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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맘디터 Sep 04. 2022

22년 9월 3일. 목성, 토성을 만나다

아이들과 함께 천안, 진천 여행

토요일 아침, 아이들과 천안 소노벨 오션 어드벤처로 길을 나섭니다.

경부고속도로 초입은 막혔지만, 그래도 2시간 30분만에 천안에 도착하여, 소노벨 앞 한식부페에서 아침식사를 합니다. 

사실 둘째 아이가 며칠 동안 고열 장염을 앓아서 친정어머니와 집에 남았기에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그래도 아이가 열이 떨어졌다는 것에 감사하면서 첫째, 막내, 조카와 물놀이를 시작합니다.

아이들의 폭발적인 에너지는 아침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1분도 안 쉬고 워터파크에서 발산됩니다. 저런 작은 몸에 큰 에너지가 축적되어 있다는 것에 놀라울 따름입니다. 

물의 부력을 느끼면서 즐거워한다
유수풀이 신나는 아기곰들


지치지 않는 아기곰들

오후 4시에 나와서 편의점에서 삼각김밥과 컵라면, 치킨집에서 치킨 한마리를 포장한 후에 숙소로 들어갑니다. 정말 허겁지겁,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만찬을 즐겼습니다.

이미 진천의 아름다운 풍경에 마음이 온통 풀어 헤쳐졌고, 하늘에 구름이 너무 가득해서 별을 볼 수 있을거라는 희망은 없었습니다. 별을 보러 우리가 발걸음을 옮겼다는 것만 기억해도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숙소에서 바라보는 진천 초평호수의 아름다운 풍경

그리고 오후 7시 30분에 숙소 건물에 설치된 별자리 망원경을 보러 건물 옥상으로 올라갑니다. 여러번 말씀드렸지만 저는 여행을 갈 때 사전조사를 꼼꼼히 하는 편이 아닙니다. 우연히 마주쳤을 때 느끼는 감동을 너무 사랑하기 때문에 기대가 높은 여행지일수록 최대한 백지인 상태에서 찾아가는 편입니다. 

별의 탄생과 소멸에 대한 디스커버리 채널의 다큐멘터리와 안내자 분의 설명을 듣고, 옥상으로 이동합니다.

건물 옥상에 올라가는 데 벽면에 별자리 램프들이 깜빡이며 들어옵니다.

첫째곰보다 두 살 어린 조카곰. 둘은 영혼의 단짝입니다. 쌍둥이자리 램프를 보고, 본인들이라며 좋아합니다.
관측소 입구 천장에 장식된 별자리 지도

그렇게 아이들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별을 관찰하는 천체망원경을 만납니다. 

천체망원경을 다룰 때 주의사항과 오늘의 별자리에 대한 설명을 듣는 시간

올해 43세인 저도 천체망원경을 처음 봅니다. 아이들은 너무 진지해서 숨소리도 들리지 않았습니다.

렌즈는 러시아, 몸통은 독일, 망원경을 조정하는 조절대는 미국, 망원경 지지대는 한국에서 제작한 토성 관측 망원경

보조관측소에서는 목성, 안드로메다, 페르세우스, 알비레오를 관찰할 예정입니다.

주 관측소의 천체망원경으로는 토성을 관찰합니다. 그런데 하늘이 먹구름으로 덮여서 볼 수 없었습니다.

우리는 아쉬움을 남긴채 각자 방으로 들어와서 아이들은 간식을 먹고, 저는 샤워를 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아이들이 문을 열고 뛰어 나가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무슨 일인지 확인해 보니, 갑자기 하늘이 열려서 별을 볼 수 있다는 안내에 아이들이 엄마아빠는 안중에도 없이 뛰어나간 겁니다.

저도 흥분해서 대충 머리를 말리고 뛰어 나갔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암흑에 눈을 익히는 5분간의 훈련 후에 천체망원경으로 저 모든 별자리를 관측할 수 있었습니다. 

알비레오 성운은 짝을 이루는 별이었는데 별 하나는 주황색, 별 하나는 푸른색이었습니다. 안드로메다는 뿌연 먼지 덩어리처럼 보여서 우리와 안드로메다의 먼 거리가 실감났습니다. 가장 인상적인 건 목성입니다. 목성과 위성 4개를 운좋게 관찰하였는데, 목성의 밝은 빛에 저는 비명이 나왔습니다. 목성이 다이아몬드보다 밝은 빛을 낸다고 상상해 본 적이 없습니다. 목성에서 수십 억년 전에 출발한 빛을 지금 제가 지구에서 보고 있다는 감동에 마음이 숙연해 졌습니다.


주관측실에 설치된 초대형 천체 망원경으로 토성을 바라보는데, 그 아름다운 고리가 너무 귀여워서 제 마음이 갑자기 타오르는 느낌입니다. 토성의 가장 큰 위성인 타이탄 위성은 관측되지 않았지만, 타이탄 위성이 토성의 고리 주위를 돌고 있을 거라는 상상만으로도 배부른 기분입니다. 


목성과 토성을 한번에 관측할 수 있는 날은 지구의 일년 중에 며칠이 안된다고 합니다. 태풍으로 온 하늘이 구름으로 뒤덮힌 날에 저 모든 별자리를 관측하였으니, 우주와 지구와 하늘과 모든 신과 자연에 감사한 마음입니다.


태양이 지금보다 조금만 가까워도, 멀어도, 태양의 온도가 지금보다 조금만 높아도 낮아도 지구의 생명은 유지될 수 없다고 합니다. 50억년 후에 태양은 생명을 다해서 우주에서 소멸해 갈거고, 그 힘에 빨려들어서 지구는 사라질지도 모른다고 합니다. 태양계가 가장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는 이 찰나의 순간을 살아갈 수 있다는 것에 깊은 감사함을 느낍니다. 저는 이 지구위에서 훌륭한 남자와 사랑을 하고, 아이 셋을 낳아서 엄마가 되었습니다. 아이 셋을 키우면서 느끼는 건 이 세상에서 감사하지 않은 게 없다는 겁니다.

아이들이 안전하게 걸어다닐 수 있는 단단한 대지, 아이들에게 생명의 입김을 불어넣어주는 태양과 별, 바람, 그리고 함께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


아기곰들에게 어제 말하였습니다.

"얘들아, 오늘을 잊지 말자" 

엄마 곰의 말에 토를 다는 첫째 곰도 고개를 끄덕입니다.   

나 이외의 존재에 눈을 뜨고, 그 소중함을 느끼면서 자기 자신의 귀함을 알아가길 바랍니다.

나 자신이 언제 제대로 된 인간이 되었나 생각해보면, 나와 타인을 동등하게 생각하면서 자타의 귀함에 눈을 뜨기 시작한 순간인 것 같습니다. 사실 몇 년 안되었습니다. 그 전까지는 내가 빛나고 싶고, 내 욕망을 채우기 위해 모든 걸 수단으로 생각하는 급급한 하루하루였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별의 존재는 소중합니다. 지구가 얼마나 연약한지. 그리고 자신 위에서 탄생한 모든 생명을 지키기 위해 얼마나 안간힘을 쓰고 있는지 저 우주의 차가운 별들이 알려주고 있습니다. 그 수많은 별 중에 우리는 지구 위에서 태어나 지구 위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 여기에 있는 우리 자신이 불가사의하고 이 찰나의 순간이 소중하다고 생각합니다.  


하늘의 별을 소중히 하는 어른으로 성장하기를 바랍니다.

우주적인 시야에서 지구를 바라보고, 전지구적인 시야에서 자신을 바라볼 수 있는 지혜를 갖추기를 바랍니다. 


엄마곰도 부끄럽지 않게 더 지혜롭고 아름다운 사람으로 매일 매일 성장하겠습니다.


- 엄마곰, 아빠곰, 아기곰들의 천안-진천 여행일기를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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