면, 당장 다섯달 즘이야 기꺼이 빡세게 내달릴지도 모르겠다.

@ 6년전 즘? 이맘때 강릉의 바다


시작하기 쉽지 않지만, 주기적으로 하면 습관처럼 익숙해지는 일들


논문을 쓰는 일, 특히 새로운 주제로 시작하는 경우 알을 깨트리고 나가는 기분이다.

또 그것을 머리에만 담고 사람들 앞에 서는 일, 나의 실력 그대로 갖고 나가는 것 역시 나체로 대중 앞에 서는 것만큼 쉽지 않은 일이다. 가끔 교회에서 간증문을 들고 읽어가는 것도 긴장되는 일인데, 내가 알고 있는 얄팍한 지식과 연구 결과를 나보다 몇 배는 더 많이 알고 노련한 학자들 앞에 서서 말하는 것, 생각만 해도 얼굴이 화끈거리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래도 막상 하면 시원하고 뿌듯한 일이다. 앞으로 나아가는 것을 증명하는 보람된 일이다.


또 한 가지는 주식을 직접투자 하는 일이었다. 하고는 싶은데 도무지 할 만한 여유가 없었다. 핸드폰에 애플리케이션 하나 깔고 매도 매수하는 일이다. 그야말로 별 것 아니지만 어떻게 계좌를 트고 거래를 하는지 해본 적이 없어서 간접 투자만 해왔다. 개인적으로 지난 4~5년은 너무나 바빴고 머리가 공부 이외 다른 새로운 것을 수용할 여유가 없었다. 그렇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딱히 그렇게까지 '언제까지는 절대 못해'하고 못 박을 만큼 대단한 일이었나 싶기도 하다. 더욱이 직접하기 투자 몇달 전에는 친구에게 거래 방법을 알려주기까지 했으니, 실소를 금치 못할 일이기도 하다.


운전, 운전은 면허를 따는 일부터 보통 고3 수능을 끝내고 바로 시작하는 일반적인 사람들 보다 한참 늦었다. 결혼하고 나서 요가를 시작하기 전에 면허를 따게 됐다. 이유는 따로 있었지만, 면허시험장에 가서 연수받고 시험 보고, 이런 일들이 정말 귀찮고 망설여졌다.

나는 그 이후에도 몇 차례 남편과의 연수 중 그의 반응을 본 후 본격적으로 운전을 하지 못했다.


운전을 꼭 해야 하나? 나의 경우 필수는 아닌데, 가끔 차를 갖고 나가면 좋을 때가 있다.

그리고 교외에 갈 때 남편을 설득하거나 아쉬운 부탁을 않아도 된다.


그래서 날만 풀리면, 이번엔 꼭 해야겠다고 생각한다.

이 조차 별 것도 아니었는데!라고 말할 날이 오겠지


이 모든 것이 처음 한 번이 어렵지, 적어도 바로 한 직후에는 별 것 아니었구나! 할 것인 일들이다.

결국 쉬운 일들인데, 마음의 두려움 때문에 시작조차 못한다면 그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심지어 시작이 반이라거나, 막상 해보면 자전거 타는 것만큼 능숙해지는 것도 그중에는 분명히 있을 것이다.

@ 15. Jan, 2021 열일곱 번째 그림

지난밤 발리의 풀에서 수영하는 꿈을 꿨다. 일과 중에는 잊고 있었는데, 그림을 본 남편이 "발리야?"라고 반응하고서야, 눈으로는 강릉 앞바다 사진을 추억한 그림에 무의식적으로 발리의 색을 입혔다는 것을 알게 됐다.


후훗, 그림은 정말 신기한 일이다.


이전 13화확언과 실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