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봄에 아파트 옆 동에서 중학생 청소년 자살사건이 있었습니다. 예전에 같은 동에 살면서 마주치는 일이 많았기 때문에 유치원, 초등학생, 중학생까지 성장과정을 지켜본 아이였습니다.
동생과 자전거를 끌고 다니면서 활발하게 노는 모습이 얼마나 귀여웠는지 모릅니다.
그 일을 겪고 나서, 청소년 자살예방 캠페인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지인으로부터 <생명의 전화>에서 생명사랑 밤길 걷기 행사를 매년 크게 연다는 걸 알게 되었고, 올해 20주년 행사에 서포터스로 신청하여 마을공동체 활동을 함께하는 이웃들과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우리 5명은 행사장인 여의도공원 문화의 마당에서 생명사랑 문구를 얼굴과 팔에 타투 스티커를 붙여주는 부스를 운영하였습니다.
"다시 힘내자!"
"문어지지 말아요" (문어스티커)
"Keep Going" (계속 가봅시다)
"우리는 자살예방 캠페이너"
"I am Loveker"
하루를 기준으로 자살하는 청소년 7명, 전 연령대 37명을 모티브로 하여 7km와 36.5km 밤길 걷기가 진행됩니다.
3천 명의 참가자들이 부스로 몰려들 때, 얼마나 힘이 드는지 입이 마르고, 머리가 빙빙 돕니다. 가족단위 참가자들도 많고, 연인, 부부도 많이 보입니다.
타인을 격려하는 메시지를 남기는 부스도 있었는데, 90세가 다 되어 보이는 할아버지께서 종이에 메시지를 남깁니다.
"나도 죽고 싶은 고비가 참 많았어요. 그런데 안 죽고 버티다 보니, 나중에는 살만 했어요"
타투를 붙이다 보니 아토피가 있는 사람들,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참 많았습니다. 손목과 손등이 아토피로 짓무르고, 거칠게 변한 아동, 청소년, 성인들에게 스티커를 붙여주며, 마음속으로 "잘 이겨내고 계시네요! 힘내세요" 응원을 할 수 있었습니다.
밤이 되어, 7km 걷기를 마치고 도착하는 참가자들을 위해 박수를 치고 환호성을 보내는 그룹에 투입되었는데, 처음에는 부끄러워서 멀뚱히 서 있던 제가 나중에는 참가자들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진심으로 말을 건네고 응원봉을 흔들며 위아래로 방방 뛰었습니다. 함께 응원조로 투입된 공동체 멤버 두 명도 환호성과 박수를 보내다가 목이 다 쉬고, 얼굴이 반쪽이 되었습니다ㅎㅎ
하이라이트는 36.5km 밤샘 걷기 참가자들의 출발타임입니다. 저녁 8시부터 다음날 아침 6시까지 걷는 대장정의 코스입니다. 그들을 배웅하는 역할에 다시 투입되었는데, , 단단히 준비하고 참여한 젊은 연인들, 학생들의 모습에 저는 그만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고 말았습니다.
사람들의 선한 마음과 용기가 모여서 서로에게 힘이 되고, 그걸 지켜보는 저조차 "끝까지 끝까지 살아야 한다"는 마음이 일어났습니다.
생애 첫 서포터스 활동이었지만, 사람들이 왜 자원봉사를 하는지, 무엇을 얻는지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습니다. 사람들의 마음과 에너지는 연결되어 있어서, 서로에게 손을 내미는 순간 힘과 용기를 나눌 수 있습니다. 내가 그들에게 힘이 되고, 내게 전해지는 다른 사람의 따뜻한 마음이 나를 토닥여 주었습니다.
내년에도 생명사랑 밤길 걷기 서포터스를 신청해서, 해도 된다면 귀여운 푸우 탈을 쓰고 막춤을 추면서 캠페인에 참가하는 수천 명의 사람들에게 악수를 건네고 싶습니다.
무엇이라도 할 수 있다면 정말 기쁠 것 같습니다.
올해도 내년에도 자원봉사자로 환호성을 지르면서, 작년에 세상을 등진 그 귀여운 소년의 가족들이 부디 아이의 몫까지 더욱 생의 등불을 환하게 밝힐 수 있도록 마음 깊이 기도하겠습니다.
맘디터의 글을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