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강아지

잘 가, 다시 만나

by 포티
2023년 2월 23일부터의 이야기


1.

어린 나에게 외로움 모르도록,

크는 나에게 사랑을 알려주던

풀밭 가운데 빛나던 하얀 강아지.


나의 하얀 강아지, 오랜 친구가 떠났다.


희고 작은, 가벼운 동물들을 보면 떠오르는 표현이 15년이 되어서였을까. 내 오랜 습관이 나에게 긴 침묵을 만들 줄 몰랐다. 어떤 사람과 산책하는 강아지를 보면서 너와 닮았다는 생각을 했다. 걸음이 멈췄다. 공백이 되어버린 순간에 한숨이 들이찼다. 잠시 머문 시선을 거두고, 몰려오는 감정을 참아내다 보면 어느새 괜찮아졌다. 그리고 다시 걸음 했다. 네가 없는 세상으로, 그리고 다시 나의 현실로.


그날. 눈물의 유무가 괜찮음의 척도가 되진 않지만 적어도 너와의 이별을 눈물로만 기억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참으려고 했는데 난 생각보다 약해서 그게 쉽지 않았다. 그래서 나를 뚫고 쏟아지는 그 무거운 마음들을 눈물 하나로 숨겼다. 모든 게 익숙하지 않았던 날이었다. 죽음도, 슬픔도, 그 외의 많은 상황들도.


너와의 이별에 ‘그래 차라리 아팠던 것보단 낫잖아’라 생각해도, 결국 없으니까 붙이는 변명밖에 되지 않았다. 탈칵 스위치 누르면 사라지는 그림자가 아니라 깜빡 눈을 감아도 보이는 잔상 같은 너라서, 역시 하루는 부족했다. 감정을 숨길 수 있는 한계를 벗어나서였는지 한동안 얼굴에 감정이 지어지지 않았다. 변명은 위로가 되지 않아서 나는 그대로일 수밖에 없었다.


걸음을 멈추고, 몰려오는 감정을 참아내고, 나의 일상에 수십 번 드나드는 너를 떠올리고. 그 반복이 조금 옅어질 때, 그때가 되어서야 '괜찮다'는 마음을 담을 수 있었다.



2. 0226

우리 삶에 이별만 남았다는 말은 참 슬픈 말이야.

떠나갈 일들만 있다고 생각하는 것도 마찬가지야.

떠나간 아이를 떠올리며 떠나갈 아이들을 생각하는 것도 참 못난 짓이야.


왜 우린 미래의 일을 끌어와 더 슬퍼하고 싶어 할까.

당장의 슬픔도 마음속에서 끌어내지 못하면서.

아마도 이 슬픔을 다시 겪는 게 두렵기 때문이겠지.


다음을 기약하던 마음이 미래의 이별로 향하는 걸 막아보자.

양팔을 벌려 지금을 안아보자.

그렇게 오늘을 또 추억할 수 있도록 한껏 품어 사랑을 전해주자.



3. 0303

슬픔이 커튼처럼 걷어질 순 없나 보다.

어두운 방구석을 순식간에 따뜻한 빛으로 가득 차게 하는 커튼처럼.

슬픔이 내 마음속에서 빠르게 걷어지진 않는가 보다.


차라리 더 가까운 건

물을 머금은 종이가 아주 조금씩 물을 내뱉는 것,

받아들임을 천천히 모퉁이부터 중앙으로 보내는 것.

그저 돌아갈 수 없는 구김과 거친 표면만이 내게 남는다는 것.


슬픔은 나를 젖게 하고 아주 조금씩 마르는 건가 보다.

구겨진 종이에 새 마음을 기록하는 것,

그게 우리가 슬픔을 안고 살아가는 방법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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