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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맘디터 Aug 15. 2022

맘디터의 여행동화1 - 백약이오름

백약이오름을 같이 올라가 볼까

제주도 동쪽에 위치한 백약이오름에 올라가볼까

오름에 올라갈 때는 네 가지가 필요해.

1. 운동화 / 2. 물 / 3. 모자 / 4. 모기기피제

운동화도 신었고, 물도 챙겼는데, 사실 엄마는 모기기피제를 뿌리진 않았어. 물려도 안긁으면 된다고 생각하거든ㅎㅎ오름은 그늘이 없는 경우가 많아. 그래서 모자가 필수야. 그런데 모자를 쓰면 풍경이 잘 안보이니까, 햇살이 약한 새벽이나 저녁 무렵에 방문하는 게 제일 좋아.

저 낮은 언덕 꼭대기까지 올라갈거야. 이제 출발~


백약이오름 전경

계단을 하염없이 올라가. 언제쯤 끝날지 생각하지 말고, 아무 생각 없이 오르는게 좋아. 지루하면 뒤를 돌아서 오름 아래의 전경을 바라보렴

토토로의 굴로 들어가는 길 같아
분명히 낮은 언덕이었는데, 계단을 오르다 보면 한라산을 오르는 것처럼 느껴져.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게 오르막길
지루할 때마다 뒤를 돌아보면 제주도의 아름다운 풍경이 보여서 위로가 되기도 해

계단을 하염없이 한 20분 정도 오르다보면 갑자기 이런게 나타나

짜잔~~~~ 분화구~~~ 수만 년 전에 불이 뿅뿅하고 튀어나왔을 분화구~~ 오름은 미니화산이야^^ 지금은 저렇게 풀로 뒤덮여서 엄청 시원하겠다, 그렇지?

오름 분화구를 한 바퀴 돌아볼까? 

바람이 부는 오름 정상길이야. 동그란 길을 한 바퀴 돌다보면 이 세상에 나와 풀과 하늘만 남은 것처럼 느껴져. 화산한테 말을 걸 수도 있어. "등이 따갑다! 구름아! 햇살 좀 가려줄래!"

이 길을 걷다 보면, 내가 수행을 하는 느낌이야. 마음이 조용해지고 평온해지고 경건해 진단다. 자연도 나를 방해하지 않고, 나도 자연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서로 노력하는 느낌? 그런 느낌이 막 들어.

이렇게 한 바퀴를 돌다 보면 이제 내려가야할 시간이야. 미니 분화구와 빠빠이 해야지.

내려가는 길은 쉬워서 시간이 금방 흘러가. 작년에 우리집 6세 꼬마도 백약이오름을 왔는데, 내려가다 보니 5살 정도로 보이는 어린 꼬마가 앞장서서 올라오지 뭐야~ 엄마 아빠는 힘들게 뒤따라 오고ㅎㅎ


작년에 물 없이 백약이오름에 올라온 우리집 꼬마들은 울고 불고 난리가 났었지. 이 꼬마 화산은 얼마나 시끄럽고 또 웃겼을까ㅋㅋ그 꼬마들이 일년이 흐른 뒤에 다시 제주도에 왔는데, 이제는 어디를 이동할 때 항상 자기 물병을 스스로 챙기는 버릇이 생겼어. 이렇게 배우는 것도 꼭 나쁜 것 같지는 않아.

사실 엄마가 챙겨줘야 하는 건 자유롭지 못한 거야. 자유롭지 못한 건 매우 불편한 거란다.


백약이오름의 분화구에서 타올랐을 수천 년 전의 불꽃들을 상상해봐. 

그리고 지금의 우거진 숲을 가만히 지켜보렴.

자연은 이렇게 변화하고, 머물고 또 변화한단다.


꼬마 화산, 백약이오름도 우리를 만나는 이 찰나의 순간이 행복하기를 바래.

서로 조용히 귀를 기울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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