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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맘디터 Jan 02. 2022

결혼 13년차 부부의 발기부전

기죽지 않아도 되~ 당신에겐 발기부전, 나에게는 갱년기가 있잖아!

13년차 부부에게 권태기가 찾아왔다.

내가 내 인생이 해결안되서 외로운 것처럼 남편도 그런 시간을 보내는 것 같다.

예전에는 남편이 바람피우는 꿈을 꾸면 울다가 일어났는데, 지금은 꿈에서 남편이 바람을 피면, 그냥 잠깐 놀라다가, 이내 남편의 연애 상담까지 하고 있다. 미친 거다.

부부가 영원히 뜨거운 감정이면 좋겠지만 이런 시기를 보내고 서로 편해지는 것도 좋다는 생각이 든다.

남녀사이를 넘어서 우리에게 싹트는 우정에 깜놀하는 요즘이다.


그런데 며칠 전에 저녁식사를 하면서 남편과 대화하다가 남편이 발기부전일지도 모른다는 걸 알게 되었다.

부부관계를 즐겨 하는 사이는 아니지만 대화하는 내내 남편은 기운이 없었고 의기소침해 있었다.

결혼하고 육아를 하면서 20키로가 넘게 찐 내 몸둥아리가 남편의 발기부전을 만들어낸 건 아닐까 미안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여자의 생리가 폐경을 앞두고 불규칙해지는 것처럼 남편의 몸도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러운 과정을 겪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41세 회사 중역에 세 아이의 아빠, 마눌곰은 편집마감이 겹치면 거의 정신줄을 놓기 때문에 집안 살림까지 세심하게 신경쓰는 남편이다. 그 사람이 성 기능까지 왕성하다면 그거야 말로 인간의 몸이 아니라 로봇이나 다름없다는 생각이 든다.


오히려 남편 몸의 변화가 인간적으로 느껴졌고, 함께 치료를 받아보자고 말해 놓았다.

그러다가 언젠가 찾아올 갱년기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솔직한 심정으로는 지금처럼 회사일과 육아에 바쁜 나날이라면 갱년기의 갱자 하나도 나를 못버티고 피해갈 것만 같다. 그런데 인간으로서 도저히 피할 수 없는 고비고비가 있다는 걸 우리 모두 이미 잘 알고 있다.

내가 남편의 발기부전을 세월의 흐름 속에서 진심으로 동정하고 이해하는 것처럼 남편도 언젠가 찾아올 나의 갱년기를 '저 곰이 이제 진짜 사람이 되려고 저 발광을 하나보다.' 하면서 너그럽게 이해해 주길 바란다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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