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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맘디터 Aug 15. 2022

엄마와 김영갑 갤러리 감상하기

엄마의 내 마음대로 작품감상

갤러리, 미술관... 우리 아기곰들이 질색하는 곳들입니다.

아기 때부터 집에서 가까운 국립현대미술관 삼청동관을 자주 방문하고, 많은 전시회를 보여줘도 아기곰들에게 미술은 저 먼 세계의 이야기입니다. 미술관 근처에서 먹는 점심 칼국수, 맛있는 빵, 음료수가 훨씬 더 감동일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엄마곰은 왜 엄마가 김영갑 갤러리 작품을 좋아하는지 들려주고 싶습니다.


미술관은 입구부터 문 하나, 길 하나까지 모두 작품이란다.
작가들은 세상을 그리고 내 눈앞의 풍경을 특별하게 보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야. 그래서 작가들의 세계를 들여다보면 아주 작은 것들도 특별하게 보인단다. 나뭇가지가 어떻게 보이니?
비에 젖은 길 말이야. 나무숲 사이에 놓인 이 길이 제주의 비와 돌과 습기를 잔뜩 머금어서 엄마는 한참동안 바라보았어 
비와 안개에 젖은 제주도.. 어른들의 모든 기억속에서는 비에 젖은 풍경이 한 컷씩 남아 있단다. 비를 머금은 하늘과 땅, 숲은 우리를 차분하게 하고, 서운하게 하고, 빠져들게 해
우리 식탁에 걸려있는 오름의 노을. 태양은 뜨고 질 때 가장 붉은 빛을 내는데, 그 뜨거운 불꽃 앞에서도 부끄러움 없는 인생을 살아보자. 노을을 머리에 이고 당당한 오름처럼.
한 겨울 눈이 내린 오름이 척박해 보이지 않는 건 저 돌담과 마른 풀들 때문일거야. 사실 혼자는 없어. 우리 주위에는 하늘과 대지와 흰 눈과 비와 풀과 돌들이 가득하단다. 
우리집에 걸린 제주도의 바람. 김영갑 작가의 작품은 물과 풀을 이용해서 바람을 표현해. 저 풀들을 움직이는 바람을 상상해봐. 그 바람은 지금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을지도 몰라.
제주에는 안개가 많아. 안개는 모든 걸 신비롭고 경이롭게 만들지. 우리는 안개에 쌓인 자연을 바라보며 자연을 존경하고 그 속에 놓인 나 자신의 신비로움에 눈을 떠
오름에 새겨놓은 듯한 저 사각형은 무덤이란다. 오름에는 무덤이 참 많아. 제주도의 오름은 제주도 사람들에게 삶과 죽음을 오롯이 품은 곳일거야. 꽃밭과 마주보는 오름의 무덤
화장실로 향하는 문. 낡은 문이 액자처럼 하나의 풍경을 간직하고 있어. 우리는 어쩌면 나를 둘러싼 소중한 풍경들을 놓치고 있을지 몰라. 화장실 문처럼 가만히 들여다 보렴
이 그림의 주인공은 누구일까? 나무? 하늘? 엄마는 움직임같아. 한 시도 가만히 있지 않은 움직임. 우리는 무엇을 향해, 어디를 향해 흘러가고 있을까?
흙을 바라보며 엄마는 마음이 따뜻했어. 만져보고 싶고, 느껴보고 싶었단다. 흙이라는 대지 위에서 솟아난 저 푸른 숲. 시멘트 바닥이 흙과 생명을 갈라놓지만 모든 건 흙에서 시작해
나무가 자신을 비추는 햇살에 지지 않고 오롯이 견뎌낸 흔적을 봐. 나무 껍질이 햇살만큼 단단해 보여. 우리에게도 저런 흔적이 있어. 그걸 바라보며 우주와 대등한 자신을 발견하렴
대지에도 꽃이 피고, 하늘에도 구름꽃이 피었어. 대지와 하늘이 서로를 바라보며 무슨 생각을 할까? 


김영갑 작가님은 루게릭 병으로 고통을 겪었습니다. 그 고통이 어떤 의미였을지는 모르지만 그의 작품을 보면 그는 매일 매일 더욱 더 제주도의 아름다움과 강인함을 사랑하게 된 것 같습니다. 

루소의 <에밀>에는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한 인간이 훌륭하게 성장하려면 세 가지의 힘이 필요하다. 첫번째는 부모, 두번째는 교육, 세 번째는 자연"

자연을 통해서 인간은 자신이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알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어디에서 왔고, 어디로 가는지 알게 된다면 흔들림 없이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영갑 갤러리 작품 속에서 만나는 제주도는 파도 사진을 통해 바람을 만나고, 오름 사진을 통해 그 속에 녹아든 삶과 죽음을 만나고, 마디가 꺾인 나무를 통해 대지의 힘을 만나는 한 컷 한 컷입니다.

내가 주위에서 발견하지 못하는 바람과 돌, 흙과 하늘, 나무와 안개 등이 김영갑 작가의 작품의 저변에 숨어 있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숨겨진 가치들을 찾아내는 작품들. 그래서 김영갑 갤러리의 작품을 만나면 제주도가 특별해 보입니다. 제주도를 특별하게 바라보고 제주도를 특별하게 대했던 그의 생명이 우리에게 전달되기 때문입니다. 척박한 화산섬이 숲을 만들고, 습지를 만들어낸 그 위대한 생명력에.. 제 자신이, 아기곰들이,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이 눈 뜨기를 바랍니다. 저도 더욱 눈을 크게 뜨겠습니다.


김영갑 갤러리 작품 감상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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