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첫 배달 라이더 도전!

부부 함께 횡설수설, 웃고 울고 감사한 하루~

by 맘디터

몇 달 전, 대형 기획사에 소속되어 아이돌을 발굴하는 남편을 둔 지인과 식사를 하다가 부부가 주말에 배달 라이더로 뛰어다닌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의사가 시험관 중인 부부에게 다이어트를 권유했는데, 라이더로 몇 시간 뛰어다니면 몸을 쓰게 되고 건강해지는 느낌이 든다고 하였습니다.

저도 맨날 남편에게 핸드폰 좀 그만하라고 잔소리하는 게 싫어서, 배달을 해보자고 졸랐고 그렇게 우리의 첫 도전이 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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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시동을 걸고 기다리는데 첫 배달이 배정됩니다. 집에서 8분 거리에 있는 가게에서 국밥을 픽업하여, 대각선으로 10분 거리에 있는 빌라 5층에 배달하는 겁니다. 우리 동네라서 지리도 잘 알고 거리도 가까워서 웃으며 "쉽네~"하고 자신 있게 출발하였습니다. 남편을 국밥집 근처에 내려주고 저는 차를 돌리고 있는데, 남편이 당황하여 국밥집이 안 보인다고 발을 동동 구르네요. 생각해 보니 저도 처음 들어본 가게입니다. 5분간 뛰어다닌 끝에 어렵게 국밥을 픽업하여 출발하는데, 남편이 그다음 배달 요청을 실수로 클릭해 버렸습니다.

"배달도 안 했는데, 다음 배달을 누르면 어떻게 해!!!" 부부싸움이 날 판입니다.

첫 배달이라 미숙한데, 우리는 얼떨결에 동시에 두 군데 음식을 픽업하여, 두 군데에 배달을 해야 하는 멀티 배달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ㅠ ㅠ


두 번째 음식점인 치킨집에 들러서 치킨 박스를 싣고 고고씽. 그런데 잠시 후에 차에 닭 냄새가 진동을 합니다. 닭을 싫어하는 저는 그 냄새가 너무 싫습니다. 운전하면서 창문을 여니, 남편이 갑자기 소리칩니다.

"자기야, 음식 식어! 문 열지 마!"

"맞아, 식으면 안 돼! 나도 식어서 오는 음식이 제일 싫어!"

저는 집에서 배달 음식을 받을 때, 식어서 오는 거에 민감한 편입니다. 뿌린 대로 거둔다더니 ㅜ.ㅜ

제가 그렇게 민감하다 보니, 우리 부부는 음식이 식을까 봐 보온 팩에 꽁꽁 싸매고, 창문도 꽁꽁 닫은 채 닭 냄새를 뒤집어쓰고 배달을 합니다.


국밥을 첫 번째 집에 무사히 배달하고, 두 번째 치킨을 배달하기 위해 집 근처 고려대학교 운동장으로 출발합니다. 꼭 전화를 달라는 배달 요청사항을 보고 남편이 전화를 걸었더니 음식을 받아야 하는 친구 전화번호를 불러주고, 저와 남편은 학생이 불러주는 숫자 하나하나를 열심히 외웁니다. 그런데 전화를 끊자마자 무려 5초만에 우리는 방금 외운 전화번호를 까먹었습니다 ㅜ.ㅜ 결국 전화를 두 번이나 더 하고 나서야 치킨 배달에 성공합니다.


세 번째 배달에 도전. 김치전골 요리를 아파트에 배달하는 요청인데, 배달 요청사항이 무려 5줄이나 됩니다. 아기가 잔다는 이유로 이렇게 이렇게 해달라고 적어놓았는데, 그 내용을 보자마자 너무 화가 납니다.

"나도 애를 셋이나 키웠다고! 이 사람은 왜 이렇게 까다로운 거야!"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속으로는 이 사람 못지않은 그동안의 제 만행을 반성하며 배달을 하였습니다.


남편이 음식점 위치를 확인도 안 하고 클릭을 하는 바람에 왕십리까지 가게 되었습니다. 왜 클릭했냐고 잔소리를 쏟아내며 그 와중에도 피자님이 식지 않게, 치즈가 쏠리지 않게 조심히 모시고 아파트로 올라갑니다. 왕십리의 오르막 내리막을 다니며, 그래도 우리 동네는 평지라서 참 살기 좋다고 남편과 함께 우리의 현실에 무척 감사하였습니다ㅎㅎ

배달 프로그램은 신기하게도 우리가 왕십리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내에서 배달을 잡아줍니다. 우리 부부는 기분도 좋고, 기술의 발전에 감탄하며, 인공지능 알고리즘의 신에게 한번 더 감사하였습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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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을 해보니 도로를 누비는 라이더들이 눈에 띕니다. 몇 년 전에 아이가 유치원에 다닐 때, 어떤 라이더가 제 차에 부딪쳤는데, 괜찮냐고 물어보는 저를 쳐다보지도 않고, 바로 오토바이를 일으켜서 급하게 출발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 사람은 괜찮았던 건지 지금에서야 궁금합니다. 어제 서울은 천둥번개가 치고, 비가 많이 왔는데 남편이 베란다에서 라이더 분들을 보고, 다들 우의를 잘 걸친 거 같다며 다행이라고 합니다.


평소에 운전을 많이 하는 데도, 배달을 할 때 무척 긴장을 했는지 저와 남편은 집에 도착하자마자 핸드폰을 던져놓고 밤 9시부터 깊은 잠에 빠집니다. 저는 1월부터 새벽 3시마다 눈을 떠서 잠 못 드는 새벽 불면증으로 고생하고 있는데, 오랜만에 아침 6시까지 잘 자고 일어났습니다. 사실 오늘은 차분하게 출판사 원고를 봐야 하는데, 자꾸 배달 어플을 켜고 어느 지역이 배달이 많은지 어슬렁어슬렁 살피게 되네요ㅎㅎㅎ

'아니, 배달료 2500원은 심한 거 아냐! 아웃이야!'

'오호~ 여기는 4900원이나 되네! 좋다, 좋아.'


부디 라이더 분들께서 다치지 않고 오늘의 그 고된 일을 잘 마무리하여, 안전하게 무사히 가족 분들의 품에 도착하시기를 바랍니다.


맘디터의 글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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