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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맘디터 Jun 13. 2022

영화 브로커를 보고 당황하시는 분들을 위하여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에 눈을 뜬다는 것의 의미

친한 언니와 제 동생이 영화 브로커를 보러가자고 합니다. 저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매니아입니다. 지금도 제 생애 최고의 영화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걸어도 걸어도>입니다. 이 영화를 노트북에 저장해 놓고 수백번 봤을 정도로 저는 그가 던지는 질문, 그것들을 풀어가는 캐릭터마다의 색다른 방식들을 정말 좋아합니다.

당연히 영화 브로커도 고레에다 작품들의 연장선에 있을 거라고 예상하는데, 단순히 칸느 영화제 수상작이라는 이유만으로 영화관을 찾는 사람들은 그가 던지는 질문들이 어색하지 않을까 걱정도 되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포털 사이트마다 이 영화에 대해 악플과 악평이 줄을 잇네요. 동생도 영화를 취소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저에게 자꾸 말을 겁니다. 당연히 그냥 보자고 했습니다. 기대도 없으니 실망할 것도 없지 않냐고 웃어 넘겼습니다.


영화 브로커에는 버려지는 아기, 아기 친부를 살해하고 아기를 버리는 미혼모, 미혼모를 마주하게 되는 브로커 두 명, 보육원에서 자란 젊은 브로커, 아이를 누군가에게 팔아 넘기지만 막상 자신의 아이에게는 버림받는 늙은 브로커, 브로커를 쫓다가 아기를 버린 미혼모의 마음을 들여다 보게 되는 여경이 나옵니다.

이 영화 한 편에 얽힌 사건들만 나열해도 이렇게 많아요. 이 사건들에 얽힌 등장인물들은 철저하게 자기 중심적으로 이 문제들을 바라보고 행동합니다.

(영화 <걸어도 걸어도>도 마찬가지입니다. 큰 아들의 기일에 가족들이 모이는데, 어린 꼬마부터 할아버지 할머니까지 그 영화 속에 펼쳐진 모든 캐릭터들은 철저하게 자기 입장에서만 말하고 행동합니다. 아무리 가족이어도 물과 기름처럼 섞일 수도 없고, 누군가 강제로 섞을 수도 없습니다.)

이렇게 고레에다 히로카즈 영화의 등장인물들은 자신들을 바라보는 관객들마저 외면하고 철저하게 이기적으로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합니다.


아마 이 영화가 힘들었던 분들은 내가 영화 속 누구에게 감정이입을 해야할지 도무지 찾기가 어려워서 그런 걸 겁니다. 그럼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영화는 스트레스 덩어리가 아닐까 생각하시겠지만ㅎㅎ 그의 마법은 바로 여기부터 시작됩니다. 엄청 이기적으로 행동하는 등장인물들이 아주 작은 계기를 통해 누군가의 마음을 조금씩 알아가고 이해하기 시작하는 겁니다. 등장인물들이 가족 또는 타인을 다 이해하지는 못해도 그의 마음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하는 그 기적을 표현해내는 힘이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마술입니다.


영화 <걸어도 걸어도>에서는 가족에게 한없이 다정하고, 타인에게 잔인한 어머니가 흰 나비를 큰 아들로 오해하고 쫓아다니는 장면에서 그 무심한 둘째 아들이 어머니의 지울 수 없는 슬픔에 눈을 뜹니다.


영화 브로커에서는 젊은 브로커가 아기를 버린 소영을 담담히 관찰하며, 자신을 보육원에 버린 어머니에게는 정말 피치못할 사정이 있었을 거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소영은 젊은 브로커가 자란 보육원 창 밖에 내리는 비를 만지며, 엄마를 기다리는 아이의 마음을 듣고 마네요. 아이를 팔러 다니는 늙은 브로커는 자신의 아이에게 철저하게 버림받게 되고, 그 뒷모습을 바라보던 여경은 누가 브로커인지 모호하게 변형된 이 상황에 상실감만 느낍니다.  


글이 길어지면 재미 없고 이 영화에 대해 더 큰 선입견을 갖게 되지 않을까 걱정도 됩니다.

영화 브로커를 보고 당황하시는 분들께 이 말씀을 드리고 싶었습니다.

자기 멋대로 이기적으로 움직이는 등장인물들이 내 눈 앞에 다른 사람의 처지에 눈을 뜨고 그의 마음을 헤아리게 되는 그 순간이 바로 고레에다 히로카즈 영화의 클라이막스예요.. 라고 말입니다.

우리 인생도 마찬가지입니다.

내가 정말 이해할 수 없는 가족 또는 타인의 입장을 진심으로 이해하고 그들의 마음에 눈 뜨게 되는 그 기적같은 순간을 위해 우리는 매일 달려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매일 불평을 하고 원망을 하고, 세상과 타인에 대해 냉소하면서도 사실은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누군가를 제대로 이해하고 깊이 사랑하면서 매 순간을 충만하게 살고 싶다고 열망하기 때문입니다.


영화 브로커를 보고 당황하시는 분들과 이 영화의 클라이막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마법을 나누고 싶습니다. 영화 <걸어도 걸어도>에 펼쳐지는 무심함과 냉소가 이해로 바뀌는 클라이막스, 영화 브로커에서 각자 외롭게 움직이는 등장인물들이 서로를 이해하기 시작하는 그 순간의 마법을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오늘의 글은 이것으로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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