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쾌한 대화는 마음을 환하게 만든다
광명역에서 KTX를 타면 울산(통도사)까지 2시간이면 닿는다. 통도사에 가기 위해 나는 광명역까지 타고 갈 택시를 불렀다. 아침 6시가 좀 넘을 때였다. 어두움은 여전했고 기온도 내려가 쌀쌀했다. 집 앞으로 온 택시를 탔는데 기사님의 나이가 지긋해 보였다. 몇 시부터 일을 시작하신 거예요, 내가 인사겸 질문을 했더니 지난밤 10시부터 시작했다고 한다. 보통 아침 6시쯤 집에 들어가는데 마침 콜이 와서 달려왔노라고 했다. 내가 마지막 손님인 셈이다. 야간운전을 하시면 더 피곤하지 않으시냐고, 내 기준엔 그럴 것 같아서 물어보았다.
"이렇게 일한 게 40년이 넘었어요. 난 밤만 되면 말똥말똥해지고 먹는 것도 잘 먹히고...."
"(아, 40년이라면 몸에 베인 습관!) 저랑 반대네요."
야간운전하면 길도 덜 막히고 장거리도 뛸 수 있고 여러 가지 좋은 점이 많다고 했다. 승객이 없을 때는 아내가 싸준 먹거리를 먹어가면서, 이상하게 낮보다 밤에 더 잘 먹히고 기운도 나신단다.
"(난 초저녁이면 눈꺼풀이 내려앉는데) 저랑 반대네요."
"내가 칠십이 넘었어도 썩은 이 하나 없고 건강해요. 양치도 하루에 한 번, 자고 일어나서 하면 그게 전부라오."
"저랑 반대네요, 저는 아무리 양치질 열심히 해도 이가 영 엉망인데요.(하하)"
"우리 마누라는 나랑 정반대라오. 그래서 끌렸는지도 모르지만......(젊어 얌전하던 마누라가 억세지고, 일하고 들어와서 자고 있으면 마누라는 텃밭에 가 있다, 정반대라고 맞춰가며 살게 된다)"
"저도 제 남편이랑 정반대인데 이번엔 저랑 같으시네요.(호호)"
이번엔 기사님이 내게 어디 가느냐고 물었다.
- 저, 통도사 가요.
- 불교신자인가 봐요.
- 아니요, 전 가톨릭 신자인데 절에 가는 걸 좋아하고 절에 가면 절도 잘하고......
- 그런 건 우리가 김치 없으면 밥 못 먹는 거랑 비슷한 거 아닌가요. 무얼 먹더라도 김치 빠지면 안 되는 것처럼, 어떤 종교를 믿든 우리나라 사람 누구나 절에 가면 편안하고 좋은 건 당연하죠.
이야기도 재밌지만 지혜도 많으시네, 나는 속으로 생각하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있었다. 어느새 목적지에 닿았고 날이 밝아졌다. 어둠이 가시고 밝아진 것처럼 유쾌한 기사님 덕분에 내 마음도 환해졌다. 그날은 시작부터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