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일곱 일기

2019년 12월 31일

by 변호사엄마 레지나

올해의 마지막 날이다. 한 해의 마지막이라고 하니 왠지 싱숭생숭하다. 그저 오늘은 화요일, 내일은 수요일뿐인데 숫자란 무엇일까.


왠지 주변정리를 하고 싶은데 그럴 만한 분위기가 만들어지지 않는다. 어제의 일이 오늘이라고 마무리되진 않고, 오늘 못한 일을 나는 1월 2일 평소와 같이 출근하여 이어서 해야 하는 것이다. 2019년의 일은 오늘 모조리 마치고 내일부터는 2020년의 일은 새로이 시작하고 싶은 마음은 그저 이상주의자의 공상일 뿐.


나만의 연말 의식을 할 겸 점심시간을 틈타 요가 레슨을 다녀왔다. 아쉬탕가 태양 경배 루틴이었다. 선생님이 싱숭생숭한 내 마음을 눈치채셨을까. 체감 영하 십오도 한파가 불어닥친 세밑 점심 요가 스튜디오를 찾은 이들은 다 이런 마음이었을까. 땀이 훅 나도록 몸이 움직이니 마음이 잠시 동안은 정리된다.


퇴근을 하고 유치원에 있는 아이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와 저녁 준비와 뒷정리를 한다. 모처럼 일찍 퇴근한 남편과 함께 시간을 보내니, 북적이는 집안 분위기에 아이 둘은 흥분지수가 높아져 평소보다 투정이 오히려 심하다. 그래, 아직 아이들과 함께 연말 기분을 내는 건 언감생심이지. 그저 평소와 같은 평범한 하루를 지내는 것이지.


특별한 하루를 기대하면서도 평소와 같은 평온한 하루이길 바라는, 서른일곱의 마지막 하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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