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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맘디터 Nov 27. 2021

<나의 아저씨> 계절이 돌아왔습니다

모든 등장인물들 속에서 나를 보았습니다

여러분, 가을에서 겨울로 이어지는 그 쓸쓸한 계절의 이름이 뭔지 아시나요?

바로 <나의 아저씨> 계절입니다.

그냥 제가 막 지은 이름입니다ㅎㅎ


저는 집에 TV가 없어서 드라마 본방은 보지 못하였습니다. 제 동생이 

"언니 힘든 일이 있을 때, 그 드라마 한번 봐. 위로가 될거야"라고 말한 게 인연이 되었는지, 

아주 우연히 그 드라마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런닝타임 내내 화면 안에서 펼쳐지는 주인공들의 외로움, 갈등, 위로, 실망 등을 바라보는데, 

저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주연과 조연의 경계가 모호한 정말 특별한 작품을 만났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박동훈의 외로운 표정은 우리들이 일상에서 나도 모르게 자주 짓는 표정입니다. 

그런 박동훈을 바라보며 안쓰러워하는 형과 동생의 마음은 우리가 우리 가족들에게 느끼는 쓰라림입니다.

늘 둘째가 마음에 걸렸다던 동훈의 어머니 대사는 자식을 결혼시켜 놓고도 불안하고, 

며느리 또는 사위 앞에서 기가 죽는 우리 부모님의 마음입니다.

이지안이 식당 설거지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잔반을 먹는 장면은 내가 인생에서 한번쯤은 떨어져 본 그 나락, 혹은 한번쯤은 떨어질지도 모르는 그 나락을 생각나게 합니다.  

윤희가 불륜남에게 "너 같은 걸 사랑했다는 게 쪽팔려"라고 말하는 건, 우리가 과거의 연인을 정리할 때 한번씩 했던 생각입니다.

박동훈을 악랄하게 괴롭히는 윤상무가 도준영이 쾅 닫고 들어간 문 앞에서 정성스럽게 목례를 하는 모습은 우리의 사회생활을 떠오르게 합니다. 누군가에게는 악랄하지만 또 누군가에게는 좋은 사람일 수 있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복잡한 모순이 우리 사회생활입니다. 

정희가 술을 마시고 혼자 잠 들면서 "씻고 자는 건 아직 괜찮다는 겁니다"라는.. 외로움에 사무친 그 대사는 나 혼자 처한 외로움을 도저히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그 어느 때가 기억납니다.  


모든 역할에서 나의 자잘한 모습들을 발견했던 <나의 아저씨>.

한 사람의 복잡한 내면이 저렇게 다양한 인물로 펼쳐진 것 같기도 하고, 

저 등장인물들을 모두 합쳐도 내 주위에 맴도는 평범한 한 사람으로 빚어질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모든 인물의 대사, 행동, 생각에서 우리 자신을 발견하다 보니 이 드라마는 눈으로 보는 드라마가 아니라

노력하지 않아도 담담하게 마음에 새겨지는 드라마가 되었습니다.

'찬 바람이 불고, 누군가와 함께 있어도 외롭고, 누군가 나락에 떨어지는 걸 보거나 내가 떨어질 때, 너무 사랑해서 나를 아프게 하는 가족들이 있을 때'

드라마 <나의 아저씨>는 우리 인생의 그 모든 순간에 나타납니다.

밤 하늘의 별을 보면 시인 윤동주가 생각나는 것처럼

우리들은 외로운 어느 순간 순간마다 드라마 <나의 아저씨>속에 한 배역으로 들어가서 

그들과 함께 연기하고 있을지 모릅니다.


우리들은 지금 각자 <나의 아저씨> 계절을 지나고 있습니다.

-

"그 분 아마 승진하실 거 같아."

"근데 왜 울어?"

"좋아서... 나랑 친한 사람 중에서 그런 사람이 있다는 게.. 좋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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