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의 금강이라는 말이 맞네. 하늘로 솟은 화강암의 모습은 보고 또 봐도 웅장하고 멋지다. 지난주에 오고 또 왔다. 바람 불고 추워 충분히 걷지 못한 아쉬움과 보기만 해도 가슴이 뻥 뚫리는 도봉산에 대한 그리움이 나를 이곳으로 이끌었다.
제대로 보려면 보고자 하는 것과 보는 사람 사이가 가까워도 안되고 너무 멀어도 안된다. 도봉산을 온전히 볼 수 있는 적당한 거리를 찾고 있었는데 창포원이 딱일 것 같았다. 창포원 어디쯤에서 봐야 도봉산이 더 멋있을까, 움직일 수 없는 도봉산의 여러 포즈를 찾아 내가 움직여야 하는 상황. 불만제로다. 잘 생긴 배우를 찾아 열광하는 팬심을 나는 도봉산에 쏟고 있는 것인가. 나는 도봉산의 찐 팬이 되어버렸다.
붓꽃 없는 창포원은 긴 휴식기에 들어가 휑한 느낌이었지만 도봉산을 볼 수 있는 것만으로 충분했다. '대중교통으로 올 수 있는 좋은 나들이 장소'를 발굴했으니 봄이 되면 누구하고 올지 궁리하며 예뻐질 창포원을 그려본다. 양주시로 이사 간 친구네 집에서도 도봉산이 잘 보이려나, 물어봐야겠다. 날이 푹해지면 이리로 와서 만나자고 해야지.
창포원에 사는 나무들
창포원만 있는 게 아니었다. 걷다 보니 탱크가 보이고 전망대가 눈에 들어왔다. 창포원과 이어진 평화문화 진지였다.
평화문화 진지는 군사시설인 옛 대전차(전차나 장갑차) 방호시설을 문화창작공간으로 탈바꿈시킨 곳이라고 한다. 뜻밖의 공간을 알게 되니 마치 덤을 얻은 것처럼 기분이 좋았다. 탁 트인 곳은 최우선이라 전망대부터 올라갔다. 시야를 가로막는 것 없이 도봉산과 수락산이 드러나 있었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탱크가 있는 것을 보고 군사시설이라고 짐작했는데 건물구조가 숙소 같아 보여 검색해 보니 2층~4층은 시민아파트였다고 한다. 지금은 흔적만 남아있는 공간으로 계단 따라 올라갔더니 수락산과 도봉산이 마주 보고 있었다. 도봉산 쪽으로 쭉 걸어가면 코앞에서 지나가는 전철을 볼 수도 있다.
도봉산이 있는 서쪽 풍경
코앞에서 전철 지나간다.
다리 쉼 하려고 북카페 비상에 들어갔다. 뜨아가 몸에 들어가자 노곤노곤하다, 겨울은 겨울이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