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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맘디터 Oct 09. 2022

군산 대장도 장자도 선유도 여행

남편의 생일을 군산에서 맞이하다

20대 중반에 군산에서 배를 타고 선유도와 장자도 여행을 간 적이 있습니다.

혼자 간 적도 있고, 친구와 간 적도 있고, 남자친구와 방문한 적도 있습니다.

그리고 2022년도인 지금은 남편과 함께 배 없이 차를 타고 군산에서 선유도로 넘어갑니다.

고등학생 때 새만금 개발 반대운동에 참여해서 정말 열심히 활동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결국 갯벌은 시멘트로 뒤덮였습니다. 그 당시에 제가 받았던 충격은 상상 이상이었습니다. 그래서 기억을 지워버리고 말았습니다. 어른이 되고 난 후에 자본과 개발이라는 논리로 이 문제를 바라보며 머리는 이해하지만, 가슴은 여전히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인간이 어떤 과학 기술로도 만들어낼 수 없는 갯벌을 시멘트로 덮어서 도로와 건물을 세우는 게 맞는지 의문이 듭니다. 군산은 도심이 과밀화되어 택지나 공장지대가 필요한 지역도 아닌데, 왜 이렇게 텅 빈 시멘트 지대를 위해 갯벌을 다 덮어버려야 했는지 가슴이 아픕니다. 남편과 한참동안 대화했던 중국, 군사 등의 문제는 굳이 언급하고 싶지 않습니다.  


10월 2일은 남편 생일입니다. 아이들과 동행하고 싶었지만, 공주 여행으로 지친 아이들은 시부모님과 함께 세종시 코스트코에서 점심을 먹겠다고 합니다ㅎㅎㅎ

새벽 6시 조금 넘은 시간.. 함께 세종에 방문한 시어머니께 눈인사를 하고, 남편과 조용히 길을 나섭니다.

새만금에 놓여진 거대한 도로를 지나서 고군산군도에 도착합니다.

제일 먼저 대장도 정상인 대장봉 트래킹을 시작합니다. 저 절벽 정상에 왜 올라가야 할까 회의감도 들었지만, 섬의 정상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조금 궁금했습니다.   

어마어마하게 가파른 산 길에 당황했지만 서로 방해되지 않게 남편과 거리를 두고 각자 오릅니다.

약 30분 조금 넘는 등산 후에 대장봉 정상에 도착했습니다. 반짝반짝 반짝반짝~~~~~~

흐린 하늘 사이로 고개를 내미는 햇살이 바다에 하염없이 떨어집니다.   

등산할 때에는 험한 산길로, 하산할 때에는 가파른 나무계단길로~

대장도에서 나와 선유도로 이동합니다.

선유도 몽돌해수욕장에 도착했는데 차를 세울만한 곳이 마땅치 않네요. 차를 정차하고 저만 내려서 바다를 바라봅니다.

선유도 몽돌해수욕장

땅에 붙들린 채로 바다에 떠 있는 배를 바라보니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 배는 자유로울까? 답답할까?

마을 어르신들이 바다를 바라보는 저를 바라보시고, 저도 평상에 옹기종기 앉아 계신 어르신들을 잠시 바라봅니다.


20대 때 친구와 방문했던 선유도 장자도는 혹한의 겨울이었습니다. 너무 추워서 섬을 돌아다니는데 사람을 마주친 적도 없었습니다. 관광철이 아니라 음식점도 없어서 민박을 했던 집에 추가 비용을 내고 집밥을 먹었던 기억이 납니다. 김으로 끓인 멀건 국이었는데, 그 김국이 얼마나 맛있었는지 저는 지금도 가끔 그 맛이 생각납니다.


네비게이션도 없고 차도 없었던 그 때에 버스를 여러번 갈아타고, 배를 타고 이 섬까지 왔다는 게 신기합니다.

지금의 제가 그 때의 저를 생각해 보면 그리운 추억이 아니라 SF 공상과학 영화를 보는 것처럼 외계인이 따로 없습니다. 그렇게 무모할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그 무모함이 지금의 저와 제 인생을 빚어낸 거라면 그때의 저에게 고맙습니다.


그렇게 고생하고, 버티고, 생각을 쌓아 올려줘서 고마워

그 때의 네가 있어서 나는 지금 너무 행복해. 많이 고마워~~


군산 선유도 장자도 여행기를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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