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한때 추앙받는 신이었다

by 맘달

잠 깨어 창문을 열고 덮었던 이불을 털어 개키다가 깜짝 놀랐다. 밖에서 우르릉 쾅, 천둥소리가 크게 들렸기 때문이다. 그 소리가 있기 전 컴컴한 하늘을 가르는 빛이 번쩍번쩍, 하고 지나갔다. 사방에 불이 꺼져있고 동이 트기 직전이라 어둠이 짙었다. 그 와중에 나는 놀람과 동시에 번개처럼 한 장면이 떠오르면서 미소가 지어졌다.


천둥번개가 치면 흐아아악, 4살과 2살 터울인 세 아이의 몸이 작은 붙박이 장에 들어가 얼굴만 빼꼼 내놓던 모습. 아예 옷장문을 닫고 컴컴한 곳에서 저희들끼리 몸을 맞대고 소곤소곤 댔더랬다. 뭐가 그렇게 무서운지 굳이 묻거나 달랠 필요가 없었다. 시간이 지나면 알아서 붙박이장 밖으로 나왔으니까, 별일 아닌 듯이. 아이들은 그곳에 왜 들어갔었는지 잊어버린 것 같았다.


그때는 별 신경을 쓰지 않고 무심히 지나쳤던 장면인데 이제 와서 그 생각이 난 이유를 모르겠다. 어쨌든 귀여운 겁쟁이들, 당시 지금 내 나이 또래 어른들이 했던 말이 실감 난다, 그때가 좋았다! 그때가 좋았단 말이 이런 것이구나. 엄마밖에 모르던, 엄마가 신神과 같은 존재로 추앙받던 때였으니까. 나는 한 명도 아니고 둘도 아닌 세 아이의 신이었으니까.


지금 나는 더 이상 신이 아니다. 아이들이 성인이 되자 추앙하는 대상이 바뀌었고 바뀐 신神은 건강하고 젊고 예쁘기까지 하다. 어쩌랴. 있는 그대로 사실인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