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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봉쥬 Feb 21. 2024

52g가 날 유혹했다.

뒷걸음치다가 커리어의 터닝포인트 잡은 썰

소 뒷걸음치다가 쥐 잡았다는 속담이 있다. 내 커리어의 결정적 터닝포인트가 된 순간이 바로 이 속담과도 같다. 나는 뒷걸음치다가 52g를 만났다.


52g는 Open Innovation gs의 줄임말로, GS그룹의 혁신조직이다. 2024년 2월 시점 22개 계열사 80명이 모인 큰 조직으로 성장한 52g는 2020년 정식 출범했다.


2020년 그때 당시 52g는 아주 귀여웠다. B급 감성을 가득 담은 네이밍과 레고 장난감을 조합해 놓은 듯한 알록달록 로고, 그리고 보수적인 GS의 이미지와 어울리지 않는 톡톡 튀는 구성원이 있었다.

변화에 능동적으로 적응할 수 있는 현장의 힘을 기르는 GS의 오픈이노베이션 커뮤니티

하지만 정말 솔직하게 말하자면, 귀엽기만 했다. 그때의 나는 52g가 무엇을 하는 조직인지 이해하지 못했다. 그 시절 나는 52g가 전파하는 ‘오픈 이노베이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개념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 만으로 벅찼었다.


52g를 경험하기 위해 우리 회사에 삼총사가 결성됐다. 삼총사는 누가 봐도 희한한 조합이었다. 꼰대의 절정체 기획팀 차장님, 아재개그의 달인 IT팀 과장님, 그리고 무엇도 아닌 인사팀의 나.


매우 어울리지 않는 셋이 모였다. 매주 52g에서 하는 오픈이노베이션, 디자인싱킹 교육을 함께 들었다. 교육이 끝나는 시점, 52g에서는 업무에서 겪는 문제를 적어 제출하라는 과제를 주었다. 이 또한 너무 고민스러웠다. 어떻게 우리 회사의 문제를 만천하에 오픈하란 말인가. 삼총사는 고민 끝에 문제 같은, 문제 아닌, 문제를 제출하는 것으로 합의를 했다.


이렇게 마무리되나 싶었는데, 그 당시 (전) 사장님이 우리 삼총사에게 문제를 해결하라는 미션을 주셨다. 그것은 바로 우리 삼총사의 최초의 문제해결 프로젝트가 된 “보고서 간소화 프로젝트”


고통스러운 과정이 이어졌다. 우리 회사의 보고서가 많은 근본적 원인은 바로 사장님 때문이었기 때문이다. 그걸 직접 사장님께 솔직하게 말씀드려야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긴 고민을 이어가다가 결국 꼰대 차장님이 총대 메고 말씀드렸지만 보고 결과는 처참했다.

보고서는 여전히 많았고, 우리는 보고서를 줄이는데 실패했다.


그 시점 52g에서 각 회사에서 문제를 해결할 전담인원을 배정해 달라는 요청이 왔다. 52g에서 교육으로 다져진 인재들과 본격적인 무언가를 해 볼 요량이었다. 나는 혹시라도 내가 지목될까 봐 바쁘게 도망쳐 다녔다. 어떻게 해도 삽질만 해대는 내 미래 모습이 절로 그려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운명은 피할 수 없었다.


회사에서 교육담당자는 유일하게 나 혼자였고, 52g에서 운영하는 교육유닛에 내가 필연적으로 합류했어야 했다.


이렇게 피할 수 없는 52g와 운명의 끈이 결국 묶여버린 것이다. 얼떨결에 들어간 52g와의 첫 온라인 미팅, 정확히 이때였다. 나는 52g에게 홀딱 반해버렸다.


톡톡 튀는 52g 구성원들의 회의는 색달랐다. Miro라는 온라인툴을 사용해서 모두가 의견을 적고, 각자 동의하는 의견에 투표를 한 후 최종적으로 의사결정을 하였다. 회의가 이렇게 즐겁던 것이었나.


그동안 내가 경험했던 회의와 차원이 달랐다. 그때부터였다. 나는 52g에서 하는 모든 회의와 활동에 기를 쓰고 참여했다. 2개 조직의 업무량은 매우 버거웠지만 52g 에서 일하는 건 너무 즐거웠기 때문에 힘든 줄도 몰랐다. 그렇게 반년을 낮에는 52g에서 일하고, 밤에는 인사팀의 업무를 이어나갔다.


52g의 무엇이 나를 유혹했을까. 나는 왜 52g에 반해버렸을까. 52g는 나를 ‘성장’,‘일의 가치’,‘즐거움’으로 유혹했다. 회사생활 10년 만에 처음 느껴보는 것들이었다.


21년 6월 1일 회고워크샵 때 가장 기억의 남는 순간을 그린 그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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