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만해도, 특별한 사람이 될 수 있다.
달리기와 일상
by 그림그리는 닥터희봉 Feb 18. 2021
계획하기를 백번
내가 건강을 위한 운동을 진지하게 생각하게 된 것은 33살 때였다. 요가를 시작했고 그 매력에 풍덩 빠졌다. 요가원이 사당역 근처였는데 근처에 평생 운동과 담쌓던 친구도 따라오게 될 정도였다. 요가하면, 다들 말하는 "내 몸에 집중하는 시간"에 덤으로 잔근육이라도 생기면 좋겠다고 생각하게 됐다.
요가 수련은 보기에 정적이지만 많은 집중력을 요한다. 그리고 단 한번을 하더라도 집중력 있게 한다면 몸에 강력한 신호를 준다. 나의 경우 요가를 함으로써 먼저 편두통이 없어졌고, 수련하는 동안 어두운 불빛 아래 거울을 곁눈질하면서 내 몸이 정비되는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런데 어쩌다보니 내 인생에 죽어라 공부해야 하는 시기가 다가왔다. 즉 긴장된 몸뚱이가 더 이상 요가로 해결되지 않았다. 팔이 저리거나 두피가 아플 때도 있었다. 수면부족과 신경을 지나치게 쓴 결과였다. 요가를 하는데도 림프절이 적절하게 자극되지 않았고, 체지방은 쌓였다.
박사 코스웍과 학위를 마칠 때까지는 헬스와 필라테스, 산책 등을 열심히는 아니더라도 꾸준하게 했는데도 특별히 나아지지 않았다. 내 몸의 정체기를 보면서 답답함이 많아지니 억울함마저 있었다.
"이 만큼 하면 된 거 아니야?"
어쩌다, 달리다
결국, 달리기로 했다.
"뛴다고?", " 왜?" "걷기가 더 좋다더라!" "무릎 나간다?" 달리기를 안 해야 하는 이유는 생각보다 여럿 된다.
이건 마치 채식을 한다고 했을 때의 주변의 반응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렇지만, 달리기 말고는 안 해 본 게 없다. 그래서 정말 하기 싫지만, 해보기로 했다.
그런데, 이놈의 달리기 어떻게 시작하나?
엇박자를 좋아하는 나는 시간 약속을 하거나 계획할 때 정시를 불편해한다.
그래서 이듬해 뭐라도 시도해보고 싶다면, 11월 끄트머리에 시작해보곤 한다.
시작을 빨리한다는 측면에서는 굉장히 그럴듯해 보이지만, 사실은 준비 땅! 하고 1.1일 시작하면 더 하기 싫을 것 같아서이다. 설상가상으로 막상 시작했는데 "어랏, 이게 아닌데?" 하는 경우 중단한다면 난처하다.
그래서 절반은 한마디로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 전에 '간을 보려는' 마음에서 먼저 해보는 것이다.
또 하나 좋은 점은 목표점에 완결성 있게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시행착오로 버릴 수 있는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구구절절, 늘어놨지만 솔직한 마음은 너무 하기 싫고, 못할 것만 같아서 그냥 11월 마지막 주부터 해보기로 했다.
1. 달리기를 한 날에는 "running"이라고 달린 거리를 다이어리에 표기했다.
@ To Do List
항상 그래 왔지만, 그해의 목표는 단순한 게 좋다.
주 3회 이상 일상적으로 해야 할 소소한 목표로 달리기 및 전신 근력운동(홈트), 영어 튜터링으로 했다.
2. 폭설, 폭우가 아닌 이상, "밖에서 뛰기"
처음에는 4Km를 계획하고 뛰었다. 대신 밖에서, GYM에서 러닝머신을 뛰는 것은 무릎에는 무리가 안 갈 수 있는데, 정말 지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먼저 나는 산책을 좋아했고 매일 해왔기 때문에 밖에서 뛰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생각했다. 뛰다 보면 나와 내 문제들, 지나가는 사람들과 강아지, 새나 고양이(고영희 씨를 만나는 일은 재수가 좋아야 한다)
3. 컨디션이 허락한다면 주 5일 이상 할 수 있게 되는 일
두 달 이상 달리기를 지속하다 보니, 주 3회 했던 것이 4-5회가 됐고, 매일 뛰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뛰는 거리 또한 6Km에서 8Km로 변경해 이를 표준으로 삼게 됐다. 여기서 더 허락한다면, 10Km까지도 뛰게 됐다.
무릎이 알싸한 느낌이 들 수 있지만, 아직 아프다는 느낌이 드는 날은 없었다. 그리고 중요한 점은 호흡이 안정돼서 시작 후 중반이 지나가면 숨이 차지 않는다는 것이다. 신기한 일이다.
생각해보니, 5,10Km는 마라톤의 정식 거리로 채택되는 단위이다. 그리고 5Km, 10Km의 단거리 마라톤은 나도 종종 신청해서 뛰었던 거리이다.
10Km를 뛰는 것은 그렇게까지 힘이 부치지 않았다.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늘어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랄 정도이다. "10Km를 연습하다 보면 마라톤을 완주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42.195Km, 마라톤 완주 거리이다. 청소년기부터 하루키 팬이었던 나는 그의 마라톤 사랑을 잘 알고 있었지만, 내가 해볼 수 있는 것이라고는 생각을 안 했다. 물론 그것이 아직 큰 의미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하루키는 마란톤 완주를 힘든 고난의 시간을 견디고 차가운 맥주를 마시는 상쾌함에 비견된다고 했다) "아 여기서 몇 달 더 연습하다 보면 할 수도 있겠구나!"라고 가늠이 된다는 것이 신기했다.
조금씩 하다 보면 어느덧
건강관리의 목적도 되지만, 사실 달리기를 해나갈 수 있는 마법은, 달리면서 느껴지는 기분 좋음에 있었다.
그리고 요가나 필라테스 등으로 해결이 안 되던 체지방도 -1kg, 근육량도 +0.5kg이 변화됐다.
뭐 사람마다 다 다른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너무 많은 에너지를 소진하는 성향, 다른 운동으로 정체된 나의 컨디션에 있어서 달리는 것은 좋은 해결책이 될 수 있었다.
그리고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달리기는 정말 싫다고 생각했다. 열감이 오를 때 몸이 간질간질 해지는 것도 싫었고, 땀으로 뒤범벅되는 것도 상상하기 좋지 않았다.
그런데 막상 4Km부터 시작해보니,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뭔가 부족한 느낌으로 더 할 수 있었고 특히 아침 공복 상태에서의 달리기(물론 나는 따뜻한 물과 카푸치노를 한잔 하고 뛴다)는 정말 쨍한 상쾌함과 하루를 살아갈 자신감을 준다.
혹 자신감이 부족하거나, 스스로 아무것도 아닌 사람으로 느껴진다면 달리기를 추천한다. 자신의 한계와 따분하거나 답답한 일상으로 고민이 된다면, 그냥 뛰어보라고 말해주고 싶다. 가급적 나무가 있는, 자연을 접할 수 있는 길을 달리는 것이 좋다. 달리기 만으로도 나의 일상과 떨어질 수 있고, 내 마음속에서 할 수 있다는 메아리가 들려올 것이다.
@ 금오름, 가족, 스타벅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