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대상으로 관심이 쏠리면 울음은 뚝!
나는 남편과 함께 공원 벤치에 앉아 기분 좋게 번지는 한낮의 햇볕을 쬐고 있었다. 멀지 않은 곳에서 아이 울음소리가 들렸다. 나무들이 우거진 쪽인가 본데 아직 남아있는 잎사귀들에 가려 잘 보이지는 않았다. 트인 공간이라 울음소리가 사방으로 퍼져나가고 있었다. 그 소리가 잦아지나 했는데 자지러졌고 한 술 더 떠서 악을 악을 써댔다. 나는 신경이 쓰여 남편과 나누는 대화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왜 애들 달래지 않고 저렇게 내버려 두는 거야, 안 되겠어, 내가 가봐야겠어, 했더니 남편은 괜히 나서지 말라고 했다. 남의 일에 나서서 뭘 하겠다고, 괜히 나섰다가 어쩌려고, 솔직히 나도 이런 생각이 들지 않은 것은 아니다. 남편이 화장실에 간 사이, 나는 그때를 참지 못하고 슬그머니 울음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아이를 들쳐 엎고 있는 할머니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 옆으로 씽씽킥보드를 한 손에 들고 서성이는 할아버지도 보였고. 대여섯은 되는 것 같은데, 아이가 떼를 쓰니까 할머니의 허리는 앞으로 푹 숙여져 있었다. 저런 자세가 얼마나 힘든 건데...... 젊은 부부였다면 그냥 무슨 상황인지 지켜보기만 했을 것이다. 이런, 연로한 노부부가 진땀을 빼고 있는 게 아닌가. 할머니 등에 업혀서도 버둥대며 울어 잘못하다 아이가 바닥으로 떨어지게 생겼다.
나는 가까이 다가가 노부부에게 목례를 하고 할머니한테 업힌 아이 뒤통수에 대고 말을 걸었다.
"네가 우는 소리를 듣고 아줌마가 여기까지 온 거야. 무슨 큰일이 벌어졌나 해서......"
아이는 할머니 등뒤에서 고개를 돌리고 내쪽을 쳐다보지 않았지만 울음소리는 잦아들었다. 내가 하는 소리를 듣고 있다는 증거, 그 순간 뭔가 먹히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줌마랑 인사 좀 할까? 우리 서로 얼굴 좀 보고...."
아이는 내쪽으로 고개를 돌리기는커녕 할머니 등에 깊숙이 파고들었다. 예상했던 대로였고 아이입장에서는 당연한 행동이었다. 그런데 아이는 전과 다르게 버둥대지 않고 울음소리도 잦아들었다. 하도 많이 울어서 어깨를 들썩이며 흐느끼는 정도였다.
"애가 고집이 보통 센게 아니라...... 대단하다고, 고집이.... " 할머니가 말하고 할아버지가 보태는 말을 나는 듣는 둥 마는 둥 했다. 나는 가방에 넣어둔 빨아먹는 비타민이 생각났다. 안을 뒤져보니 딱 2개만 남아있었다. 잘 됐다!
"아줌마가 이거 주고 싶은데 한번 볼래?"
아이가 내쪽으로 슬쩍 고개를 돌려 뭔가 보곤 쑥스러운 듯 반대쪽으로 고개를 획 돌린다. 성공, 아이 관심을 돌리는 데 성공!
"이거 너한테 주고 싶은데.... 이거 먹으면 기분이 좀 좋아지거든. 아줌마한테 2개밖에 없는데 2개 다 줄게."
아이가 고개를 내쪽으로 돌리는 순간, 내가 받을 거냐고 물었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서야 나는 아이얼굴을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었다. 5살 정도로 보이는 얼굴이 갸름하고 하얀 피부에 귀엽게 생겼는데 하도 울어서 얼굴이 벌게지고 온통 눈물범벅이었다. 순간포착한 아이의 모습은 사랑스러웠다. 아이는 내 손바닥에 있는 빨아먹는 포도맛 비타민을 냅다 낚아챘다. 나는 살짝 할머니한테 업힌 아이의 등을 토닥였는데 면티가 축축하게 젖어있었다. 얼마나 울어댔으면.
저쪽에서 너 지금 뭐 하냐는 손짓을 하는 남편, 빨리 오라고 한다.
할머니 등에 업혀있던 다섯 살로 짐작되는 사내아이, 내가 모르는 울만한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떼를 쓰는 이유를 파악하는 게 먼저일 텐데, 내가 그럴 수도 없긴 했지만, 나는 당장 울음을 뚝 그치게 만들고 싶었다. 순전히 내가 듣기 싫다는 이유만으로.
내가 돌아오자 남편은 어떻게 한 거냐고 물었다.
"그냥, 그런 게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