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해변~정암해변 몽돌소리길

시와 바다와 하늘이 있는 분위기 좋은 바닷길 트래킹 <해파랑길 44코스>

by 맘디터

지난 8월 20일 토요일.

오후 3시 30분에 내부순환도로-강변북로-구리암사대교-양양춘천고속도로에 진입합니다.

아침부터 피곤한 일정이었기 때문에 졸음쉼터 두 군데에서 잠을 청하고, 최대한 컨디션을 회복한 다음에 양양에 무사히 도착하였습니다.

남편이 차의 2열, 3열 시트를 접고 캠핑매트를 두개 깐 다음에 그 위에 다시 침낭을 깔아주었고, 혼자 출발한 저는 집에서 까는 이불, 덮는 이불을 차 뒤에 셋팅합니다. 그렇게 나만의 침대가 완성됩니다.

KakaoTalk_20220821_110425874_22.jpg 내가 나를 만나고 나를 위해 쉬어가는 시간들


오후 5시 40분 설악해변 도착.

주차를 하고, 바다를 바라보며 왼쪽 즉 고성방향으로 한참을 걸어가 봅니다. 그런데 나무 데크로드 자전거 길이 나옵니다.

국토종주길이라고 표시되어 있는데, 그 긴 산책로가 바로 몽돌소리길입니다.

동그랗고 아기자기한 설악해변과 달리, 바다가 세계를 거의 다 차지하는 듯한 웅장한 정암해변길은 바라보는 것 만으로도 가슴이 시원하고 드넓은 세상입니다. 이 길이 바로 해파랑길 44코스입니다.


KakaoTalk_20220821_110425874_04.jpg 설악해변에서 정암해변으로 걸어가는 길

정암해변을 향해 걷다 보면 길 안내판이 중간중간 나옵니다. 처음에는 멍하니 걷다가 범상치 않은 광경과 아름다움에 점점 긴장이 되었고, '내가 어디에 들어선거지?'라는 궁금증과 함께 주위를 둘러본 결과, 제가 걷는 이 아름다운 길이 몽돌소리길이라는 걸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한 마디로 아무 생각 없이 그냥 걷다가 발견한 길입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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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kaoTalk_20220821_110425874_12.jpg 정암해수욕장

바다만으로도 아름다운데 여기 정암해수욕장 입구에는 낡은 배 한척이 서 있습니다. 그 배 뒤에 특별한 글귀가 새겨진 나무판이 있는데 그 글귀를 생각없이 한 글자 한 글자 읽어 내려가다보면.. 바다와 하늘을 바라보며 펜을 잡았을 한 인간의 감동이 고스란히 전해져 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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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이 떠오르듯이-

태양은 저녁이 되면 석양으로 물든 지평선으로 지지만

아침이 되면 다시 떠오릅니다.

태양은 결코 이 세상을 어둠이 지배하도록 놔두지 않습니다.

태양이 있는 한 절망하지 않아도 됩니다.

희망이 곧 태양이기 때문입니다.

- 해밍웨이 <노인과 바다> 중에서


해파랑길 44코스, 몽돌소리길을 걷다 보면 인간과 바다와 하늘이 어우러진 한 폭의 유화속으로 빠져드는 느낌입니다.


저는 몇 년전에 해파랑길 종주를 계획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기억나지 않는 어떤 사정으로 해파랑길 대신 제주도 한라산을 갔습니다. 지난 4월 부산 경주 여행을 갔을 때 어떤 절벽길을 걷는데 내가 걷는 그 길이 남파랑길 몇 코스라고 표시되어 있는 걸 발견하였습니다. 지도를 보니 남파랑길과 해파랑길은 국토종주길로 이어져 있습니다. 내가 몇 년전에 가려고 준비했던 그 여행길을 나도 모르게 우연히 걷게 된 운명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노을지는 정암해변과 설악해변을 바라보며, 이른 저녁 8시에 잠을 청합니다. 그리고 새벽 4시에 눈을 떠서 다시 바다로 나갑니다.


KakaoTalk_20220821_110425874_15.jpg 새벽 5시 설악해변
KakaoTalk_20220821_110425874_20.jpg 동튼 후의 정암해변

사람과 사람 사이에도 인연이 있듯이 저는 여행자와 여행지 사이에도 운명이 있다고 믿는 편입니다. 저는 몇 년 동안 돌고 돌아 결국 해파랑길에 들어섰습니다. 아마 언젠가는 남파랑길과 해파랑길을 잇는 국토종주길에 오르게 될 것 같습니다. 그 언젠가가 언제 올지 모르지만 저는 이번 주말에도 해파랑길을 열심히 걷다가 오려고 합니다.


저녁에 후진항구 회 마켓을 들러서 1인용 포장회를 찾아보았는데, 광어를 보면 우럭이 먹고 싶고, 우럭을 보면 광어가 먹고 싶은 저의 변죽 때문에 그냥 포기하였습니다~

저녁을 굶고 잠드는 바람에 많이 배고파서 아침식사를 거하게 하겠다고 마음 먹었습니다. 근처 낙산비치호텔 조식부페를 가서 두 접시를 싹싹 비웁니다.(인당 28,000원)

음식은 정말 주관적인 느낌이기 때문에 저의 지극히 개인적인 음식평 몇 자를 남긴다면..

해시브라운은 뻣뻣하고, 감자왕만두는 생각보다 부드럽고, 오렌지 오리훈제는 맛이 조화로웠으며, 카프레제는 다신 제 입에 넣을 것 같지 않습니다.

KakaoTalk_20220821_110425874_23.jpg 낙산비치호텔 조식뷔페(아침 7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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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렌지쥬스는 시원하고 달달했고, 수제요거트는 평범했으며, 저 평범해 보이는 크로아상은 입에 넣자마자 살살 녹은 부드러움이 일품이었고, 거봉은 무미. 내사랑 파인애플은 언제나 맛있습니다. 크림치즈 크레이프는 한 입 물자마자 삼키기까지 고통스러웠습니다.

사실 황태양념구이가 맛있다는 리뷰를 보고 찾아갔는데, 무슨 맛인지 잘 모르겠어서 황태 양념구이는 원래대로 속초 미가에서 먹는 것으로 다짐하였습니다.


이번 주 해파랑길 트래킹에는 남편이 동행할지, 저 혼자 갈지 잘 모릅니다. 남편이 하고 싶은 대로, 남편이 가장 마음 편하게, 행복한 방향대로 하면 좋겠습니다.


8월 마지막주에는 해수욕장이 문을 닫습니다. 조용해진 해파랑길 44코스가 궁금합니다.

몽돌소리길에서 바라보는 정암해변은 큰 파도의 물살이 해안가 전체로 안개처럼 흩뿌져리는 진귀한 모습입니다.

우리는 이렇게 아름다운 지구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우리는 오늘도 내일도 지구 위에 걸터앉아 매일 매일의 여행을 끈질기게, 각자의 자리에서 해내고 있습니다.

우리도 그 아름다운 풍경의 일부입니다.


-22.8.20 몽돌소리길 트래킹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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