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 가면, 다시 나를 볼 수 있을까
여행 마지막 날 3일 차
저는 아침 6시에 신라스테이에서 조식을 먹고, 늦잠을 잔 아이들은 9시에 맥도널드에서 아침 식사를 해결합니다.
숙소에 돌아와서 짐을 싸는데 비로소 테라스 너머의 해운대 바다가 눈에 들어옵니다.
바다와 충분히 함께 하지 못한 시간을 애써 외면합니다.
*해운대 앞에서 3006번 광역버스-HJ 중공업 하차-건너편 버스 정류장에서 30번 버스로 태종대 도착
어제 반해버린 3006번 광역버스를 타고, 태종대에 도착합니다. 유람선을 타고 바다에서 태종대를 바라보는데, 울릉도가 생각납니다. 울릉도 못지않은 절경과 바다와 하늘의 모습에 여행의 모든 피로와 후회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습니다.
배에서 바라보면 오른쪽 바다는 푸르고, 왼쪽은 에메랄드 빛이 나는 아름다운 부산 바다.
걷고 또 걷는 여행에서 느끼는 고요함과 공간의 소리, 운전대 없이 차에 나를 맡기고 하염없이 창밖을 바라보며 나와 풍경이 동시에 서로에게 물드는 그 순간.
*태종대에서 101번 버스를 타고 초량역 하차- 1분 걸어서 부산 과학체험관 방문
서울로 올라가는 기차시간이 많이 남아서 과학체험관에서 다양한 과학놀이를 합니다. 그때 남편이 도착하고 아이들은 또 이산가족이 상봉하는 감격적인 순간을 맞이합니다. 어린 시절, 아빠가 싫었던 저는 영화나 만화에서 아빠를 향해 아이가 두 손을 들고 달려가는 장면을 보면 다 거짓말, 과장이라고 생각했는데, 우리 아이들을 보니 영화와 만화는 전부 사실이었습니다ㅎㅎ
(제가 가정을 꾸려보니 아이들에게 아빠는 재미있고 안전한 세상을 상징하는 완전한 세계 그 자체입니다.)
밤 10시 넘어서 서울역에 도착했고 이제 우리는 택시를 잡아서 집에 가면 됩니다.
그런데 택시가 아예 안 잡혔고, 비 내리는 서울역에서 30분 넘게 택시 승강장에 망연자실 서 있습니다. 도착하는 택시들마다 이미 예약이 되어 있고, 드디어 눈을 비비기 시작하는 막내의 모습에 남편은 점점 초조해집니다. 저는 속으로 '이번 여행은 처음과 끝이 똑같구나ㅎㅎ'하면서 막내를 살피는데, 남편은 이리저리 동분서주합니다. 택시가 설 때마다 뛰어다닌 남편 덕분에 어렵게 택시를 타고 집으로 향하고, 남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진짜 가장이 대단하구나' 싶습니다.
집에 오니, 이모네 집에 있었던 둘째 봄이와 래브라도 리트리버 오레오. 그리고 부산에서 바로 주문한 클림트의 그림이 도착해 있습니다.
비가 내리는 버스 안에서 1시간씩 아무 말 없이 창밖을 바라본 여행이 얼마만인지 모릅니다.
20대 시절, 풍경과 내가 아무 경계 없이 서로 물들었던 그 많은 여행이 기억납니다.
내게 물들어 있는 그 많은 풍경들 덕분에 나는 모험적이고 다채로운 사람이 될 수 있었습니다.
아이들은 어땠는지 물어보지 않았습니다. 아이들의 표정만으로도 충분히 힘들었고, 고생스러웠고, 그렇지만 특별하고 좋았던 여행이라는 걸 느낄 수 있었거든요.
버스를 타고, 지하철을 타고, 기차를 타고 비와 구름과 함께 움직인 시간들은 블랙홀 앞에 놓인 별처럼 순간순간 길게 늘어지고, 왜곡되고 어느 순간에 멈추고, 뜬금없이 지렁이처럼 줄넘기를 합니다ㅎㅎ
저는 이번 부산여행이 그렇게 좋았는지 집에서 내내 <부산에 가면> 노래를 듣고 있습니다.
가사의 '너'를 '나'로 바꿔서 들려드립니다.
부산에 가면 - 최백호
부산에 가면, 다시 나를 볼 수 있을까
고운 머릿결을 흩날리며 너를 반겼던
그 부산역 앞은 참 많이도 변했구나
어디로 가야 하나, 나는 이제 없는데
무작정 올라간 달맞이 고개엔
오래된 바다만 오래된 우리만
시간이 멈춰 버린 듯 이대로
손을 꼭 잡고 그때처럼 걸어보자
아무 생각 없이 찾아간 광안리
그때 그 미소가, 그때 그 향기가
빛바랜 바다에 비쳐 너와 내가
파도에 부서져 깨진 조각들을 맞춰 본다
부산에 가면
- 맘디터의 2박 3일 부산여행기를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