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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맘디터 Aug 22. 2022

설악해변~정암해변 몽돌소리길

시와 바다와 하늘이 있는 분위기 좋은 바닷길 트래킹 <해파랑길 44코스>

지난 8월 20일 토요일.

오후 3시 30분에 내부순환도로-강변북로-구리암사대교-양양춘천고속도로에 진입합니다.

아침부터 피곤한 일정이었기 때문에 졸음쉼터 두 군데에서 잠을 청하고, 최대한 컨디션을 회복한 다음에 양양에 무사히 도착하였습니다.

남편이 차의 2열, 3열 시트를 접고 캠핑매트를 두개 깐 다음에 그 위에 다시 침낭을 깔아주었고, 혼자 출발한 저는 집에서 까는 이불, 덮는 이불을 차 뒤에 셋팅합니다. 그렇게 나만의 침대가 완성됩니다.

내가 나를 만나고 나를 위해 쉬어가는 시간들

 

오후 5시 40분 설악해변 도착. 

주차를 하고, 바다를 바라보며 왼쪽 즉 고성방향으로 한참을 걸어가 봅니다. 그런데 나무 데크로드 자전거 길이 나옵니다.

국토종주길이라고 표시되어 있는데, 그 긴 산책로가 바로 몽돌소리길입니다.

동그랗고 아기자기한 설악해변과 달리, 바다가 세계를 거의 다 차지하는 듯한 웅장한 정암해변길은 바라보는 것 만으로도 가슴이 시원하고 드넓은 세상입니다. 이 길이 바로 해파랑길 44코스입니다.

  

설악해변에서 정암해변으로 걸어가는 길

정암해변을 향해 걷다 보면 길 안내판이 중간중간 나옵니다. 처음에는 멍하니 걷다가 범상치 않은 광경과 아름다움에 점점 긴장이 되었고, '내가 어디에 들어선거지?'라는 궁금증과 함께 주위를 둘러본 결과, 제가 걷는 이 아름다운 길이 몽돌소리길이라는 걸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한 마디로 아무 생각 없이 그냥 걷다가 발견한 길입니다ㅎㅎ

정암해수욕장

바다만으로도 아름다운데 여기 정암해수욕장 입구에는 낡은 배 한척이 서 있습니다. 그 배 뒤에 특별한 글귀가 새겨진 나무판이 있는데 그 글귀를 생각없이 한 글자 한 글자 읽어 내려가다보면.. 바다와 하늘을 바라보며 펜을 잡았을 한 인간의 감동이 고스란히 전해져 옵니다. 

-태양이 떠오르듯이- 

태양은 저녁이 되면 석양으로 물든 지평선으로 지지만 

아침이 되면 다시 떠오릅니다. 

태양은 결코 이 세상을 어둠이 지배하도록 놔두지 않습니다. 

태양이 있는 한 절망하지 않아도 됩니다. 

희망이 곧 태양이기 때문입니다.

- 해밍웨이 <노인과 바다> 중에서


해파랑길 44코스, 몽돌소리길을 걷다 보면 인간과 바다와 하늘이 어우러진 한 폭의 유화속으로 빠져드는 느낌입니다.  


저는 몇 년전에 해파랑길 종주를 계획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기억나지 않는 어떤 사정으로 해파랑길 대신 제주도 한라산을 갔습니다. 지난 4월 부산 경주 여행을 갔을 때 어떤 절벽길을 걷는데 내가 걷는 그 길이 남파랑길 몇 코스라고 표시되어 있는 걸 발견하였습니다. 지도를 보니 남파랑길과 해파랑길은 국토종주길로 이어져 있습니다. 내가 몇 년전에 가려고 준비했던 그 여행길을 나도 모르게 우연히 걷게 된 운명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노을지는 정암해변과 설악해변을 바라보며, 이른 저녁 8시에 잠을 청합니다. 그리고 새벽 4시에 눈을 떠서 다시 바다로 나갑니다.

 

새벽 5시 설악해변
동튼 후의 정암해변

사람과 사람 사이에도 인연이 있듯이 저는 여행자와 여행지 사이에도 운명이 있다고 믿는 편입니다. 저는 몇 년 동안 돌고 돌아 결국 해파랑길에 들어섰습니다. 아마 언젠가는 남파랑길과 해파랑길을 잇는 국토종주길에 오르게 될 것 같습니다. 그 언젠가가 언제 올지 모르지만 저는 이번 주말에도 해파랑길을 열심히 걷다가 오려고 합니다. 


저녁에 후진항구 회 마켓을 들러서 1인용 포장회를 찾아보았는데, 광어를 보면 우럭이 먹고 싶고, 우럭을 보면 광어가 먹고 싶은 저의 변죽 때문에 그냥 포기하였습니다~

저녁을 굶고 잠드는 바람에 많이 배고파서 아침식사를 거하게 하겠다고 마음 먹었습니다. 근처 낙산비치호텔 조식부페를 가서 두 접시를 싹싹 비웁니다.(인당 28,000원) 

음식은 정말 주관적인 느낌이기 때문에 저의 지극히 개인적인 음식평 몇 자를 남긴다면.. 

해시브라운은 뻣뻣하고, 감자왕만두는 생각보다 부드럽고, 오렌지 오리훈제는 맛이 조화로웠으며, 카프레제는 다신 제 입에 넣을 것 같지 않습니다. 

낙산비치호텔 조식뷔페(아침 7시~)


 오렌지쥬스는 시원하고 달달했고, 수제요거트는 평범했으며, 저 평범해 보이는 크로아상은 입에 넣자마자 살살 녹은 부드러움이 일품이었고, 거봉은 무미. 내사랑 파인애플은 언제나 맛있습니다. 크림치즈 크레이프는 한 입 물자마자 삼키기까지 고통스러웠습니다.

사실 황태양념구이가 맛있다는 리뷰를 보고 찾아갔는데, 무슨 맛인지 잘 모르겠어서 황태 양념구이는 원래대로 속초 미가에서 먹는 것으로 다짐하였습니다.


이번 주 해파랑길 트래킹에는 남편이 동행할지, 저 혼자 갈지 잘 모릅니다. 남편이 하고 싶은 대로, 남편이 가장 마음 편하게, 행복한 방향대로 하면 좋겠습니다. 


8월 마지막주에는 해수욕장이 문을 닫습니다. 조용해진 해파랑길 44코스가 궁금합니다. 

몽돌소리길에서 바라보는 정암해변은 큰 파도의 물살이 해안가 전체로 안개처럼 흩뿌져리는 진귀한 모습입니다. 

우리는 이렇게 아름다운 지구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우리는 오늘도 내일도 지구 위에 걸터앉아 매일 매일의 여행을 끈질기게, 각자의 자리에서 해내고 있습니다.

우리도 그 아름다운 풍경의 일부입니다.


-22.8.20 몽돌소리길 트래킹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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