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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쁨이 오래가지 않더라도 나는 나로 살아가면 돼

by 포티

주황색에 꽂힌 지 좀 되었다.


주황 모자를 사고, 주황 기타를 샀다. 모자는 내가 언제나 쓰는 아이템이니까 사는 것에 주저하지 않았고, 기타는 언제나 나의 애증과 같은 취미생활이니 또 주저하지 않았다. 주황색 네일도 했다. 네일은 한 달에 한 번 바꾸는 꼴이니 일 년에 한 달쯤 주황색으로 살아가도 나쁘지 않았다.


근데 왜 내 마음은 비어있지.


분명 좋아하는 색깔로 눈을 가득 채웠는데, 왜 내 마음은 주황빛이 아닌 걸까. 쉽게 꽂힌 걸로 쉽게 마음을 채우려 했어서 그런가. 금방 채운 기쁨은 오래가지 않는다. 요즘은 그 기쁨의 주기가 더 짧아지는 것 같다. 아니면 주기가 짧은 기쁨들로만 마음을 채우는 것인지 모르겠다. 내 마음의 주황이 더 옅어지고 있다는 건 확실하다.


좋아하는 걸로도 채워지지 않는 마음이라면 도대체 어떤 걸로 채워야 할까. 더 가득히 좋아해야 하나. 난 그런 건 해본 적 없는데. 좋아하는 게 답이 아니라면 잘하는 걸로 채워야 하나. 내가 잘하는 건 뭘까. 좋아하는 색은 쉽게 말하면서 잘하는 걸 말하려니 입이 쉽사리 벌어지지 않는다. 생각해 보니 좋아하는 것도 다 물질적인 것들만 떠오른다. 기타도, 모자도, 네일도 금방 잊히는 기쁨이었으니까 좋은 답은 아닌 게 확실한데.


이렇게 나를 곱씹으면 구겨질 때로 구겨진 쓴맛만 남는다. 또 쓴맛은 싫어서 얼굴을 찡그린다. 찡그리면 뭐 어떡할 건데. 나는 비틀린 마음을 마주한다. 비어있는 마음이 비틀린다고 더 흘릴 것은 없어서 문제는 없다. 아닌가, 비틀려서 담기지도 않는 건가. 담겼다 생각했던 주황들이 사실 담기지도 못한 채 마음 주변에 쌓이고 있었나. 바깥에서 투영된 주황을 보며 나는 그걸 또 채워졌다 착각한 건가. 근데 착각이 영원하면 그게 결국 진실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나의 바보 같은 생각의 최후는 결국 바보 같은 말만 내뱉는 거다.


영원한 착각이란 것도, 진실이 되어버린 착각이란 것도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데. 언젠가 탄로 날 내 마음만 남는 것이다. 텅 비어버린 마음 말이다.


그럼에도 내일은 있다고 믿어서 스스로에게 말을 건다. 모르면 어때, 내일은 생길 수도 있지. 찾아낼 수도 있지. 운명처럼 다가올 수도, 네잎클로버처럼 발견될 수도 있지. 주황색처럼 짧은 기쁨이 영원히 내 마음을 빛낼 수도 있지. 혹은 짧은 행복들을 더 열심히 넣으면 되는 거지. 긴 인생에 찡그릴 마음 하나는 고생거리도 아닐 텐데 하며 퉤 하고 뱉는 것이다.


다행이다. 바보 같은 생각의 끝엔 언제나 이런 결말을 말하는 내가 있어서, 단순한 바보라 평해도 난 이대로의 내가 좋아서.


누구나 스스로의 답이 있기 마련이다.

그 답대로, 나대로 살아가면 되는 것이다.

오늘 나는, 나답게 또 내일로 가는 것이다.

그럼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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