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이맘때 우리가 하는 일

by 맘달

친구 숙이한테 가톡이 왔다, 이른 아침부터. 내가 꼭두새벽에 일어난다는 것을 아니까. 어제 딴 귤을 우리집으로 보낸다는 내용이다. 아직 일을 시작하기 전일 것 같아 숙이한테 전화를 걸었다. 내 짐작이 맞았다. "나, 농부잖아. 밥 다 먹었고, 커피까지 마시고 일 나가려던 참이야."


숙이는 이맘때면 제주에 내려가 귤을 따서 보내온다. 평생 과수원을 일구며 살다가신 부모님의 뒤를 이어 수시로 남편하고 섬과 육지를 오가며 귤나무를 돌본다. 과수원으로 길이 나게 되어있어 언제 그만두게 될 지 모른다고 하는 과수원. 나는 그곳이 귤이 쌀보다 비싸던 시절, 귤나무를 잘 키워 9남매 모두 대학까지 공부를 시킨 터전이라고 들었다. 왜 귤나무를 대학나무라고 불렀는지 알 것 같았다. 매년 숙이는 먼저 시식용 귤을 보내곤 하는데 올해도 어김없이 연락이 온 것이다. 아직 마트에서 사 온 귤이 남아있지만 난 벌써부터 수분이 풍부하고 시큼하면서 다디단 숙이네 귤이 기다려진다.


숙이한테 연락이 오면 다음으로 내가 바빠진다. 지인들에게 현지의 싱싱한 귤을 돌리려면 주소를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전에는 그냥 팔아주려고 여기저기에 공지를 띄웠더랬는데 지금은 내가 선물하는 쪽으로 바꿨다.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고마움을 전하기에 적당하기도 하고 친구가 직접 따서 바로 담아 보낸 것이라고 덧붙이면, 주는 나도 쁜데 받는 쪽은 더 기뻐한다.


오래된 것 같은데 올해 있었던 일이 떠올라 새삼스러워지는 요즘, 고마운 사람들을 떠올리게 된다. 든든한 후원자인 갬아넌의 멤버, 올 한 해 자주 만났던 정이, 오랜 세월 동고동락해 온 루시아, 큰언니 같은 큰 시누이와 씩씩한 혼커족 우리 엄마에게 귤 한 상자씩을 보내기로 했다. 이렇게 추린 사람들의 주소와 이름 전화번호를 숙이에게 넘기는데 절로 기분이 좋아진다.


올해도 숙이네 부부는 여기저기 귤을 퍼줄 것이다, 매년 그래왔듯이. 몇 해 전 숙이는 내가 후원한다고 들었던 것 같다며 ***쉼터 주소를 물어온 적이 있다. 말도 없이 그곳에 귤 3 상자를 보내 내가 오히려 고맙다는 인사를 받은 적이 있다. 돈을 낼 수 있는 사람한테는 정확히 받지만 돈을 내기 힘든 사람한테는 말없이 퍼주는 친구 부부의 계산법, 마음을 훈훈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