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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맘디터 Jul 24. 2022

멈출 수 없는 토스트 사랑

진주회관 콩국수도 막을 수 없는 토스트 유목민의 토스트 정착기

저는 토스트를 엄청 많이 사랑합니다. 그런데 비법소스 토스트 보다는 딱 케첩과 설탕만 들어가는 토스트를 좋아합니다.

쉬는 일요일, 남편에게 토스트를 먹으러 가자고 떼를 씁니다. 남편은 도대체 이 토스트 폭풍은 또 언제 지나가는 건가 괴로운 표정입니다. 주중에는 단짝 언니에게 전화를 해서 

"언니 우리 맛있는 거 먹으러 가자"

"그래, 어떤 거?"

"토스트!"

"야! 그 놈의 토스트 열풍 아직도 안 지나갔냐?"

뭐 이런 상황입니다.


1. 석계역 토스트

남편이 저를 생각해서 유명 유튜버 채널에서 시청한 토스트 가게를 데려갑니다. 폭우가 쏟아지는 날이었는데, 토스트를 먹겠다고 길을 나선 우리가 참 웃겼습니다. 가게에 도착했는데, 몸이 피곤해 보이는 건설현장 노동자 두 분께서 토스트를 드시고 계시요. 옆에서 가만히 기다렸는데, 갑자기 의자를 양보해 주십니다. 감사하지만 괜찮다고 사양했는데, 두 분이 비 내리는 하늘을 바라보며 토스트를 드시는 모습에, 토스트가 우리들에게 굉장히 따뜻하고 소중한 음식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석계역 토스트 - 남편이 주문한 거대한 토스트
이건 내 햄치즈토스트

토스트를 한 입 베어물고 저는 남편에게 슬픈 표정을 발사합니다. 남편은 애써 모른 척 하며 열심히 먹네요.

가게 사장님의 비법 소스와 특별한 고명이 투척된 멋진 토스트이지만, 제가 찾아다니는 그 토스트가 아니였습니다. 한 입 한 입 슬픈 표정으로 토스트를 먹는 제 모습을 남편이 말 없이 바라봅니다. 


2. 황학동 토스트

일요일 오후 아이들이 시댁에 놀러갔고, 저와 남편은 점심메뉴를 고민하였습니다. 저의 토스트 타령이 시작됐고, 우리는 합의점으로 시청 진주회관 콩국수를 먼저 먹고, 황학동 토스트를 먹으러 가기로 하였습니다. 

지금까지 먹어본 콩국수 중 최고의 맛 - 시청 진주회관 콩국수

시청 진주회관 콩국수를 먹으러 갔는데 머릿속에는 온통 토스트 생각 뿐이라 사실 크게 기대하진 않았습니다. 콩국수를 한 입 먹는데, 그 고소함과 진함에 기절하는 줄 알았습니다. 콩이 이런 위대한 맛을 낸다는 거에 감탄을 하며, 남편에게 감동의 눈빛을 마구마구 보냈습니다. 진주회관에서 나와 차에서 시동을 거는 남편에게 "황학동 토스트로 출발!" 

청계천 어딘가에서 내렸고, 남편은 차를 돌려서 오기로 했습니다. 저는 청계천 부근 토스트 가게를 찾아서 북적이는 사람들을 비집고 열성적으로 토스트를 주문하였습니다.

황학동 토스트

한 입 베어물고 있는데 남편이 운전하는 차가 저 쪽에 보입니다. 저는 그만 또 슬픔에 빠집니다. 제가 찾아다니는 그 맛이 아니거든요. 설탕과 케첩은 맞지만, 맛의 조화가 덜 되는 느낌입니다. 계란과 소스와 채소 각각의 장점이 느껴지지 않는 그냥 평범한 토스트였습니다. 운전하는 남편은 제 표정을 보더니 제 손에 붙들려 있는 토스트를 가져가서 자기가 한 입에 넣어버립니다.


3. 광장시장 광장토스트

매일 토스트를 검색하다가 집에서 차로 15분 거리에 있는 종로 5가 광장시장이 생각났습니다. 단짝 언니와 방문하였는데 문제는 이 토스트가 입에 맞지 않을 경우,  한 입에 먹어줄 남편이 없다는 겁니다. 오늘의 토스트는 정말 끼니용 토스트라고 생각하고 마음을 비운 채 광장시장을 방문하였습니다.

시장 초입에 있는 광장 토스트 자리에 앉아서 설레는 마음을 감추지 못한 채 가게 사장님의 손 끝만을 바라봅니다. 우리집 리트리버처럼 사장님 손의 움직임에 따라 제 고개가 왔다갔다 합니다.

    

광장시장 광장토스트

사장님은 계란과 햄, 식빵을 불판에 꽉꽉 누르셨는데, 제가 음식을 할 때 프라이팬에 꽉꽉 누르면 엄마가 워낙 싫어해서, 다른 사람들도 프라이팬에 재료를 꽉꽉 누른다고 엄마한테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드디어 탄생한 나의 햄치즈 토스트

도대체 무슨 맛일까.... 오늘은 어떤 일이 있어도 슬픈 눈빛을 발사하면 안된다고 다짐을 하며 한 입 베어물었습니다. 

너는 내 운명- 광장시장 토스트

드디어 찾았습니다. 제가 찾아다니던 그 맛의 토스트! 

'토스트야, 나는 너를 만나기 위해 그 수많은 시간을 방황했나봐 ㅜ.ㅜ'

계란, 치즈, 햄의 고소함, 마가린에 구운 빵의 고소함. 온갖 재료의 고소함이 한데 어울리고, 그 위에 상큼하게 뿌려진 적당량의 케첩과 케첩에 주눅둘지 않는 당당한 설탕들. 

제가 찾아다닌 토스트가 광장시장에서 수많은 탄생과 죽음을 반복하며 살아가고 있었습니다ㅋㅋㅋ

이렇게 저는 방황의 시간을 거쳐서 감동과 기쁨 가득한 마음으로 제게 가장 어울리는 토스트와 운명적인 만남, 사랑을 나누게 되었습니다.


배고플 때, 혼자 맛있는 게 먹고 싶을 때, 우울할 때, 소중한 사람에게 맛있는 무언가를 사주고 싶을 때.

같이 광장시장 광장토스트 간이의자에 앉아서 햄치즈 토스트 두 개를 주문할 겁니다.

사장님의 손을 따라 고개를 왔다갔다, 제 운명의 토스트가 탄생하는 그 멋진 순간을 목격하며 물개박수를 치고 있을 거예요.


토스트 유목민의 토스트 정착기를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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