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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맘디터 Jul 22. 2022

이유없이 외로울 때 보면 좋은 영화3

내가 외로운 이유를 찾을 수 있는 영화를 소개합니다.

1. <세상의 모든 계절> "혼자서 다 잘하는 내가 되자"


모든 사람을 짜증나게 하는 주인공 메리가 영화 런닝타임 내내 횡설수설하며, 주위 사람들에게 끊임없이 자기 자신의 혼란스러운 감정을 호소합니다. 그 외로움은 직장동료 제리 부부를 통해 매번 위로받는 듯 하지만, 결국 메리의 실수 때문에 제리 부부에게 철저하게 외면당합니다. 

제리 부부의 외면을 통해 메리가 직면하는 현실은 그들이 베푼 호의가 타인에 대한 따뜻한 예의에 불과했다는 겁니다. 메리가 자신은 결코 제리부부와 동등할 수 없다는 걸 알게 되는 영화 마지막 식사 장면에서 메리는 제리부부와 아들 내외의 식사자리 한 켠을 차지하는 장식품일 뿐입니다. 

영화 <세상의 모든 계절> 우리가 타인에게 기대하는 모든 이상향 '제리부부'
영화 <세상의 모든 계절> 타인을 동경하고 의지하고 그들의 삶에 들어가고 싶었던 메리가 치르는 댓가는 가혹합니다

우리가 타인을 통해 나의 존재감을 확인하려고 한다면 우리는 타인 인생의 장식품으로 전락할지 모릅니다.  

차라리 혼밥도 잘하고 혼행도 잘하고 혼자 노래방가서 노래도 신나게 잘 부르는 내가 되면.. 그런 내가 되면 나를 자신과 동등한 우주로 바라보는 타인을 만나게 될지도 모릅니다.


2. <걸어도 걸어도> "가족. 이해하려고 노력하지 말자"


가족이지만 도무지 이해하기가 어렵고 벽처럼 느껴집니다. 의대생이던 형의 기일에 가족들이 모이지만, 큰 아들의 죽음에 상처 받는 어머니, 아버지와 형에 대한 열등감으로 상처 받는 둘째 아들, 어머니의 차별에 상처받는 며느리 등 한 공간에 있는 가족 구성원 모두, 각자 다른 이유로 서로 상처를 주고 받습니다.

영화 <걸어도 걸어도> 하나의 공간에서 숨을 쉬고 있지만, 서로가 서로에게 상처를 남기고 있습니다. 

어머니의 상처는 수십년간 봉인됐다가 노래 한 곡을 통해 지독하게 외로운 표정으로 표출되고, 며느리의 상처처는 아들을 잃은 시어머니의 상처와 방황을 목격하게 되면서 갑자기 마음 속에서 매듭을 풉니다.

영화 <걸어도 걸어도> 부부가 아들의 죽음이라는 상처를 공유하지만 각자가 지닌 상처의 깊이와 모양은 많이 다릅니다 

아버지를 잃은 어린 소년은 가족들에게 상처만 주는 할아버지가 우연히 잡아 준 손이 따뜻해서, 모두 잠 든 밤.. 죽은 아버지에게 처음으로 자신의 마음을 이야기 건넵니다.  이해하려고 노력해도 이해할 수 없고, 이해하고 싶지 않아도 우연히 이해할 수 있는 관계가 가족입니다. 내 마음 속에 가족 누군가에 대한 매듭이 묶어져 았다면 굳이 풀려고 하지 말고, 그 매듭이 시간과 바람에 의해 헐거워지는 순간을 기다렸다가 가장 편한 순간에 풀어내고 자유를 찾으면 그만입니다.


3. <스파이더맨-노웨이홈> "지금 함께 있어도, 멀리 있어도, 나를 잊어도 괜찮아. 내가 너를 기억하니까."


마블의 히어로는 서로 힘이 되어 주지만, 사실은 반드시 사랑하는 누군가를 잃어야 하는 운명입니다. <가디언즈 오브 더 갤럭시>의 스타로드는 생물학적인 아버지와 진짜 아버지, 사랑하는 연인 가모라를 잃었고, <토르-러브앤썬더>에서 토르는 제인과 영원한 이별을 맞이합니다. <닥터 스트레인지>는 지구의 크리스틴, 평행우주의 크리스틴 모두와 이별을 합니다. 그래도 다른 히어로들의 이별은 저 달나라 어딘가에서 이루어지는 사건같다면, 스파이더맨 피터가 맞이하는 숙모의 죽음, 친구들과의 이별은 지극히 나와 같은 별 어딘가에서 일어나는 사건 같아요.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행복한 이유를 들여다 보면, 내가 그들의 의식과 무의식 깊은 곳에 들어가 있다는 걸 확인함으로서 느끼는 기쁨이라고 생각합니다. 

영화 <스파이더맨-노웨이홈> 네 마음 속에 내가 들어있어서 정말 행복해

MJ와 네드의 기억 속에서 철저하게 지워진 피터는 자신을 기억하지 못하는 친구들을 보며, 그래도 자신이 그들을 기억할 수 있음에 슬픈 미소를 지으며 사라집니다. 

영화 <스파이더맨-노웨이홈> 네가 나를 잊어도 내가 너를 기억할 수 있으면, 그것만으로도 살아갈 수 있을 거 같아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져서 고통스러운 당신, 또는 사랑하는 사람이 없어서 외로운 당신... 나의 모든 기억이 사라지면 과연 행복할까 생각해보면, 기억이 없어져도 오히려 마음 속의 고통이 내 앞에 나타나 "나의 정체는 무엇인가요?"고 따져 물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나를 기억하고 사랑하는 누군가가 없어도, 내가 기억하고 사랑하고 기다리는 누군가가 있다면 내 고통의 근원을 알 수 있으니 조금 다행인 것 같습니다. 정 안 되면 평행우주 저 너머에서라도 만나게 될 지 모릅니다. 나는 존재감도 없고 누군가에게 중요한 의미가 되긴 어렵겠지만, 내가 그 누군가를 의미 있게 기억해 낸다는 것에 함께 안도의 한숨을 쉬고 싶습니다. 

내가 그 어떤 순간에는 누군가를 사랑했고 기억해냈으며, 지금도 가끔 심심할 때 내 생각의 오징어 다리로 질겅질겅 물고 있으면 그만입니다. 


오늘은 하늘을 향해 이 두 마디를 건네고 싶습니다.

"내가 너를 사랑하니까 다 괜찮아" 

"내가 너를 기억하니까 다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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