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이건 사랑이 맞아

웃긴 마음과 이상한 관계의 콜라보는 사랑(?)이야

by 포티
2022년 11월 16일의 이야기

일요일 오후였다. 나는 소파에 누워서 자고 있는 온이-우리 집 강아지-를 쓰다듬고 있었다. 얼굴을 만지고 귀를 쓸어보고 가볍게 꼬집어도 보고. 한바탕 온이를 두고 난리를 쳤다. 검은 털 강아지 온이 얼굴이 시간을 맞아 점점 하얘지고 있었다. 하양 반 검정 반 얼굴이 귀엽다.


“근데 온아, 너랑 10년을 살았는데 왜 지겹지가 않지? 왜 항상 귀여워? 왜 계속 사랑해?”


의문이 들었다. 10년 넘게 꾸준히 사랑하는 게 가능한 거야? 경험하고 있으나 경험해보지 않은 기분이랄까. 익숙한 일상 속에 마주한 미지의 감정이랄까. 설명이 불가능하다. 그저 당연하다고 여겼던 사랑에 물음표를 달으니 낯설어진다.


왜 우리 집 강아지들이 질리지 않지. 사랑은 꾸준할 수 있는 거야? 그럼 왜 연인들은 헤어지는 거야. 아니지, 그럼 이건 신앙 같은 마음인가?(무교라 미안합니다.)

저 신들은 많은 인간들을 돌보려면 사랑이 가득해야 할 텐데, 그런 건가?(아니다.)


이런 의문에 스스로 답을 내리지 못할 때,

나는 주변 사람들에게 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문들을 잡아주길 바라며 물어본다.

제발 한 마디로 나를 설득시켜 주길.


“엄마, 나는 온이가 왜 이렇게 좋지? 왜 이리 귀여워? 나보다 늙어버린 이 애가 왜 아직도 아기 같아? 내 미래의 애인한테도 이런 사랑을 줄 수 있을까? 그 사람한테도 내가 온이한테처럼 10년 넘게 사랑해 줄 수 있을까?”


“기대가 없어서 그래.”


단칼에 들어온 이상한 말이었다.

사랑에 대한 질문에 기대의 유무를 말한다.


“사람한테는 기대하게 되잖아. 때가 되면 돈도 벌어야 하고 뭔가를 원하게 되잖아. 온이한텐 주기만 하면 되니까, 원하지 않잖아. 기대하지 않으면 실망할 일도 없으니까. 그러니까 지겹지 않지.”


그래, 내가 온이에게 무언가 바란 적이 있나.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속 가득 차니 별 생각이 없었다. 따뜻한 곳 찾아 내 품으로 들어오는 몸짓만으로도 웃음이 나와 뭔가 바랄 것도 없었다. 원하지도 않았다. 그냥 온이면 되니까.


생각해 보니 웃긴 마음이다. 기대가 없으니 더 커지는 마음이라는 게. 주기만 하면 되니, 되려 더 받는 관계라는 게. 이상한 관계다. 나는 이 웃긴 마음과 이상한 관계를 10년 넘게 해오고 있다. 질리지도 않게 귀여워.


온아,

검은 얼굴 하얗게 물들 때까지

내 곁에 있어줘서 고마워.

더 사랑할 수 있게 더 내 곁에 있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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