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년간 살면서 나 자신에게 많은 거짓말을 했습니다.
내가 한 걸 안 했다는 거짓말, 내가 안 한 걸 했다는 거짓말, 사랑하는 사람에게 당신을 사랑한 적이 없다는 거짓말, 사랑하지 않는 사람에게 너를 사랑한다는 거짓말.
이제 그 상대방은 모두 사라지고, 나와 거짓말 딱 둘만 남아 있습니다.
시간이 분절되어 내가 수십 년 전으로 돌아가 그 시절의 나를 말리고 설득한다고 해도, 아마 나는 똑같은 선택을 할 것 같습니다.
또 시간이 분절되어 그 시절의 내가 지금의 나를 만난다면, 너는 기껏 이런 행복을 원해서 그 고생과 모험을 한 거냐며 화를 낼 것 같습니다.
내 삶은 불확실성의 연속이었고, 그 불확실함의 화근은 늘 어디로 튈지 모르는 나 자신이었습니다.
그런 내가 세 아이의 엄마가 되면서 모든 것이 변했습니다.
내가 바라는 나의 모든 상이 깨지고 부서졌지만, 아프지 않았습니다.
아니, 오히려 아이들은 나를 다시 조각내고 조립하고 새로운 존재로 탄생시켰습니다.
나는 나의 감정과 충동을 다스렸고, 아이들은 내 기대와 모든 것이 달랐지만 실망하는 대신에, 내 기대와 바람을 조정하고 아이들에게 영향을 덜 미치고자 늘 노력하는 나날이었습니다.
학창 시절에 1등이라도 떨어지면 수십 권의 책을 벽으로 던지던 일희일비의 저는, 첫째 아이가 30점 대, 50점 대 점수를 맞아도 제일 속상하고 힘든 건 아이 당사자라는 생각에 말을 꿀꺽꿀꺽 삼키는 엄마가 되었습니다.
그 시절의 제가 지금의 저를 만난다면 "누구세요?"라고 물어볼 것 같습니다.
편집증과 결벽증, 의처증으로 가족들을 불행에 내몰던 저희 아빠에게도 유일한 장점은 있었는데, 자연을 좋아해서 푸른 들과 숲, 강으로 우리를 늘 데리고 다녔다는 겁니다.
자연을 좋아하는 폭력가장. 철저한 이중인격자였지만, 아빠로 인해서 저의 어린 시절은 불행과 자연의 위대한 힘이 저를 가운데 두고 서로 차지하기 위해 늘 팽팽한 힘겨루기를 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아마 그 팽팽한 싸움에서 어린 제 생명 속에 물든 위대한 자연의 힘이 최종 승리하여 저를 차지했나 봅니다. 지금 제 아이들을 키우고 있는 건 어린 시절부터 제 마음에 자리를 잡고 저를 지켜준 푸른 숲과 들과 강, 바다의 힘인 것 같습니다.
자연을 쫓아다니는 저는 그렇게 힘들이지 않고 괴롭지 않게 이 시간을 유유히 보내고 있습니다.
다만 우리 세 아이는 자신의 마음과 생명, 시간과 인생을 무엇으로 물들이고 있나, 유심히 관찰하며 고민하고 있답니다.
제 생일을 맞이하여 아이들과 속초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가정불화에 늘 어른들 눈치만 보았지만, 푸른 숲과 들판, 강과 바다 앞에서는 늘 당당하고 씩씩했던 어린 시절의 저를 불러내어, 속초 바다의 달을 함께 바라보았습니다.
너는 하나도 잘못되지 않았다고, 너를 가운데 두고 벌어진 치열한 전투에서 불행 대신 자연이 이겼다고 말해주었습니다. 그 자연의 힘이 지금 너의 아이들을 너와는 다른 환경에서 다른 방식으로 안전하게 키우고 있으니 이제 안심하라고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사랑하는 아이들에게 사랑하지 않는다고 거짓말하는 엄마가 아니라, 너희들을 진심으로 사랑한다고 매일 사랑을 고백하는 정직한 엄마가 되었으니, 이제 너 자신과 그 모든 거짓말을 용서하라고 조심스레 손을 내밀었습니다.
바다도, 바다의 달도, 한여름의 푸르름 모두, 어린 저와 지금의 저를 번갈아 바라보며 제 이야기에 귀를 기울입니다. 어린 시절의 저는 제 이야기에 아무 대답 없이 바다만 계속 바라보았습니다. 그리고 침대에 누워 있는 제 아이들을 바라보며 웃어주었습니다
2025.7.10 맘디터의 글을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