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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맘디터 Oct 09. 2022

여의도 불꽃축제 후기

여의도 불꽃축제에서 부부권태기를 극복하다

22년 10월 8일 오후 5시.남편과 6호선을 타고 효창공원역을 갑니다.

효창공원역 3번 출구로 나가서 용산 용문시장에서 매운어묵으로 저녁을 해결하고, 간식으로 순대와 만두를 포장한 다음 원효대교 북단으로 이동합니다. 

원효대교 북단에서 한강 쪽으로 내려가 63빌딩이 제일 잘 보이는 자리로 운 좋게 비집고 들어갑니다.

남편과 각자 이어폰을 꽂은 채 유튜브로 시간을 때우며 만두와 순대를 먹었습니다.

잠시 후에 해가 지고 7시 20분 정각에 첫 불꽃이 터집니다. 


아기곰들이 많이 어렸을 때에도 애기띠를 매고 유모차까지 태워서 왔었는데, 이제는 아이들이 힘들어서 오지 않겠다고 합니다. 집에서 편하게 보겠다는 말에 그냥 쿨하게 인정하고 우리 부부만 불꽃축제에 참여하였습니다. 워낙 자리가 없다 보니 저는 어떤 연인 옆에, 남편은 사진작가 옆에 자리를 잡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불꽃을 구경하다가 뭔가 싸운듯한 연인 옆에 앉아 있는 제가 안쓰러웠는지, 남편이 자기 앞으로 오라고 신호를 보냅니다. 남편 다리 사이에 앉는 것도 썩 편할 것 같지는 않았지만, 제 옆 자리 연인이 한 시간 동안 서로 말 한마디 없이 찬바람만 쌩쌩 불어서 어쩔 수 없이 남편을 의자 삼아서 앉게 되었습니다.

여행 다닐 때, 해안가 한 줄기 불꽃에도 혼자 열광하는 터라 저는 여의도 하늘을 장식하는 모든 불꽃에 심장이 두근거리고 가슴이 벅차 올랐습니다.     

저의 한 걸음 앞에는 한강물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우리가 앉은 바닥은 흙과 나뭇가지가 뒤얽혀서 엉덩이가 가시에 찔리는 것처럼 아프고 불편했습니다. 그런데 몸을 조금만 뒤로 젖혀도 남편의 가슴이 저를 받치고 있어서 너무 편했고, 남편의 다리에 팔을 올릴 수 있어서 마치 캠핑체어에 앉아 있는 것 같았습니다. 남편은 자기 코 앞에 있는 저의 올림머리 일명 똥머리에 핸드폰을 올려 놓고 싶다며 장난을 칩니다. 


13년을 지나온 부부가 다시 뜨거워질 수도 없고, 두근거릴 수도 없겠지만, 서로가 서로에게 편안한 의자가 되어주는 그 시간 동안 저는 인간이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안정감과 행복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화려한 불꽃처럼 빛나고 싶다가도, 모든 빛을 최선을 다해서 반사하는 은은한 물길처럼 조용히 잔잔히 묵묵히 흐르고 싶기도 합니다. 


이렇게 여의도 불꽃축제의 화려한 시간 동안에 권태기를 지나는 우리 부부는 서로의 힘과 고마움을 깨달았습니다. 옆 자리에서 말 한마디 없이 신경전을 하는 연인, 서로 너무 뜨거운 연인도 좋지만, 우리 부부처럼 서로 의자가 되어 편안함을 주는 사이도 정말 행복하고 따뜻하다고 생각합니다.

  

하늘에서 피어난 불꽃 하나하나가 모든 사람들의 마음에 소중한 빛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2022년 여의도 세계불꽃축제 참가 후기를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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