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맘디터 Apr 30. 2024

울릉도 여행기 1-생애 첫 독도

울릉도에 도착한 다음날.

아침 7시 20분 배를 타고 독도로 향합니다. 너울성 파도로 배가 많이 흔들릴 거라는 선내방송을 들으니 독도에 내릴 수 있다는 희망은 점점 사라집니다. 독도는커녕 '내가 무슨 자신감으로 이런 날씨에 배를 탄 걸까 ㅜ ㅜ' 후회하였습니다. 날씨가 너무 흐려서 아침인지 저녁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배는 좌우로 마구마구 흔들리고 사람들이 구토하는 소리가 여기저기에서 들립니다. 저와 남편은 전날 저녁, 당일 아침에 음식을 최소화해서 먹었고, 물약으로 된 1천 원짜리 멀미약을 마셨는데, 다행히 둘 다 멀미는 피할 수 있었습니다.

1시간 40분 후에 방송이 나옵니다.

"이 배는 독도에 접안이 가능합니다."

순간 모두 같은 마음으로 박수와 함성을 지릅니다.

날씨와 바람 때문에 조금도 기대하지 않았기에 너무 특별한 선물처럼 느껴졌습니다.


독도에 내리는데, 갑자기 눈물이 그렁그렁 맺힙니다.

'뭐.. 뭐지?' 너무 당혹스러웠습니다.

사실 독도는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 작았고, 바위 하나하나가 조각처럼 섬세하였습니다. 바위에 한 올 한 올 새겨진 그 흔적은 비와 바람이 만든 주름일 겁니다.


"조그만 얼굴로 바람맞으니, 독도야 간밤에 잘 잤느냐"


<홀로아리랑>의 이 가사가 독도를 너무 잘 표현해서.. 저는 속으로 감탄하였습니다. 정말 독도에 서 있는데 딱히 어떤 말도 떠오르지 않습니다.

"왜 이렇게 작은 거야? 이 거센 바람이 정말 괜찮아?"

이렇게 단 두 마디를 건네고 싶었습니다.

내가 뭐 이렇고 저렇고 아니라, 자연과 역사의 모진 풍파를 겪은 독도 곁을 엑스트라인 내가 '행인 1'로 조용히 스쳐 지나가는 그런 감정이었습니다.

역사는 책을 통해서 공부하지만, 그 역사가 내 피부로 와닿는 순간, 역사는 더 이상 책 속의 역사가 아니라, 내 피를 따라 흐르는 현재진행형이 됩니다.

독도에 대한 제 생각을 말로 표현한 적은 없지만, 독도에 발이 닿는 순간, 저도 이 작은 섬을 늘 사랑하고 평생 동안 마음에서 강하게 지키고 있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조선시대 일본의 횡설수설에도, 한국전쟁이 끝난 후 한반도의 혼란을 틈탄 위협에도, 이유 없는 지금의 시비에도 독도는 늘 같은 모습으로 서 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자랑스러움으로, 누군가에게는 지키고 싶은 대상으로, 누군가에게는 자신과 상관없는 저 먼 나라 이야기로 말입니다. 다 괜찮습니다.

우리가 알던 모르던, 기억하던 못하던, 두 개 바위가 마주 보고 있는  독도라는 자그마한 섬은 저 동쪽바다 가장 끝에서 우리를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을 겁니다.


- 맘디터의 독도여행기를 마칩니다.


작가의 이전글 북촌 <어둠 속의 대화> 전시회 소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